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sun issue & focus 8월호
1. ‘8·15’의 같은 듯 다른 의미들
우리는 매년 8월 15일을 기린다. 이날에 우리가 부여한 정치적 용어는 ‘해방’된 날이기도 하지만 ‘광복·독립·건국’된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날을 다른 날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해 국경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들이 같은 날 일어난 사건을 규정하고 있어 때론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정치적 의미가 가미되면 같은 용어이지만 다른 의미(同音異意)를 갖는다. 이는 주로 정치적 용어는 실천적 용어라는 속성 때문에 나타난다.
우선 ‘해방(liberation)’은 ‘구속이나 억압, 속박을 풀어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치적 의미의 해방은 ‘어떤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다른 민족 또는 국가의 지배가 사라지는 것’이다. 즉 우리의 입장에서 해방은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것’이며, 그날이 1945년 8월 15일이다. 또한 ‘해방’이라는 용어는 사용자의 정치적 사상에 따라 다른 의미도 가진다. 즉 자유민주주의자에게 ‘해방’은 ‘구속이나 속박에서 벗어나는 일반적 의미다. 반면 공산주의자에게 ‘해방’은 노동자계급과 피압박민족에 대한 정치·사회·경제적 탄압과 착취가 모두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즉 ‘노동해방’은 자본가 계급과 그들의 제도를 타도하고 노동 계급의 독재가 실현되는 계급투쟁이 완료된 상태이며, ‘민족해방(national liberation)’은 피압박 민족이 정치적 독립을 확보한 후 공산주의 체제의 독립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광복(光復)은 ‘다시 빛을 찾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광복을 ‘국권 회복’이라는 정치적 의미로 사용해 왔다. 즉 1910년 일본에 강제 병합된 대한제국의 상실된 국권을 회복한다는 은유적 표현이 광복이다. 또한 우리는 광복을 국가 주권을 회복한다는 통상적 용어인 ‘독립(independence)’과 같은 의미로 사용해 왔다. 즉 광복이 곧 독립이다. 한국광복군은 ‘Korean Independence Army’라는 영문 명칭을 사용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광복이 곧 독립이라는 상호 호환적(inter-exchangable) 동의어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 두 용어 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광복’은 주권(Sovereignty)의 ‘회복(restoration)’에 방점을 둔 용어라면, ‘독립’은 주권의 ‘확립(establishment)’에 방점을 둔 용어다. 여기서 ‘주권의 회복’이나 ‘주권의 확립’은 ‘주권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같은 위상을 갖는다. 하지만 주권 보유를 과거의 회복으로 보느냐, 새롭게 획득하는 것으로 보느냐에 대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국권의 회복인가?’, ‘국권의 확립인가?’의 문제는 역사관에 따라 용어 선택에도 차이를 보여준다. 즉 광복은 반만년 유구한 역사에서 잠시 빼앗긴 국권 회복을 강조하기 위한 용어다. 반면 독립이라는 용어는 국가가 이미 소멸되어 주권을 새로 획득할 수밖에 없고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라는 점이다. 관점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한제국의 멸망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주권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광복보다는 독립이 더 합리적 용어라 판단된다.
그리고 건국(nation building)은 ‘나라를 새롭게 세우는 것’이다. 건국의 기본 요소는 국토, 국민, 주권이다. 이들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권(Sovereignty)이다. 주권이란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최고의 통치권’으로 대내적으로는 최고의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대외적으로는 자주적 독립성을 가진다. 결국 주권이 있는가 여부가 독립을 결정하고 나라를 세울 수 있는 핵심 요소다. 1945년 8월 15일은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미군정 통치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주권이 없었다. 우리는 해방 이후 건국 과정을 통해 1948년 8월 15일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 반면 북한은 소련의 지원으로 공산주의(사회주의)를 기반으로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했다. 이처럼 남북은 외형상 국가의 기본 요소를 갖추고 출발했지만, 실질적 내용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주권의 근원’이 어디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바로 ‘국가 자체를 주권의 주체로 보는가?’, 아니면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보는가?’가 관건이다. 전자는 절대주의나 전체주의의 일당 독재체제를 정당화 논리이며, 후자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성과 법적 기반. 자유, 권리, 참여를 보장하는 근거다.
