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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시대정신 탐색
 
2021-06-02 13:38:21
첨부 : issue_focus_jun.pdf  
Hansun issue&focus 6月호 

<시대정신 탐색>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여야 정당이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여당은 당대표를 선임했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곧 당대표를 뽑는다. 하반기에는 내년 대선 준비로 방향을 선회할 전망이다. 언론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선 여론조사를 하고 있지만 누가 각 당의 대선후보가 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 공감을 유발하는 시대정신을 누가 어느 당이 올바르게 제시하느냐이다.  

  나라를 이끌어가려면 지향가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헌법정신이 있다. 이것은 자유·민주·공화주의 등 헌법에 규정한 국가운영의 기본가치이다. 헌법에 규정하지 않았지만 애국애족의 마음처럼 우리 내면에 면면히 흐르는 정신이 있다. 이것을 국가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정신은 시대변화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시대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이다.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정신이다. 시대정신이 오늘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방점이 있다면 국가정신은 오늘과 미래를 포괄하는 지향가치이다. 같은 이념이라도 국가정신이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지향가치라면 시대정신은 현시대의 절박한 상황을 집약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 2030세대가 보는 시대정신의 의미
  대통령 임기 중 보궐선거는 정권심판 성격이 짙다. 그러나 대선은 지속가능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향가치가 필요하다. 표를 의식하면 중장기적 국가정신보다 현안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시대정신이 중요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세대는 문재인 정부의 ‘평등·공정·정의’의 시대정신에 대해서 표로 답했다. 보궐선거 직후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은 오세훈 후보에게 72.5%의 몰표를 준 반면 여성은 박영선 후보에게 44%를, 오 후보에게 40.9%를 투표했다. 20대 여성의 15.1%는 소수 후보에 투표했다. 자신들의 소신을 당당하게 투표로 표출했다.

  2030세대는 발전된 대한민국 시민으로 태어나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윗세대하고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다르다. 윗세대들은 자유민주주의를 투쟁해서 얻었지만 2030세대들은 자유민주주의는 주어진 조건이었고 경제적 풍요 속에서 성장했다. 이들은 주어진 조건을 바꾸려 한다면 저항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를 중시한다. 부동산, 세금, 교육, 교통, 안전, 환경 등 생활정책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 그 사례이다. 이들은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점, 능력의 차이, 공헌도에 따른 보상의 차이를 인정한다. 예외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고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2030세대의 정치적 특성은 정당이나 그 정당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이슈에 따라 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다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중시하지만 공동체의 발전과 미래도 생각한다. 일자리, 부동산, 가상화폐, 젠더 문제 등 개인적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는 요소인 상식과 염치를 중시한다. 이런 연유로 이들은 갈등보다 협력과 화합을 선호한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대한민국 발전의 양대 축으로 보고 대립관계보다는 포용과 배려의 관계이기를 기대한다. 성장과 분배, 자본과 노동의 관계 역시 대립적 관계보다는 조화와 공존의 관계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 시대정신 탐색
  시대정신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대상황을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정신 탐색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밝힌 평등·공정·정의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시작한다. 4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평등·공정·정의의 시대정신은 허언이 되었다. 오히려 일자리 등 많은 부문에서 기회는 줄어들거나 불평등해졌고 과정은 불공정했으며 결과는 부정의로 귀결됐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간 국정운영은 헌법정신인 자유·민주·공화주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자유와 시장의 역할을 축소시켰다. 여기에 의회와 사법부 등 주요 헌정기관을 장악함으로써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원칙까지 무너뜨렸다. 임기 초에 밀어붙인 적폐청산은 구습이나 인습 타파보다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감옥에 가두는 정적 공격수단으로 활용됐다. 2020 총선에서 여당이 국회의원 180석을 차지하자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안건은 야당의 동의 없이 다수의 힘을 이용해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선거에서 승리했으니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상식도 염치도 없는 승자독식의 일방통행이었다.

  반면 편 가르기는 더욱 깊어졌다. 공정하고 공평해야 할 법 적용 역시 조국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판이 지연되거나 수사팀을 와해시켰다.  시위도 친 정부단체와 반 정부단체로 재단하고 대처했다. 같은 사안이라도 내가 하면 로맨스고 다른 사람이 하면 불법이라는 내로남불 행태를 보였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지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이유로 “Naeronambul”(내로남불)을 들었을까? 보궐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 자체 평가보고서에서도 ‘내로남불’이 민심을 잃게 된 가장 큰 요인이었음을 실토했다. 2030 세대들은 학생 시절에 배운 ‘법 앞에 평등’이라는 진리가 현실에서 부정되는 것을 보고 당황함을 넘어 분노했다. 

