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파이낸셜투데이] 정당정치의 퇴행을 누가 막아야 하나?
 
2024-03-07 10:42:47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고 당 대표로 취임했다. 조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 독재의 강이고 윤석열의 강”이라며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의 강을 건너 검찰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동했다. 이 대표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동일하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종식하고, 심판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의지가 있어도 조심해야 하는 캠페인을 담대하게 전개하겠다”며 “‘검찰독재 조기 종식’, ‘김건희 씨를 법정으로’ 등 캠페인을 해서 범민주진보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겠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에 실망한 중도파와 합리적 보수파까지 끌어와 지역구에서 1대1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조국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당의 실질적 대표이면서 중대 형사범죄 피고인이라는 사실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백현동 비리 의혹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과 의원직을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탄용으로 쓰니까 조 대표도 자신을 보호할 방탄용 창당에 나선 꼴이다. 조국 대표에게 몇 가지 묻는다. 첫째, 무슨 자격으로 조국(祖國)을 혁신할 수 있는가. 법원은 조 대표가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면서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혁신의 대상이 혁신한다고 하는데 정작 혁신해야 할 사람은 조국(曺國) 자신이 아닌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가죽은 벗기지 않고 남의 가죽만 벗기면서 혁신 공천이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오죽하면 민주당 공천에서 최종 컷 오프(공천 배제)된 친문계 좌장 격인 홍영표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면전에서 “남의 가죽을 그렇게 벗기다간 당신 손도 피칠갑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겠는가?

둘째,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공화국의 가치는 무엇인가? 아마도 자유, 공정, 정의, 평등일 것이다. 조 대표가 저지른 입시 비리는 공정과 정의 원칙을 흔드는 중대 범죄행위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범행에 있어 대학 교수 지위를 이용해 수년간 반복적으로 범행을 행해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며 “특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그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범죄 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진지한 반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조 대표는 자신의 과오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하기는커녕 ‘방탄’과 ‘금배지’를 노리고 있다.

셋째. 대법원 판결 전에 어떻게든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비법률적인 명예 회복’이 이뤄지는 것인가? 조 대표는 자신의 죄를 묻는 2심 판결이 나오자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을 들고 나왔다. “판사가 주재하는 사법 판단에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민이 판단하는 정치적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법학자가 사법적 판결을 정치적 판결로 다시 재단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사법 체계와 국민을 무시하는 몰염치의 극치다.

조 대표는 “우리는 총선에서 10석을 획득해 원내 3당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공천 파동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이재명 사당화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이 조국혁신당을 민주당의 자매정당으로 인식하면서 지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총선 출구조사에도 확인되었지만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은 사람 중 비례대표 선거에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찍은 사람은 58.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열린민주당(7.4%), 정의당(13.6%), 국민의당(5.3%) 등 제3지대 정당에게 투표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10~22%까지 획득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40~50대와 호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비례대표에서 10석을 바라볼 수 있다. 조 대표는 만약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그런데도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면 명예가 회복되고, 자신의 범죄 행위는 검찰 독재에 의한 정치 보복이라고 강변할 수 있는가. 범죄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은 검찰이 아니라 판사가 하는 것 아닌가?

넷째, 정당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조 대표는 이재명 대표를 만나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을 찍고,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자신의 당을 찍어주길 바란다“고 한다. 이 무슨 해괴한 주문인가? 투표에 참여해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고유 권한이다. 그런데 이 대표가 민주당 지지층에게 비례대표 선거에서 자신이 만든 위성 비례 정당 대신 조국혁신당을 찍으라고 호소해달라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가. 조 대표의 의식 속에는 당 대표는 뭐든지 할 수 있고, 해도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이런 비민주적이고 초권위주의적 사고는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검찰 독재를 말하면서 이재명 독재, 조국 독재는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총선이 범죄 혐의자들의 도피처가 되고, 정당이 방탄의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정당 정치의 퇴행을 막기 위해선 현명한 유권자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칼럼 원문은 아래 [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429 [문화일보] 민심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24-04-23
2428 [문화일보] 위헌 소지 큰 ‘중처法’과 헌재의 책무 24-04-23
2427 [한국경제] 적화 통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24-04-22
2426 [아시아투데이] 우수한 ‘지배구조’ 가늠할 ‘기준’ 과연 타당한가? 24-04-19
2425 [파이낸셜투데이] 영수 회담을 통한 ‘민생 협치’를 기대한다 24-04-18
2424 [문화일보] 흔들려선 안 될 ‘신속한 재판’ 원칙 24-04-16
2423 [파이낸셜투데이] 민주 시민이 지켜야 할 투표 원칙 24-04-04
2422 [아시아투데이] 경제악법 누가 만들었나 따져보고 투표하자 24-04-03
2421 [중앙일보] 헌법 가치에 기반한 ‘새 통일방안’ 제시하길 24-04-02
2420 [시사저널] 1인당 25만원? 중국에 “셰셰”? 이재명의 위험한 총선 공약 24-04-01
2419 [아시아투데이] 서해수호의 날이 주는 교훈 24-03-26
2418 [문화일보] 선거용 가짜뉴스犯 처벌 강화 급하다 24-03-25
2417 [월간중앙] 부동산 정책 오해와 진실 (13) 24-03-22
2416 [파이낸셜투데이] 대한민국 정당들이여, 어디로 가려고 하나? 24-03-21
2415 [문화일보] 기업 목 죄는 ESG 공시… 자율화·인센티브 제공이 바람직 24-03-20
2414 [한국경제] 노조 회계공시, 투명성 강화를 위한 시대적 요구다 24-03-19
2413 [에너지경제] ‘규제 개선’ 빠진 기업 밸류업 지원정책 24-03-11
2412 [브레이크뉴스]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터질 것인가? 24-03-11
2411 [파이낸셜투데이] 정당정치의 퇴행을 누가 막아야 하나? 24-03-07
2410 [아시아투데이] 반(反)대한민국 세력 국회 입성 차단해야 24-02-2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