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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국회식 연금
 
2025-04-01 13:48:33

Hansun issue & focus 4월호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국회식 연금>

정성민 연구원 (연금개혁청년행동 / 부경대학교 법학과)


 

1. 들어가며


18년 만에 국회는 지속된 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연금개혁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과 명목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보험료율은 13%, 소득대체율은 43%로 올리는 이른바 더 내고 더 받기식의 모수개혁을 행한 것이다. 긴 시간 끝에 드디어 연금개혁안이 통과되었지만, 여론은 심상치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국민연금 개혁안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회의 개혁안에 20대는 63%, 30대에서는 58%가 반대 의견을 표했다. 앞으로 국민연금을 납부할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미래세대 대부분이 이번 연금개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사실 2030 청년층은 지속적으로 연금개혁에 관해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반대해 왔다. 작년 10월 연금개혁청년행동 의뢰로 여론조사 공정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묻는 질문에 20대의 경우 연금 지급액을 늘리자는 답변을 한 경우는 22%에 불과했고, ‘재정 안정을 통한 미래세대 부채 절감36.7%로 우세했다. 30대는 전자가 22.2%, 후자가 37.2%였다. 더군다나 두 세대 모두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각각 29.4%, 29.0%로 상당수가 해당 의견에 동의했다. 이런 청년세대 여론 때문일까, 국민의힘 소속인 김재섭, 우재준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소영, 장철민, 전용기 의원, 개혁신당 소속 이준석, 천하람 의원 등은 당파를 떠나 입을 모아 더 내고 더 받는국회의 연금개혁안을 비판했다.

 

2. 국회 연금개혁 특위의 문제점


국회의 연금개혁은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우선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정보의 편향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통 제도 개혁을 위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는 먼저 국민들에게 현행 제도에 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과 같은 중대한 경제 문제는 현재 어떤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앞으로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인 미적립부채를 아예 학습자료에서 제외했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이 현재 어느 정도 적자 상태인지, 현재 적립된 기금 대비 연금 지출이 얼마나 될지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단순히 국민들은 기금 고갈 시점만 학습하고, 고갈 이후 국민들이 부담하게 될 연금 부채에 관해서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연금개혁에 관한 판단을 하게 되니 연금개혁 문제를 안일하게 보게 된다. 더군다나 공론화위원회에서 내놓은 선택지는 단순히 더 내고 더 받기더 내고 덜 받기만 있고, ‘안 내고 안 내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전자로 몰릴 수밖에 없다. 요컨데 처음부터 주어진 정보들부터가 특정한 답을 유도하도록 주어졌다는 말이다.

 

이후 실제로 행해진 연금개혁도 문제가 상당하다. 상술했듯이 국회의 연금개혁은 보험료율이 13%, 소득대체율이 43%로 책정된 모수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해당 개혁안에 관해 보험료율을 올렸으니 재정안정화가 될 것이라고, 청년들을 위한 개혁이라고 상당히 낙관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금이 고갈된 이후의 상황이다. 개혁 이전의 상황대로라면 기금 고갈 이후 부과식 보험료율은 36.6%로 오르지만, 국회의 연금개혁안에 따르면 보험료율은 39.2%로 오른다.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논의하던 연금개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담이 늘어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처음부터 국민연금의 재정불안 문제는 납부하는 보험료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수령 받는 현실 때문에 벌어지는 것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심화시켜 버렸다. 이렇게 후세대에 대놓고 부담을 떠넘기는 연금개악을 행했음에도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연금개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무슨 정신인가지록위마(指鹿爲馬)도 정도껏 해야 할 것 아닌가?

 

가장 큰 문제는 자동조정 장치에 대해선 자동 삭감 장치라고 프레임을 씌우며 관련 논의들을 모두 무시하고 모수개혁만 해냈다는 점이다. 인구구조와 경제상황에 따라 연금액과 보험료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에는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방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들이 존재한다. 인구 및 경제구조에 따라 연금 급여, 수급 시기, 소득대체율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방식, 기대수명과 급여를 연동하는 방식, 기대수명과 수급 연령을 연동하는 방식 등이 그 예시로, OECD 국가들 중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나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당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도입하려고 했던 자동조정장치는 현재 일본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인 거시경제 슬라이드제도를 상당 부분 참고한 모델로, 연금액에 기대여명 또는 가입자 수 증감을 연동하여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은 물가보다 연금액이 적게 오를 수 있지만 줄어들지는 않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재정안정화 효과가 적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스웨덴, 핀란드, 독일 등의 나라들을 참고하여 어느 나라의 모델이 좋은지 논의해야 한다.

