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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수사지휘권 본질과 ‘정권 방탄’악용
 
2020-10-22 10:49:48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또다시 발동됐다. 취임 9개월 새 벌써 3번째다. 한명숙 사건 위증교사 의혹 사건 배당 교체, 채널A 사건에 이어 라임 사건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내용이다. 72년 헌정 사상 한 차례밖에 발동되지 않았던 수사지휘권을 5선의 집권 여당 대표 출신 법무장관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일은 수사지휘권의 본질에 관한 근본적 물음을 제기한다.

검찰과 정치권력과의 관계는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검찰의 독립성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확보할 것인지, 반면 그에 상응한 검찰의 책임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검찰의 책임 담보를 위해 검사 인사권과 함께 검찰에 대한 구체적 사건 수사지휘를 허용할 것인지, 법무부가 어느 범위까지 감독권을 행사하고 이를 독립성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문제다.

전 세계적인 추세는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해 가는 것이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정치권력이 검찰 수사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하기 때문에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는 범죄 혐의가 명백한 경우 법무장관이 고등검사장에 대해 기소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인정해 오다가 2013년 이를 전면 폐지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도 법무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고등검사장단에 대한 일반적 지휘권만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검찰청법 제정 때부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추 장관의 경우처럼 현역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법무장관으로 임명될 수 있어 문제다. 정치권력이 검찰 수사에 직접 개입함으로 인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훼손뿐만 아니라, 검사 인사권까지 행사하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검찰의 예속을 심화시킬 수 있다. 역대 법무장관들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자제해 왔던 것도 그 때문이다.

추 장관의 라임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은 직권남용 소지가 농후하고 부적절하다.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피해도 문제지만, 기동민 의원 등 다수의 집권 여당 관계자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5000만 원 뇌물 수수 의혹까지 법정에서 제기돼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주범 김봉현의 진위가 극히 불분명한 옥중서신을 핑계로 한 ‘정권 방탄용 지휘권 발동’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 지휘권 발동은 검찰청법 제8조에 위반돼 위법하다.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을 뿐이다. 지휘권 배제는 총장 직무의 일부 ‘정직’에 해당한다. 이는 징계에 의하지 않고는 해임·면직·정직 등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는 검찰청법 제37조에 배치된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어떠한 정당성도 찾기 어렵다. 정치적 목적에 따른 정치권력의 검찰 수사 개입이 일상화하면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지휘권 발동 사태가 위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지휘권 발동이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정권의 유지·존속을 위한 권력기관 사유화를 막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권의 권력기관, 통치자의 권력기관에서 국민의 권력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은 묻는다. 문재인 정권의 ‘정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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