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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 기업하기 힘든 나라... 폭주하는 기업규제법
 
2020-10-27 09:51:25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정경제 3법’이란 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을 말한다. 그러나 실은 이 법안들은 공정경제 실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누가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름 하나는 정말 기막히게 잘 짓는다. 예를 들어 민주당에 당비를 내는 당원을 ‘권리당원’이라 부른다. 국민의힘은 ‘책임당원’이라 부른다. 돈 내고 책임까지 져야 한다니 기분이 참 좋겠다. 네이밍(naming)이 중요하다. ‘공정경제 3법’이라고 이름 붙이면 이들 법안이 진짜 공정한 법률들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은 공정경제 3법이 아니라 ‘기업규제 3법’ 또는 ‘기업파괴 3법’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왜냐하면 기업들은 꽁꽁 묶어놓고 기업을 공격하는 세력에는 기업을 때릴 몽둥이를 쥐어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0월 6일 “공정경제 3법은 우리 기업들의 건강성을 높여드리기 위한 것이지, 기업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법안이 아니라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했다.

이 말은 손경식 경총 회장이 기업들을 대변하여 “기업 경영과 투자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부담을 늘리는 법안이 많이 제출돼 있어서 경제계로서는 걱정이 크다”라는 호소에 대한 대답이다. 기업법 학자도 아니고 기업을 경영해 본 적 없는 정치인 이낙연 대표가 몰라서 그렇지, 이들 법안은 기업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법안이 맞는다.

이번 상법개정안은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개정이 추진되고 있으나 실은 펀드보호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상법개정안은 펀드들이 주식 취득 3일 만에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고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해 펀드 대표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 위원은 이사회 멤버이다.

펀드의 대표로 하여금 이사회에 버젓이 참여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사회에 참석하여 과연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 펀드의 속성은 투자 대상으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고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러고도 이사회가, 또 기업이 잘도 굴러갈 것으로 본다면 현실을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
‘공정경제 3법’이라는 이름조차 틀렸다

그런데 상법 개정으로 영향을 받는 기업은 이른바 거대 재벌기업이 아닌 상장 중소기업들이다. ‘이중대표소송’이든 ‘감사위원 1명 분리선임’이든 소액주주가 그 권리를 행사하려면 일단 어느 정도의 눈에 띄는 분량의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소수주주권의 종류에 따라, 또 상장회사냐 비상장회사냐에 따라 그 지분율은 발행주식총수의 0.01%에서 3%까지 다양하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일단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인 0.01%에서 3%까지의 지분 대량 취득 자체가 어렵다. 그러나 국내 사모펀드가 코스닥 상장기업 주식 0.01~3% 취득은 아주 쉽다. 시총 200억 원 규모인 자동차 부품업체 Y금속의 주식 1%는 겨우 2억 원이다.

시총 1조 5000억 원 규모 K사의 경우라도 150억 원만 가지면 충분하다. 자연히 알짜 강소기업이 타깃이 된다. 특히 펀드들은 연합세력을 형성해 기업을 공격하면 중소기업에 감사위원 1명을 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 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의결권이 3%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은 시가총액 수 10조 원 이하의 상장기업만을 펀드의 제물이 되게 만들 것이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검찰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고발이 들어오면 바로 기업을 수사할 수 있게 된다. 한국 검찰은 별건수사로 이름이 높다. 고발은 국민 누구나 할 수 있고, 검찰은 경성담합사건을 수사한다면서 전혀 다른 혐의까지 잡아 수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로서도 이미 발견한 범죄를 보고서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업은 별건수사가 두려워 노심초사 정권과 검찰의 눈치를 살펴야 할 것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마음 놓고 기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공정거래법은 본래 끊임없이 기업을 괴롭히고 성장을 방해하는 법률이다. 시달릴 대로 시달려 온 한국 재벌그룹들은 이미 대규모 사내 공정거래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고만고만한 중소기업은 공정거래 대응팀까지 꾸릴 처지가 되지 않는다. 규제3법은 기업 골탕 먹이는 법률 맞다. 그것도 재벌이 아닌 중소 상장기업과 기업인을 골탕 먹인다.

정치권 외에도 이 법안을 반기는 세력들이 있다. 예컨대 상법의 경우는 펀드들이다. 상법개정안은 상법을 펀드보호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펀드들은 은근히 이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펀드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부실한 기업을 인수하여 몇 년간 잘 가꿔 시장에 내놓으면 참으로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펀드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이다. 소수주주보호라는 명분하에 상법이 개정되면 이 펀드들은 소수주주로서의 행동반경이 크게 확대된다.

공정거래법은 한국 65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규제법이다. 지금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공정위의 권한이 더 강화된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규제를 먹고 사는 공무원의 힘은 커지고, 은퇴 후에도 전관예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은 금융회사를 계열회사로 둔 6대 대기업을 통합 감독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 법안은 감독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과 같은 금융권력의 권력은 더 커진다. 모든 법률의 타깃은 기업이다. 위정자가 무엇인가 열심히 일한다는 표시를 할 때 그 대상은 언제나 기업규제였다. 기업을 때리면 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기업들은 항상 그런(죽는다는) 소리를 한다”고 했다. 사실 김종인 위원장의 말대로 지난 30년간 기업은 얻어맞기만 했는데도 한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다. ‘기업이 다 죽게 생겼다’는 말은 이제 양치기 소년이 “늑대야!” 하는 소리처럼 거짓말이 되었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망한다는 호소

그러나 대런 애쓰모글루ㆍ제임스 A. 로빈슨이 말했듯이 국가가 계속 번영과 자유의 길로 나아가는 길은 아주 좁은 길이다. 자칫 이 좁은 회랑을 벗어나면 늑대에게 물려간다. 지금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업들(U-Turn 기업)의 숫자는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초라하다.

미국은 2010년 이후 2014년 340개, 2015년 294개, 2016년 267개에서 2017년 624개, 2018년 886개로 크게 증가해, 연 평균 369개 기업이, 10년 만에 3327개 기업이 유턴했다. 한국은 2013년 12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했다.

그러나 이 법률 시행 후 2014년에 20개 기업이 한국으로 돌아온 이래 리쇼어링 기업 수는 겨우 74개에 불과했다. 이들이 돌아온 이유도 노동규제와 환경규제가 사라져서가 아니다. 스마트 팩토리, 로봇활용 등 제조업의 자동화부문에서 후진국보다 낫기 때문에 돌아온 것이다.

이들 법안에 찬성하는 김종인 위원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겨우 비례대표로 선출된 의원 몇 명만이 이들 규제 3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들린다. 다른 의원들은 대체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상법이나 공정거래법은 지역구 문제가 아니므로 굳이 나설 이유도 없다. 독일어권에서 경제ㆍ경영학을 수학한 학자 300여 명으로 구성된 한국질서경제학회가 10월 6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ㆍ여당이 추진하는 ‘기업장악 3법’에 동의한 김종인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학회는 입장문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30년간 재벌개혁 타령으로 반기업정서를 부추기고 한국경제의 활력을 훼손한 장본인”이라며, “경제민주화로 한국사회를 퇴행시킴과 함께 학자적 양심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학자들의 성토가 이 시대, 이 나라에 무슨 메아리가 있으려나. 그래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경영계에서는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경제연구소,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경영경제연구소, 경제연구원 등 재계 싱크탱크가 함께 나서 여당 의원들을 만나 공정경제 3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을 계획이다”고 한다.


무기력한 야당을 패스하고 여당과 직접 협상하는 길을 선택했다. 지금이라도 칼자루를 쥔 민주당과 협상해 최소한의 개정으로 마무리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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