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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주역과 치국(治國)론] 통권293호
 
2024-03-04 10:43:36
첨부 : 240304_brief.pdf  
Hansun Brief 통권293호 

손용우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1. 서론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선거는 정치가 꽃을 피우는 시기이다. 선거는 민심이고 민심은 천심이다. 그러나 우물 안에서 표류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를 보면 현재는 암울하고 미래는 어둡다. 대인(大人)의 지도자는 보이지 않고 정치 소인배들만 난무한다. 기후변화와 AI 정보혁명 등 문명사적 대전환기의 백년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정학적 문명충돌과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등에 대한 강력한 책략(策略)도 보이지 않는다. 간악한 당리와 간교한 당략만이 펼쳐진다.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은 선진화의 시대를 맞았지만, 정치의 영역은 후진화라는 퇴행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혼(國魂)이 바로 서지 않으니 국민은 나아갈 길을 잃고 청년은 꿈과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 지구적 도전과 위기에 응전할 수 있는 대장부의 기상과 기개가 없으니 나라의 명운(命運)은 위태로워진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가 너무 많아서 근원을 진단하기도 어려우니 처방도 찾기가 어렵다. 고전에서 찾아보자.


2. 고전의 리더십


한민족 사상인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 세상을(人間)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홍익사상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지도자였다. 인간의 존엄을 중시한 홍익인간은 자유, 민주, 공화의 가치로 확대 연결된다는 점에서 유구한 정치철학이자 위대한 우리의 유산이다. 고대 플라톤(Plato)은 리더십을 동굴 속의 사람을 태양의 세계로 인도하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국민을 무지에서 진리로 눈을 뜨게 하는 자가 바로 철인이자 지도자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가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공동체의 번영을 가져오는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도자는 덕을 함양하고 정의와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한다.

 

대학(大學)의 핵심은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이다. 4가지 요소는 선후(先後)적인 인과관계를 일관되게 유지해야만 비로소 리더십을 달성할 수 있다. 춘추시대의 공자는 인()을 핵심으로 하는 군자의 인간형을 제시하면서 극기복례(克己復禮)와 수신론(修身論)을 강조했다. 오늘날로 평가하자면 공자는 자유주의적 가치에 방점을 두었다. 맹자는 의()를 중심으로 대장부의 인간형을 제시하면서 호연지기(浩然之氣)와 왕도정치(王道政治)를 강조했다. 맹자는 냉혹한 전국시대에 맞게 현실주의에 기반한 리더십을 제시했다. 양자를 종합하면 지도자는 인()을 수양해서 민심(民心)에 기반을 둔 의()로운 왕도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3. 주역(역경)의 리더십


대한민국의 태극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역(周易)을 품고 있다. 태극(太極)과 건곤감리(天地水火)의 생극제화(生剋制化)가 담겨 있다. 먼저 주역의 원리를 간략히 살펴보자. 최초의 역경(易經)은 점서(占筮)로 시작했다. 시간과 공간을 품은 역경은 미래를 예견하고 그에 맞는 인간의 행동규범을 궁구했다. 동시에 역경은 철학(哲學)이다. 유교의 오경 가운데 가장 심오한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역경을 유가(儒家)의 군자지학(君子之學)이라 한다. 점서이든 철학이든 주역은 궁극적으로 길()과 흉()을 판단한다. 길은 성공과 이득의 징조이며, 흉은 실패와 손실의 징조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길흉을 불러온다. 만일 과오를 범했을 때 이를 반성하고 고치면 그 허물()은 사라진다. 이것이 주역에서 강조하는 무구(無咎)이다.

