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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말라
 
2021-07-22 10:04:57
◆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칼럼입니다.

차기 대권을 향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비경선을 거쳐 후보를 6인으로 압축했다. 국민의힘도 추석 전까지 1차 컷오프를 진행할 모양이다. 세간의 관심은 정치를 갓 시작한 범야권 후보 3인에게 쏠린다. 묘하게도 이들은 모두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다. 그것도 정치적 외풍을 막아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두 사람은 임기 중 스스로 물러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청와대와 삐걱대다 경질됐다.

세 사람이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감사원, 기획재정부, 검찰의 역할은 고양이에 견줄 수 있다. 동물인문학자인 이강원 박사에 따르면 인간과 고양이 관계는 특이하다. 길들인 소·말·낙타·순록은 인간이 부리는 대로 순순히 따른다. 사역엔 동원되지 않으나 돼지·닭·양도 행동반경이 제약된다. 충직한 데다 목축·사냥·방범에 뛰어난 개는 여느 가축보다 나은 대접을 받으나 목줄이나 입마개 등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속박된다.

고양이는 다르다. 집안의 구석구석과 동네 어귀까지 순찰하며 재량껏 활동한다. 이처럼 인간이 고양이에게 유달리 폭넓은 자유를 허용한 건 쥐의 천적이기 때문이다. 쥐는 양식을 축내고 농지·수로와 주거를 훼손하며 전염병을 옮기는 백해무익한 동물이다. 게다가 번식력이 엄청나다. 그냥 두면 쥐 한 쌍은 1년 만에 2000마리로 불어난다. 고양이가 본능에 따라 야성을 한껏 떨치도록 자유롭게 놔둔 까닭이다. 놀고먹는 한량처럼 비쳐도 고양이는 쥐의 증식을 막아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특히 범선에서 부지런히 쥐를 사냥한 함재묘(艦在猫) 덕분에 인류는 대양을 건너는 초장거리 모험에 나설 수 있었다. 말과 낙타만으론 불가능했던 15~16세기 대항해 시대와 신대륙 발견의 한 축을 고양이가 맡은 셈이다.

이렇듯 고양이는 신이 인간에게 보낸 수호천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전래우화처럼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어떻게 될까. 고양이의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드러나 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고양이의 야성도 퇴화해 먹거리조차 인간에게 의존하게 될 터이다. 방울 달린 고양이는 어느 대권 후보의 비유처럼 짠맛을 잃어버린 소금과 다를 게 없다. 대권에 뜻을 둔 정치 신인 셋은 방울을 마다한 고양이라고 할까.

고양이에게 방울을 달려는 어리석은 시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 과정이 그 예다. 5차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80% 계층만 대상으로 하자는 정부에 맞서 여당은 온 국민을 지원하자고 압박한다. 그렇게 되면 올 상반기에 더 걷힌 초과 세수의 일부(2조원)라도 빚 갚는 데 쓰겠다는 정부 구상은 물거품이 된다. 자칫 적자국채까지 발행해야 할 판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선 재정적자를 감내하더라도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우리 거시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다. 수출, 물가, 자산시장 등은 과열 조짐까지 보인다. 시중 유동성도 넘친다. 그런 만큼 추경은 K자형 회복의 그늘에 있는 자영업자 등을 돕고 혁신을 촉진하는 맞춤형이 돼야 한다. 햇볕이 내리쬐는 데까지 선심 쓰듯 나랏돈을 나눠주는 건 지나치다.

저명 재정학자인 미국 보스턴대 로런스 코틀리코프 교수는 현 세대 부담을 무작정 차세대로 넘기는 만성 적자재정을 다단계 금융사기극 ‘폰지 게임’에 빗댄다. 1920년대 미국 사기꾼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딴 이 게임에선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배당을 새로운 투자자의 원금으로 지급한다. 끝없이 신참자가 늘어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심화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역(逆)피라미드로 바뀔 우리로선 버티기 힘든 폭탄 돌리기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국회가 늘리려면 헌법 제57조에 따라 정부가 동의해야 한다. 아직 투표권이 없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국회의 무책임한 결정을 막으려는 장치다. 이미 여당 출신 국무총리는 여야가 합의하면 전 국민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경기도지사는 2차 추경을 과감하게 ‘날치기’하자고 윽박지른다. 정치권 폭주를 견제하라고 헌법이 부여한 고양이 역할을 기재부가 해낼지 주목된다.

그러잖아도 최근 경제 관료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관료는 청와대 입맛에 맞춰 각색하는 연필이요, 정치권 주문에 따른 후(後)공정 전문가라는 자조가 퍼져 있다. 그런 흐름에도 제동이 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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