2. 통일한국을 위한 선택의 기준
다음 주권의 근원은 제도의 속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민주권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해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를 창출했고, 국가주권은 일당독재에 기반해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를 고착시켰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포용적 제도는 가장 광범위한 계층을 포함하며, 개인의 재산권이 보장됨으로써 광범위한 다수는 노력한 만큼 과실(果實)을 얻을 수 있고, 과실 보장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포용적 제도에서 개인의 발전은 물론 국가사회 발전이 이루어졌다. 반면 일당독재에 기반한 착취적 제도는 국가사회의 대다수는 배제되고 일부 소수의 특권계층만을 위해 각종 제도가 작동한다. 착취적 제도에서 재산권 보장 장치가 미흡해 개인과 국가사회의 발전은 정체·지체된다.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가 이룬 성과의 극명한 차이는 한반도 분단 80년의 역사가 입증해 주고 있다. 성과의 극명한 차이는 한국의 국민총소득(GNI)이 북한의 59.8배이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29.7배라는 사실이 증명해 준다.
3. 완전한 독립과 완전한 건국을 위한 과제
통일한국이 완전한 독립과 건국을 완성하며 이때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자유다. 즉 국민주권의 핵심 가치는 자유이며, 포용적 제도의 핵심 가치도 자유이다. 자유가 중요한 까닭은 자유가 가진 가치 때문이다. 즉 자유는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도록 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자유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에 따라 선택하고 선택에 따른 도덕적 법적 책임도 가진다. 또한 자유는 진리의 발견, 비판과 혁신, 과학적 발전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경제적 번영을 촉진하는 가치이며, 표현·결사·언론의 자유를 통해 민주주의의 토대로 작용한다. 그러나 자유는 방종이 아니라 책임과 타인의 존중 속에서 자율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가치라는 점에서 포용적 속성도 있다.
분단 이후 남북한 정치체제에서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 요인은 체제에 자유가 있는가 없는가다. 바로 자유가 개인과 국가사회 발전의 핵심적 가치라는 의미다. 이런 중요한 가치를 북한주민들은 지난 80년 동안 전혀 향유하지 못했다. 아니 자유의 소중한 가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왔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통일을 지향하는 같은 민족이 할 도리가 아니다. 즉 민족의 헌법적 도덕적 책무를 방기·포기한 것과 같다는 비판을 모면할 수 없다. 이제 우리의 헌법적 도덕적 책무는 자유를 북한 지역에 확산시켜 자유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자유의 확산이 북한 주민 스스로 독재적 국가주권의 기반을 허물고, 착취적 제도의 부당성에 저항할 힘을 길러주는 바탕이 된다. 바로 자유의 확산은 북한 주민에게 정신적 인프라를 제공해 주는 것이며, 이는 북한 주민 스스로 자유통일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북한 김정은이 한류(韓流) 유입 차단에 혈안인 까닭은 한류가 북한 체제에 직접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징후들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사회통제 3대 악법(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했다. 이처럼 북한당국의 대책을 강구했지만 주민들은 새로운 방책으로 대책을 우회할 것이다. 바로 약 800만 대의 휴대전화가 방책의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정부 스스로 50여 년 동안 운용해 오던 북한 정보화 수단을 포기하고 북한의 대남한 방송·언론 정보는 개방한다고 한다.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최소한 남북한 동시 정보 개방이어야 한다. 독일통일은 통일전 동서독의 방송 동시 개방이 큰 역할을 한 것을 주지의 사실이다. 동독 주민들이 서독 방송을 통해 서독 체제의 우월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같이 공유(shared knowledge)하게 되었고, 공유된 지식이 축적되고 필요성을 절감해 공통의 지식(common knowledge)이 되어 체제저항의 불씨가 되었으며, 이 불씨가 뭉쳐져서 동서독 통일로 이어졌다. 이처럼 독일통일은 서독이 경제력을 앞세워 동독을 흡수한 통일이 아니라 동독 주민 스스로 서독연방으로의 편입을 결정해서 이루어진 통일이다. 그래서 독일은 무혈 통일이 가능했다. 이제 다시 우리는 독일통일이 주는 교훈을 거울삼아 통일한국의 방책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완전한 독립, 완전한 건국을 완성할 수 있다. 통일한국을 통해 완전한 독립, 완전한 건국을 완수해야 한다. 이것이 시대가 우리에게 준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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