 

역경은 사대성인에 의해 완성되었다. 5천년전 복희씨가 팔괘를 만들고, 3천 년 전 주나라 문왕과 그 아들 주공이 64괘를 설명하는 괘사와 효사를 각각 지었고, 2천 년 전 공자는 주석서인 십익(十翼)을 지어 찬역(贊易)함으로써 역경은 완성되었다. 주나라 이후 집대성되었기에 역경을 주역이라고도 부른다. 공자는 주역이 만학의 제왕이 되는 데 이바지했다. 공자는논어, 술이편에서 내가 몇 년을 더 살아 마침내 역을 배운다면 큰 허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사마천의공자세가에서 위편삼절(韋編三絶)이 나오는데, 공자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주역에 심취했다는 것이다. 주역에 대한 공자의 열정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역 24,000자는 천지만물의 생장소멸(生長消滅)과 궁극의 변화 원리를 탐구한다. ()과 양()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기운이 만나고, 흩어지고, 보완(상생)하고, 대립(상극)함으로써 과거를 밝히고 현재를 살피며 미래를 예견한다. 난중일기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이순신 장군은 늘 대사(大事)를 앞두고 주역의 괘를 점치고 그 괘가 품고 있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 일신(日新)과 아울러 국가의 안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주역은 우주 만물의 근본인 태극에서 시작한다. 태극은 음양을 낳고, 음양은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고, 팔괘는 상착(相錯)하여 64괘로 완성된다. 생생지덕(生生之德)과 일생이법(一生二法)의 원리이다. 천지 만물의 생성과 변화과정은 끊임없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역은 자연의 이법을 64괘의 부호로 표시한다. 세상을 보는 주요 코드는 큰 틀에서 64가지이지만 각각의 괘 안에서는 또 다른 무궁무진한 변화의 수가 존재한다. 그래서 주역은 우주를 보는 원대한 창이다.

 

주역의 근원은 어디에서 왔는가? 오늘날 도서관의 유래가 되는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이다. 복희씨는 오행이 상생하는 하도의 원리로 선천팔괘를 만들었다. 우임금은 오행이 상극하는 낙서의 원리로 인간만사를 살피고 당시의 대법(大法)인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만들어 선정(善政)했다. 주나라 성인 문왕은 이러한 하도와 낙서의 법도(法道)를 본받아 후천팔괘와 64괘를 완성하였다.

 

주역의 철학적 사상은 공자의 십익 중 하나인 계사전에 응축되어 있다. 주역 철학의 핵심은 시(), (), ()이다. 시는 징조(徵兆)와 기미(機微)를 아는 것이다. 직관력이다.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고 올바른 판단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이다. 이로써 나아가고 그칠 때를 알 수 있다. 중은 중용지도(中庸之道)이다. 여기에서 훗날 소()주역으로 평가받는 중용이 탄생한다. 정은 바름과 정직함이다.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도리이다. 또한 주역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는 궁변통구를 강조한다.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면 퇴행한다는 진리이다. 주역의 모든 괘는 천지인(天地人) 삼재지덕(三才之德)을 강조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이 존재론적 가치로서 만물의 조화와 균형을 담당한다.

 

4. 주역과 치국론


동양 최고의 경전인 주역은 정치를 어떻게 보았을까? 몇 개의 괘를 선택해서 살펴보자. 먼저 주역의 수괘(首掛)인 아버지와 어머니 괘인 중천건괘와 중지곤괘를 보자. 1괘인 중천건괘는 하늘이 중첩된 상()으로 모두 양효로 구성되어 만물의 근본인 하늘과 아버지를 상징한다. 모든 것에는 때와 행동이 있다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을 강조한다. 하늘에 다다른 용은 후회하고 내려온다. 비룡재천(飛龍在天), 항룡유회(亢龍有悔)이다. 후회한다면 이는 곧 흉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미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역은 그 전에 반성하고 허물을 고칠 것을 요구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대 최고 지도자들은 이러한 비극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때에 맞는 행동을 강건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괘인 중지곤괘를 살펴보자. 땅이 중첩된 상으로 모두 음효로 구성되어 있다. 어머니의 품처럼 만물을 후덕으로 포용하고 대지를 감싼다. 모든 허물마저 용서한다. 서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공동체 정신이 빛나는 괘이다. 사익과 사심으로 상극하고 공멸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과 공심으로 상생과 공생의 길을 찾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지곤괘는 64괘 중 가장 부드럽지만 가장 강한 괘이다.

