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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대한민국 정당들이여, 어디로 가려고 하나?
 
2024-03-21 15:38:41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4·10 총선을 불과 3주가량 앞두고 판세가 출렁거리고 있다.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국민의힘이 누렸던 반사이익은 사라지고 ‘윤석열 심판론’이 재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초는 대통령실이 제공했다. 정부는 지난 2월 6일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5학년도부터 5년 동안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려 연간 총 5058명을 선발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반발해 전공의 사직서 제출 및 병원 이탈 등 의료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의사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의 불편과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한국갤럽 3월 2주 조사(12~14일) 결과, “이번 일로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는 응답이 69%에 이르렀다. “내가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 가능성 있다”는 응답도 57%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출국금지 처분을 받고도 주호주 대사로 임명받아 출국했다. 야권에선 ‘도피 출국’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 수석이 지난 14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면서 “내가 (군) 정보사를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발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은 황 수석의 발언에 대해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에 대한 거대한 탄압”이라며 황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 및 발언들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을 재점화시키고 있다. 그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 및 국민의힘 지지도가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 3월 2주차 조사(3월 11~15일)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8.6%로 3주 연속 하락하며 4주 만에 다시 30%대로 내려갔다. 한국갤럽 3월 2주(12~14일)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36%로 지난주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 국민의 힘 지지도는 31%로 지난주 대비 무려 15%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힘에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조짐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상대로 ’전략적 충돌‘을 감행했다. 그는 19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더 민감해야 한다”며 이종섭 대사의 즉시 입국과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의 비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공천과 관련해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의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포함된 것과 ’호남 홀대론‘ 등을 지적했다. ’이종섭·황상무 거취 문제‘에 이어 비례 공천 불만까지 불거지면서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2라운드에 돌입한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대응에 대해 온도 차를 보이다가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한 위원장이 거부하면서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당정이 협력을 해도 이길까 말까 하는 중대 선거에서 총선이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윤-한 갈등’이 또 불거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이례적이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절박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당이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한동훈의 전략적 충돌을 윤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허용하는 것 이외에는 정답이 없다.

이렇게 정부 여당이 죽 쑤고 있는데 민주당의 행태도 가관이다. 마지막까지 공천 파동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단은 친문 좌장인 전해철 의원을 상대로 경기 안산갑 경선에서 승리한 양문석 후보의 과거 노무현 대통령 비하 발언에서 촉발됐다. 양 후보는 2008년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매국질도 넘어가선 안 된다”라고도 했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양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정상적이지 않고 도를 넘었다”면서 “재검증을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는 “노무현의 동지로서 양문석 후보의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당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친문 진영의 반발도 이어졌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양 후보 비하 발언에 대한 대처는 황당하고 국민의 문제의식과는 큰 괴리가 있다. 그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며 양 후보를 옹호했다. 더 나아가 “정치인이 정치인에 대해 말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취지로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사과를 했는데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논리라면 이재명 대표는 자신을 비판하는 어떤 사람에게도 돌을 던질 수 없고 무조건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민주당은 5.18 폄훼 발언을 한 국민의힘 도태우 후보, 과거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장예찬 후보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 목발 경품 발언을 한 정봉주 후보는 왜 교체되어야 하나? 그도 사과를 했고 표현의 자유를 만끽한 것 아닌가? 양 후보의 발언은 단순한 비하나 막말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걸핏하면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데 정세균 전 총리의 말처럼 “민주당에 몸담고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치인이 김대중 노무현을 부정한다면 이는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최근 ‘공천 결과 승복’을 내세웠던 친노·친문 진영이 양 후보의 공천을 두고 일제히 반발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가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친명계 양 후보를 적극 방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민주당은 더 이상 친노도 친문도 아닌 이재명의 당이라는 것을 선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은 막말 및 거짓 사과 논란을 빚은 정봉주 전 의원 공천이 취소된 서울 강북을 지역에서 차점자인 박용진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고 조수진 변호사와 전략 경선을 치르게 했다.

박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10%’에 속해 30%의 감점을 받고, 조 변호사는 여성이자 정치 신인으로 25% 가산점을 받았다. 박 의원에게 불리한 경선 방식도 채택됐다. 지역구 후보를 뽑는 경선임에도 국민 참여 여론조사 없이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 온라인 투표로 진행됐다. ‘권리당원 100%’ 투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비명인 박 의원은 절대 이길 수 없는 “답장너 경선”이었다.

한국 정당 공천사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집요하게 특정인을 떨어뜨리기 위해 감점 주고 세 차례나 경선을 치른 것은 전무후무하다. 정치에선 져도 이기고, 이겨도 지는 역설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박 의원은 비록 공천은 못 받았지만 과거 ‘바보 노무현’처럼 우직한 길을 걸어가면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 큰 상징 자산을 얻었다는 점에서 이긴 것이다.

반대로 이재명 대표는 박 의원의 공천을 막았다는 점에서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경쟁자를 제거하는데 아주 졸렬하고 집요하다는 이미지를 얻게 되어 진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도 지키지 못하고, 포용과 통합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이 ‘정권지원론’보다 훨씬 높은데도 불구하고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대 정당들의 이런 내재적 한계가 제3지대 조국혁신당의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윤석열 심판론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조국당의 ‘검찰 정권 심판’이 먹히고, ‘이재명 민주당’의 공천 학살과 정체성 붕괴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 진보, 4050 세대, 화이트 칼라층에서 조국당으로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죄 피의자 도피처가 된 조국당의 아킬레스건은 도덕성 논란이다. 이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2030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는 데 걸림돌이 된다. 또한, 인물의 도덕성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 조국당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하락세로 돌아설지 여부는 조국당에 포진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본격화하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대한민국 정당들이여, 어디로 가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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