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직접 규제를 발표했다가 번복하며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국내 안전인증(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를 금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하자 사흘 만에 기존 입장을 슬그머니 철회했다.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유모차, 전기·생활용품 등이 규제 대상 품목에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국민들은 사실상 해외 직구 전면 금지로 해석하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고 대통령실이 사과한 것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해외 직구의 안전 및 유해성이 논란이 제기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해외 직구가 시작된 2010년대에는 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의류, 유모차, 전자제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었다. 품질이 좋은 고가의 제품들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에서 발암물질 등 다수의 유해 물질이 검출되거나, 허용 기준치를 크게 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되기 시작했다. 특히 유아용품에서 다량의 유해 물질이 검출되면서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안전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미국과 유럽 기업 이외에 중국 기업까지 쇼핑의 선택지가 늘어난 것에 만족하고 있다. 해외 직구는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혁신적인 제품을 먼저 접하거나, 국내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소비자들이 배송기간이 길고 AS가 불가능하다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직구를 선호하는 이유다. 특히 최근 등장한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이른바 ‘극초저가’가격을 내세우고 있어 고물가 시대에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덜어주었다. 이런 배경으로 해외 직구 시장은 15년 사이 50배 성장할 수 있었다. 거래금액이 2009년 1억 6천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52억 7천만 달러로 대폭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설익은 거래금지 정책을 내놓아 불신을 키웠다. 수 개월간 14개 기관이 ‘해외 직구 종합 대책 TF’를 구성해 대책을 수립하면서 소비자 편익이 고려되지 않은 정책이 불신을 자초한 원인이다. 세계화 시대에 소비자들은 국내시장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거래하고 있다. 그런데 정책당국은 여전히 ‘규제만능주의’에 입각해 구시대적 해결책을 찾고 있는 행태가 우려스럽다. 즉 당국은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하기 손쉬운 방법이 금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이한 생각에 젖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러나 규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시장에서는 직구로 구매한 상품들의 배송이 지연되거나 취소 처리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정부 당국은 국민 안전을 규제의 이유로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정부의 치명적 자만이다. 정부가 해외 생산 제품의 안전성을 완벽하게 입증할 수 없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각 정부 부처가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검사 품목을 제한하더라도 이를 수행할 인력과 자원을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새로운 제품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현실에서 결국 안전은 담보하지 못한 채 애꿎은 혈세만 낭비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도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 중국 기업들은 기꺼이 국내 가격의 반값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무료배송, 무료 반품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가성비 제품에 큰 만족을 얻고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공급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알리, 테무 등 유해한 제품을 판매하는 중국 기업들에 규제를 가하려 했지만, 정작 이들 기업보다 소비자들이 더 화를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중국 이커머스와 거래하는 소비자들을 막기에는 명분이 부족해 보인다.
해외 직구 거래는 소비자뿐 아니라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직구로 인해 타격을 입는 국내 기업들을 보호하여 내수경기를 활성화시켜 보려는 의도도 있었을지 모른다. 당장은 가격경쟁력에 밀려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을 하다 보면 품질 향상과 가격 인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비자들이 직구를 통해 절감한 비용은 다른 소비로 이어져 전체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플랫폼 시장에 규제를 제거하는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국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시키고, 유해성 논란이 제기되는 중국 플랫폼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중국 플랫폼을 규제하겠다고 나서고, 공정위에서는 국내 플랫폼을 규제하겠다고 정책 혼선을 빚고 있는 셈이다. 규제 대신, 국내 기업들과 해외 기업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편이 낫다. 국내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직구 규제도 불필요하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소비자들이 알려온 피해를 조사하고,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어떤 기업과 거래할 것인지 선택은 국민들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과 해외 기업들의 경쟁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제품 품질에 문제없는 물건을 거래하는 플랫폼이 살아남도록 유도하는 것이 예산 낭비 없이, 소비자 피해 없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길이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