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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근시안적 기업 상속세제 시정할 때다
 
2020-10-30 10:09:32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상속받는다는 것은 재산을 상속받는다는 게 아니라, 그 기업의 경영권을 상속받는 것이다. 그 경영권은 주식으로 표시되는데, 그 주식은 아직 현금화되지 않은 증권일 뿐이다.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미(未)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 부과로, 매우 부당한 것이다. 일반 소액주주의 주식과는 달리 경영권을 표시하는 주식은 함부로 처분할 수도 없다. 기업을 처분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독일은 기업과 고용을 유지하는 한 상속세가 거의 없고 7년 안에 기업을 처분하면 그때 상속세를 납부한다. 주식 상속 시점에서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래서 부당한 것이다.

본래 상속세 자체가 비열한 세금이다. 이미 소득세와 취득세 등 모든 세금을 낸 잔여재산을 단지 그 소유 명의자가 죽었다는 이유로 국가가 수탈하는 것은 사망에 대한 징벌이고 명백한 이중과세다. 사망자의 것이었던 재산은 그 사망의 순간 법적 실체(legal entity)로서의 가족의 재산이 된다. 상속세는 그 가족의 소유물을 뺏는 것이다. 상속세는 가족과 가문의 정체성(identity)을 깨뜨리는 국가의 파괴적 간섭이다. 상속재산은 가문의 상징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공작 제럴드 그로스베너가 2016년 8월 11일 64세의 나이로 숨지자 그의 25세 장남은 90억 파운드(약 13조 원)를 세금 없이 상속받았다. 부동산 재벌인 공작의 재산이 온전히 보전될 수 있도록 영국 정부가 약탈하지 않는 것은 가문의 전통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상속재산을 국가가 앗아가는 것은 사적 재산권을 보호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검약과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인센티브를 박탈한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의 근간을 파괴하고, 사적 자본투자에 기초한 경제질서에 심각한 비효율을 초래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2017년 연구 보고서에서 기업 상속세율을 50%에서 0%로 내리면 자본량은 7.25%, 고용량은 3.67%, 생산량은 8.46%, 실물투자량은 7.25%, 단위임금은 4.61% 증가한다고 했다. 국가가 앗아 가면 그만큼 고용과 생산은 위축되고 근로자의 임금마저 줄어든다. 민간과 기업에 부를 남겨두는 게 국가가 빼앗아 정부가 관리하는 것보다 경제적 효과가 훨씬 더 큰 것은 자명하다.

특히, 기업 상속은 기업의 존속(存續)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의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미래와 후손의 일자리를 파괴하며 결국은 나라를 망친다. 그래서 최근 많은 나라에서 상속세를 폐지한다. 가난한 러시아마저 지난 2006년에 폐지했다.

상속인에게 새로운 소득이 발생했으므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을 실현해야 하며, 부(富)의 대물림을 방지해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근시안적인 주장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최고세율인 60%가 넘는 가혹한 기업 주식 상속세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이 상속을 포기하고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 매매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라 한다. 이 시장의 주도권은 사모펀드와 경영권 승계 전문팀이 쥐고 있다. 중국계 자본까지 침투해 알짜 기업을 매수하거나 기술을 탈취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한다. 정치인들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오늘도 침묵한다. 표(票)를 의식한 비겁함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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