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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가정의 달
 
2021-05-03 16:06:42
첨부 : issue_focus_may.pdf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5월은 어린이 달이자 가정의 달이다. 때마침 지난 426일 한국의 이민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 미나리에서 열연한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와 사랑의 가치였다. 가족이란 사랑으로 감싸고 어루만지고 격려하면서 서로 기대고 의지하는 관계이다. 이번 미나리영화의 오스카상 수상은 가족공동체의 가치가 세계의 보편 가치임을 일깨워 주었다. 가족이란 즐겁고 행복하면 그 자체로 만족하고, 어렵고 힘들면 함께 힘을 모아 고난을 극복한다. 실의에 빠진 사람,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가족의 사랑으로 구원하고 희망을 찾아준다.

 

- 가족의 변화와 가치의 재발견

 

가족공동체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족공동체 변화에는 핵가족화 현상, 1인 가족, 자녀를 갖지 않는 맞벌이부부인 딩크족 증가에 더하여 이혼 증가,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 가족의 파편화 현상까지 가세하고 있다. 오늘날 경제상황으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상 역시 가족파편화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가정의 달 5월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달이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이 더욱 그립다.

 

가족공동체의 변화 양상은 전통적인 혈연중심을 넘어선다. 입양이나 재혼가정의 증가를 비롯해서 비혈연 관계임에도 종교나 경제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가족처럼 함께 공동 생활하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가히 가족의 재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이혼, 별거, 미혼모, 미혼부 등 가족의 파편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가족의 파편화 현상은 사회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유발한다. 서로 의지하고 돌보고 일이 발생하면 서로 감싸고 녹여냄으로써 가정에서 치유되던 일들이 이제는 조그만 갈등까지도 외부에 노출된다. 때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극히 예외적인 사건이지만 8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서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과 울산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 탯줄조차 떼지 않은 신생아의 유기사건 등이 그 사례이다. 가족파괴현상은 가족 파편화에서 유발된 부작용의 한 단면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우리가 맞이한 중요한 과제는 가족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때마침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 코로나 팬데믹이 가족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믿을 곳은 가족뿐이고 가족의 사랑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 사례가 역설적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대책이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관계가 강화되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직장 업무를 집에서 하는 재택근무제도가 유행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간과했던 가족의 가치와 가족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는 어느샌가 가족과 떨어져서 사는 것에 익숙해졌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아들, 딸이 직장을 찾아 떠나면서 핵가족화로 변하고 가족과 헤어져 사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설상가상으로 정보화와 디지털 사회의 전개는 그나마 사람냄새 나는 대면사회를 비대면 사회로 바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면서 가족 간에 단절됐던 대화가 오가고 놀이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이렇듯 코로나 팬데믹이 일상의 풍경을 바꾸어놓으면서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 가족공동체의 가치와 윤리

 

가족 공동체는 혈연으로 이루어진 긴밀한 공동체이자 모든 공동체의 기본이다. 공동체의 유지·발전은 서로 배려하는 마음과 상호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행동에서 이루어진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가능하다. 모든 공동체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다. 다만 가족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와 다른 것은 사랑의 밀도가 더 깊다는 것이다. 가족공동체의 핵심가치와 윤리는 사랑과 효()이다. 부부의 사랑, 자식의 부모공경, 형제간의 우애가 그렇다. 여기에 믿음이 추가된다. 사랑은 믿음을 전제로 한다. 믿음이 있어야 사랑이 꽃을 피운다. 부부의 사랑과 신뢰,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자식의 부모에 대한 공경이 모두 믿음에 기초한다.

 

() 역시 중요한 가치이자 윤리이다. 효는 어버이를 섬기고 공경하는 마음이다. ‘에는 봉양의 의미도 있지만, 오늘날 봉양의 의미는 많이 퇴색됐다. 대가족제도가 아닌 핵가족 시대이고 인간 수명이 길어지면서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기 위한 경제적 조건도 여의치 못한 현실 때문이다. 노인들의 소외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날의 에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 더욱 강조된다.

 

한편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 즉, 양육문제가 가정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나이 든 부모는 자식들과 떨어져 살다보니 외로움을 느끼고, 부모가 된 자식들은 자녀의 양육 문제에 부딪히면서 서로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변화 역시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이다. 변할 것 같지 않은 가족제도가 다양한 변화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가족의 모습은 전통적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타인이라도 생계를 같이하며 돌보는 친밀한 관계라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이다. 전통적인 가족공동체 규범으로는 이런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시대변화를 반영한 비혈연 관계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가족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가족공동체의 복원을 넘어 재창조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가능해진다.

 

- 가족공동체의 복원·재창조 과제

 

오늘날 우리는 전통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발전으로 새로운 것이 좋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존·발전시켜야 할 것이 있다. 부모에 대한 효도이다. 자식의 부모에 대한 존경과 봉양의 방법은 변했지만 효의 윤리는 변하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대에 맞게 계승되고 발전되어 오고 있다. 가정에서의 가부장문화 개선이나 성 평등 현상이 그 사례이다. 오늘날 가정을 보면 위계질서가 엄격했던 가부장 문화 대신 가족 모두가 함께 대화하는 참여 문화로 바뀌고 있다.

 

가족공동체의 복원·재창조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혈연관계를 넘어서는 가족 구성원을 묶어주는 핵심 가치가 있어야 한다. 바로 사랑이다. 함께 사는 식구보다 떨어져 사는 식구가 더 많은 현실에서 오늘날의 가족은 같이 사는 식구만 가족이 아니다. 정보화와 디지털 시대의 축복으로 떨어져 살아도 함께 사는 것처럼 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은 가족 간에 일상의 소소한 얘기부터 집안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대화방이자 소통의 장이다. 화상통화로 서로 얼굴을 보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멀리 있더라도 옆에 있는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통신수단의 발전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가까이 있는 것 처럼 부모에 대한 공경, 부부간의 사랑, 형제자매간에 우애를 표현하고 다질 수 있다.

 

여기에서 유념할 것이 있다. 아이들 훈육이다. 예전에는 가정교육의 한 방법으로 밥상머리교육이 있었다. 어른들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예의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졌다. 교육을 위한 체벌 또한 허용됐다. 이런 교육방식은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자녀 훈육을 위해서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라는 것은 어떤 이유이든지 폭력성을 갖는다. 아동학대 사건도 그 근원을 보면 바로 이런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사랑의 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사랑의 매대신, 칭찬을 통한 훈육을 해나가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과 같이 칭찬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훈육해야 한다. 이 방법이야말로 아이들의 인권을 지켜주면서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이 될 것이다.

 

가족공동체의 복원·재창조에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역대 정부 모두 그동안 다양한 출산정책을 시행했지만 성과는 미흡했다. 돈으로만 하려 하지 말고 출산과 보육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쉬운 것부터 도와주는 지원행정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선진국에서는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의사가 출생등록을 해준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유리천장과 출산에 의한 경력단절을 깨는 적극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물론 현재에도 출산장려금 지원, 산전?산후 휴가 확대 및 육아 휴직제 등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어느 정책이 성과가 있고 없는지를 분석하고 평가하여 정책의 효과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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