 정치뿐만 아니라 정책 또한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 외교안보와 대북정책을 비롯해서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재정, 부동산, 교육, 과학기술, 노동, 탈원전, 환경, 복지 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이념을 앞세워 기존 정책을 무너뜨리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새 질서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를 준비하는 정책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판 뉴딜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정책이라고 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1년 반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방역 선진국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백신 조기 확보에는 실패했다.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백신스와프를 기대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신 미국은 한국군 55만 명분 공여를 약속했으나 실제는 얀센 100만 회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백신확보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 국민의 삶과 경제도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백신확보와 접종이 방역대책이고 경제 활로를 가져다주는 묘약이 되고 있다. 세계는 이미 ‘백신 우등국가’와 ‘백신 열등국가’로 양분되고 있다. 우등국가는 일상으로 복귀와 경제회복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나 열등국가는 일상으로의 복귀도 경제 활력도 뒤처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이 크다.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버리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도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이들은 자포자기하고 있다. 현 사회상황을 ‘헬조선’으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생망’이라고 부르는 자조적인 용어가 이를 상징한다. 이 와중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과 공직자들의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가 젊은이들에게 실망을 넘어서 분노를 유발했다. 

- 시대정신과 국가정신
 한반도선진화재단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를 대비하는 시대정신을 탐색하고자 몇 차례 회의를 가진 바 있다. 현상분석에서 오늘의 시대를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상식과 기본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치는 국민과 유리된 자기들만의 정치, 독선과 오만의 정치로 평가했다. 일자리 기회가 줄어들고 노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법은 자기 지지층에는 관대했지만 반대 세력에게는 엄격했다고 지적했다. 

  긴급히 대처해야 할 과제로 코로나19, 부동산, 일자리를 들었다. 국민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자유와 경제활동 제약,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면서 1년 반 동안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해왔다. 부동산 문제는 가격급등이다. 시장보다 국가주도의 수요규제 부동산 정책의 결과이다. 일자리는 경제가 성장해야 가능하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 등 반기업 정책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 기업들이 44조 원을 미국에 투자할 예정이다. 미국은 기업에 대한 규제보다 인센티브를 준다. 

  문재인 정부는 인권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의 소리를 전하는 창구조차 봉쇄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에 등을 돌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외교는 친중국, 친북한 정책으로 외톨이 신세가 되었다. 그나마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화 길로 접어들었지만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안보의 개념도 확대되고 있다. 국방에서 식량, 에너지로 현재는 경제와 기술로 그 영역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선택이 더욱 중요해졌다. 

   시대정신은 변화하는 시대상황을 고려하고 미래까지 담아야 한다. 미래 세대인 젊은이들을 위한 희망이 담겨야 하는 이유이다. 젊은이들은 괜찮은 일자리를 원하고 1/n의 분배보다 공헌도에 따른 배분의 ‘공정(fair)’을 주장한다. 타파크로스(TAPACROSS)는 2019, 2020년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의 이슈를 분석한 뒤에 ‘공정, 정의, 안전’을 2021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사회상은 ‘기회와 노력에 대한 공정’, ‘범죄·비리에 엄정’, ‘질병·범죄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사회로의 대전환’이었다. 

  종합하여 정리하면 시대정신은 ‘인권존중과 염치(상식·양심의 회복)에 바탕 한 ‘공정·정의·안전’ 그리고 일자리 창출과 기회확충을 유발하는 ‘경제성장’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시대정신이 한 시대 상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래로 나가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시대정신이 국가정신과 맥을 같이 해야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공동체가 존중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이런 시대의 니즈에 부응하는 정신이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이념인 ‘공동체자유주의’이다. 이는 개인의 발전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2030세대의 생각과 맞닿아있다. ‘공동체자유주의’는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이다. 자유가 인간 개개인의 존엄과 창의를 유발하는 것이라면 공동체는 가정, 학교, 사회, 국가, 역사, 자연(환경) 등 공동체 간 연대를 강화하면서 공동체 본연의 가치와 목적을 추구해나가는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공동체자유주의’에는 개인행복의 원리, 사회구성 원리, 국가발전의 원리가 담김으로써 ‘국가정신’으로 발전시켜 나갈 당위성을 내재하고 있다.

 시대정신이 자유·민주·공화의 헌법정신과 조화를 이루고 ‘공동체자유주의’가 국가정신으로 승화될 때 밝은 한반도의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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