 

3. 국민연금의 구조적 개혁을 위한 과제


그런데 거대야당은 자동조정장치에 대하여 자동삭감장치라는 프레임 하나만으로 관련 논의를 모두 차단해 버렸고 국민의힘은 그것에 끌려다녔다. 결국 여야합의의 결과는 자동조정장치 논의를 뒤로 미루자는 것이었다. , 지금 이야기해 봤자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니 국민연금 구조개혁을 논하는 자리를 이후에 따로 만들어 깊게 이야기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불과 국회의 연금개혁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진보정당들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때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살아갈 청년세대들의 부담을 기성세대와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는 자동조정장치도입을 반대했는데 과연 구조개혁을 논하는 자리를 따로 만든다고 해서 자동조정장치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매우 안일한 것이 아닐까? 현재 원내 정당들은 제대로 된 연금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런 문제점들이 넘쳐나는 국회의 연금개혁안을 제대로 살펴본다면, 앞으로의 연금개혁 논의가 가지는 과제들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우선 그간 논의에서 실패했던 자동조정장치도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론에 관하여 논해야 한다. 이번 개혁의 모수개혁은 실패한 개혁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끝인 것도 아니다.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자동조정장치를 어떤 식으로 적용시킬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이미 기성세대보다 청년과 미래세대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압도적으로 많은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 속에서, 자동조정장치는 그나마 부담을 모든 계층에게 양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경제상황과 인구구조에 따라 자동적으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나아가서는 연금을 수령 받는 시기까지 조정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해 청년들이 착취 수준에 가까운 국민연금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보험료가 늘기야 하겠으나, 기성세대의 연금 수령 액수도 함께 줄어들테니 최소한 미래세대에만 부담이 전가되는 기존 국민연금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조정장치의 방식 뿐만 아니라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의 경계선을 명확히 해둬야 한다. , 보험료율의 상한선과 소득대체율의 하한선을 지정해 두고, 해당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정부가 나서서 재정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해 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는 2030년까지 보험료율의 상한선을 22%, 소득대체율의 하한선은 43%로 지정해 두고 보험료율이 상한선을 넘거나, 소득대체율이 하한선보다 내려가는 경우 정부에게 추가적인 재정안정화 정책을 실시할 것을 국가적 의무로 명시해 두고 있었다. 대한민국도 이러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방만하게 운영했다가는 미래가 없다.

 

더불어 국민연금공단에게는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에 관해 철저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나서서 압박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국가채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 수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과는 다르게 국가가 국민들을 고용주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래에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부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공단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분명 국민연금을 홍보할 때는 기금이 고갈된다고 못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에서는 국민들을 안심시키지만 실상은 재정불안정이 심화되고 미적립부채가 쌓여가도 다음 세대가 알아서 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론에 빠져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국민연금 문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바로 지금 국민들에게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가 무엇이며, 어떻게 산출되는지, 그리고 얼마정도가 나오는지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4. 청년세대가 바라는 개혁 방향


물론 이외에도 앞으로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걸어야 할 길이 멀다. 해당 글에서는 추후에 논해질 구조적 개혁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한 걸음을 어떻게 떼어야 할지에 관해 청년의 입장에서 의견을 서술한 것일 뿐이다. 청년들의 마음은 이미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고, 누군가는 차라리 국민연금을 폐지하거나, 신연금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폐지하게 된다면 이후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이 한꺼번에 풀려 시장에 혼란이 생기게 될 것이고, 신연금 체제는 여소야대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나마 국민연금 제도의 채무부담을 모든 세대가 함께 분담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세대 간 연대를 실현시키기 위한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청년세대 입장에서 정치권이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선택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재정건전성 따위는 모른 체 하면서 무책임한 모수개혁만 하고 이것이 연금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분명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청년세대는 이런 날치기 방식의 연금 개악을 하라고 국회의원들을 뽑아주지 않았다. 정치권은 청년세대의 정당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연금개혁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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