 

6괘인 천수송(天水訟)괘이다. 하늘은 위에 있고 물은 아래로 흘러 서로 뜻이 맞지 않는 상이니 늘 갈등과 분쟁이라는 송사(訟事)가 생겨난다. 따라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한 덕목이다. 특히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은 민심을 제대로 읽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청탁이나 뇌물로 대사를 그르치지 말라고 강조한다. (서대원, 주역 강의)

 

13괘인 천화동인(天火同人)괘이다. 하늘은 위에 있고 아래에 있는 불은 하늘로 올라가 서로 만나는 상이다. 주역에서 몇 안 되는 길()괘이다. 동인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특히 정당은 정치이념과 통치 철학을 공유하는 결사체이다. 이에 따라 국가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 가치정당, 정책정당, 비전정당이 될 수 있다. 이념적 공통 기반이 없는 정당은 한낱 껍데기에 불과하고 결국 안개처럼 흩어지고 만다. 한편 희대의 대장동 사건에서 회사 이름으로 천화동인과 화천대유가 나온다. 뜻을 같이하는 흉인(凶人)들이 사악한 목적으로 부를 쌓기 위해서 동인괘와 대유괘를 악용한 것이다. 주역을 더럽히고 능멸한 사건으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이들의 운명은 길()이 아닌 흉()으로 귀결된다. 그것이 주역의 법칙이자 진리이다.

 

19괘인 지택림(地澤臨)괘이다. 림은 다스림을 의미한다. 정치는 백성을 너그러이 포용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림을 파자하면 신()의 법도가 담겨 있다. 신하는 임금이 유약하거나 그릇될 때 옳은 길로 인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간언해야 한다.(김석진, 주역강해) 임금이 간언을 싫어하면 충신은 사라지고 간신과 흉인이 득세하여 망국의 길로 치닫는다.

 

끝으로 제49괘인 택화혁(澤火革)괘를 보자. 혁은 고쳐서 바꾼다는 것이다. 개혁과 변화, 혁명을 의미한다.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요구하기에 어려운 과제이다. 나 자신이 변화하지 않으면 상대를 변화시킬 명분도 없다. 혁은 백성으로부터 공감과 믿음을 얻어야 성취할 수 있다. 치자는 중정(中正)의 덕으로 민심을 받들어 혁의 과정을 이끌어야 크게 형통하고 바르다. 천하위공(天下爲公)하고 선공후사(先公後私)해야 혁을 완성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몇 개의 괘를 언급했지만, 사실 주역 64괘는 치국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주역이 치자의 학문이자 제왕의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5. 결론


올해는 60갑자로 갑진(甲辰)년 청룡의 해이다. 60갑자에는 오방을 지키는 5마리의 용이 있는데, 그중 청룡은 해가 뜨는 동방을 지키는 용이다. 그래서 변화무쌍하고 욱일승천의 기운과 기세가 강하다. 주역의 대가 대산(大山) 김석진 선생은 60갑자와의 상관관계 속에서 한 해의 괘를 선정하는 이론을 정립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는 천풍구(天風?)라는 본괘가 나오고 6효가 변하여 택풍대과(澤風大過)라는 지괘가 형성된다. 하늘 아래 바람이 올라가 연못을 만드는 상이다. 맨 아래 음의 기운이 양을 타고 올라가는 승천의 모습을 보이지만 맨 위에는 위태롭게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분수를 모르고 너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청룡의 기세가 너무 과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자들은 겸손과 겸양으로 민심을 받들고 대중 영합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나침을 자제할 수 있는 절도의 미덕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4.10 총선에서 민심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한반도의 통일 그리고 세계중심국가라는 원대한 대사(大事)를 설계할 수 있는 역사의 새로운 주체세력을 뽑아야 한다. 올바른 역사정체성을 기반으로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이라는 국가정체성을 소중히 품고 있는 애국지사들을 뽑아야 한다. 시대정신을 안고 개혁과 혁신을 주도하고 선진화와 문명화라는 국가개조 프로젝트를 실천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인재들을 뽑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국혼이 살아 있는 위대한 꿈과 희망의 나라로 전진할 수 있는 위국헌신(爲國獻身)의 청년들을 뽑아야 한다. 정직은 인간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정직하지 않고 그것을 부끄러워할지도 모르는 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능멸하는 자. 공익을 뒤로하고 늘 사사로움을 앞세우는 자. 이러한 정치 모리배들은 민의의 전당에서 설 자리를 박탈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총선의 과제이다. 대한민국의 큰 대의(大義)를 위해 대동단결하는 쪽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다.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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