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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가계부채 왜 줄지 않는가?
 
2024-09-04 17:31:30

Hansun issue & focus 9월호 


<가계부채 왜 줄지 않는가?>
 
정수연 한반도선진화재단 부동산정책연구회장


 

1. 대출 규제로는 시장안정 한계 


정부는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전세대출까지 금지하는 등 강경책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 전세라는 진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이다. 불안을 심어주는 부동산정책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 된다. 과거 28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던 시기에 주택가격은 폭등했었다. 지금이 아니면 내 집을 가질 수 없다는 불안감을 경제 주체에게 심어줄 때, 그리하여 모든 경제주체가 한 방향으로 뛰어 내달릴 때 집값은 폭등했고 대출은 급증했었다.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은 전세가 아니다. 미래에 자기 집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으면 시장 주체들은 오늘만 산다. 미래에 구매하려 했던 집을 계획을 바꿔 오늘 당장 은행으로 뛰어가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침체기에는 가만히 있다가 가격 상승기에 매매시장에 뛰어드는 것일까? 미래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지금 사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집을 살 수 없어 가난해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로 1988년 미국의 부동산경제학 로버트 쉴러 MIT교수와 칼 칩케이스 웨슬리대 교수는 부동산경제학분야 논문인 “The behavior of home buyers in boom and post-boom markets(호황기 주택시장에서 주택구매자의 행태)”에서 이러한 현상을 논증한 바 있다. 즉 주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주택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 예측하고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미래에 자신이 집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 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심리이다.

 

2. 불안감을 잠재울 자가 보유 촉진 정책 필요


불안한 심리를 잠재울 강력한 믿음(signal)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 영끌하지 않아도 내가 필요로 할 때 적정한 가격으로 나의 집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지 않으면 가계부채는 줄지 않고 또한 주택가격도 안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출 규제는 불안을 강화할 뿐이다. 오늘 가격이 상승해도 미래에는 내 집이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필요하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처럼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자가 보유를 지원하는 제도가 시급하다. 미국은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지역 건설사가 주택을 건설할 때 그중 10%의 집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대신 법인세 감면 등과 같은 여러 유인(incentive)을 제공하고 공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 그와 같은 낮은 가격의 집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해당 집을 매입하려는 지역주민들에게 집값의 10%를 보조금으로 지급함으로써 주민들의 자가 보유를 통한 자산형성을 돕는다. 이는 지역에 결국 많은 주민들이 유입되어 정착할 만한 메리트가 되고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민간 개발사업 시 전체 물량의 최소 15%를 중위소득 80% 이하 가구에 공급하게 하고 사업자에게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는 동시에 최대 300%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 이후 소득수준에서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런던은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50%를 실제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 시행 중이다. 주택시장가격이 급등하면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자기집 마련에 지장이 오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주택구매 시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제공한다. 제공된 보조금(EHG : Enhanced CPF Housing Grant)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같은 중앙적립기금(Central Provident Fund: CPF)의 각 개인 연금계좌로 입금되며, 그 보조금을 인출해 LTV(Loan to Value : 담보인정비율) 75%를 제외한 나머지 25%의 주택 매입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매입한 주택을 다시 판매했을 때는 인출한 보조금을 다시 자신의 국민연금 계좌에 이자를 추가하여 입금해야 한다.

 

3. 자가 보유 촉진의 기본 전제


자가 보유 촉진정책이 성공하려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다. 320만 원의 30대 중위소득자가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미국 지방정부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민간공급주체가 건설비용을 낮출 수 있게 해주고 그 이익에 기반하여 건설하는 주택단지의 일정 비율을 저렴하게 중산층 이하 서민, 청년들에게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전제조건은 생애 최초 주택매입자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생애최초 주택 매입자들은 LTV70%까지 허용되지만 나머지 30%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 청년과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면 특히 그렇다. 미국의 First home Buyers에 대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이 30%를 선수금(downpayment)이라고 하며 이 금액을 지원하는 많은 다양한 정책들이 있다.

 

따라서 LH와 같은 공기업에게는 저렴한 주택공급을 강제해야 하며, 민간기업들에게는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저렴주택의 공급이 증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주택매입보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년층과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주택매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4. 사회주의화 위험을 낮추는 자가보유 정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1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청년들의 자가 보유 욕구는 2019년 기준 73.3%이다. 하지만 그들의 소득으로 구매 가능한 집은 사라져가고 있다 부모 도움 없이는 집을 마련할 수 없다고 답한 청년들도 53%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에는 자가 보유 촉진을 위한 정책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과 싱가포르의 보조금 지원정책도 없으며 자가 보유 가능한 저렴주택 공급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청년들의 자가 보유 욕구를 만족시키고 주거 불안심리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미래 세대의 불만은 누적되고 계층 간 갈등은 심화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 양극화가 가속화되면 자본주의 체제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자가 보유 촉진정책은 보다 개방적으로 보다 신속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영국 정부는 1차대전 이후 뉴타운 운동(New Town Movement)으로 자급자족 도시를 조성하고 주택을 필요로 하는 곳마다 건설했다.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의 시기에 영국 전역에 당시 기존주택의 절반 수준 규모인 400만 채의 주택이 신규 공급되었다. 이 정책으로 부자들 소유의 집에 살던 80%의 영국인들이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었고 영국이 사회주의화를 피할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5. 맺으며


공급은 계획은 있으나 서울에 건설 가능 토지가 없다는 것을 모든 경제주체들이 알고 있다. 따라서 오늘의 영끌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공급이 충분치 않으면 주택가격은 상승하고 그것을 예측하는 경제주체는 오늘 당장 주택매입에 나서려고 한다. 그러한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정책담당자는 전세대출까지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려하지만 이는 현금 없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차단할 뿐 정작 대출 없이 집을 구매할 수 있는 현금 부자들의 매입 행위를 차단할 방법은 없다.

 

규제가 일시적으로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면 그 저렴해진 주택을 매입 가능한 사람은 현금 부자들 뿐이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잘못하면 현금 부자들의 자산만 늘려주고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은 오히려 훼손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규제 정책의 애초의 목적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가격을 낮추려는 것이었는데, 정책의 결과는 의도치 않게 서민주거안정을 훼손하고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반대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주택 몇 채를 공급하겠다는 약속만으로는 시장에 만연한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없다. 자기 집을 원하는 국민들에게는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신호가 확실해야 한다.

 

이제라도 8.30 장기 주거종합계획의 주거안정대책에 덧붙여 자가 보유 촉진정책으로 보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주거정책의 1차적 목표는 가계부채 감소가 아니라 서민주거안정이다. 가계부채 감소를 위해 서민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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