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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진영의 덫에 갇힌 2020 대한민국
 
2020-12-02 09: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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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2020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대한민국은 2020년에 무엇을 이루었는가? 아무리 찾아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금년 한 해, 대한민국을 휘감았던 정치와 정책은 단연 검찰개혁 갈등과 부동산 규제정책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다. 현 정부는 집권초기에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검찰을 우대하며 지지하다가 갑자기 반대세력으로 돌변하면서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금년 내내 이어진 법무부와 검찰과의 내분은 검찰개혁이라는 목적 대신 장관과 총장의 상하위계 논쟁과 행정집행의 옳고 그름을 다투는 갈등으로 변질되었다. 부동산 정책은 시장이나 수요자의 니즈를 무시하는 규제정책으로 이곳저곳의 아파트값을 상승시키는 풍선효과만 유발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징벌적 과세까지 동원해도 효과는 없고 오히려 전세난까지 유발했다. 전세가격은 시간이 가면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년 내내 지속된 코로나19 감염병은 마스크쓰기의 생활화,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으로 우리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으면서 경제침체와 사회역동성을 떨어뜨렸다. 2020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의 복병을 만나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고 멈춰선 느낌이다.

 

-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2020 대한민국 정치는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15 총선으로 거대 여당이 출현했지만 발전지향의 자세보다 힘의 정치만 과시하고 있다. 정치윤리까지 저버리고 있다. 총선 직후에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발표하고 이어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까지 드러났다. 여기에 거여(巨與) 정당의 정국 독주는 의회정치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는 당헌까지도 헌신짝 버리듯 한다. 소속 단체장의 '중대한 잘못'으로 발생한 재·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도록 되어 있는 당헌 규정까지 바꾸어 내년에 있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려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꼼수까지 쓰고 있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표심을 얻고자 4년 전에 확정된 김해신공항계획을 갑자기 백지화하고 대신 그 당시 제일 낮은 평가를 받았던 가덕도 신공항을 입법을 통해 강행할 태세이다.

 

코로나 방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1년 내내 방역에 온 힘을 쏟았지만 한편으로는 통치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방역을 빌미로 보수 성향의 10.3 개천절 집회는 차벽을 설치해 적극 차단하더니 확진자가 증가하는 시기인 11.14 민주노총의 민중대회와 11.25 총파업 집회는 막지 않았다. 서울시는 감염 확산세가 뚜렷해지자 다급히 1124일부터 연말까지 '1천만시민 멈춤 기간'을 선포했다. 지난 10월 소비진작 명분의 소비쿠폰 발행과 멈춤 기간선포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었다.

 

대외정책 역시 시행착오 연발이다. 대미정책은 시종일관 방위비 분담, 전작권 전환, 북한 문제로 시간을 보냈다. 북한 문제는 1년 내내 본질인 핵 폐기에는 접근도 하지 못한 채,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발, 해수부 공무원 피살에는 눈을 감고 종전선언에만 매달리는 헛된 시간을 보냈다. 한중관계는 사드 갈등 이후 국익과 관련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저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균형외교를 강조했지만 중국은 한국에 대해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일관계는 문 정부 취임 이후 갈등의 연속이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나면서 일본의 소재부품에 대한 수출규제, 군사정보보호협정 갈등을 겪다가 금년 들어서 토착왜구, 죽창가, 친일청산을 외치면서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러다가 11월에는 갑자기 경색된 한일관계의 정상화 명분을 내세우면서 유화무드로 돌아섰고 주일 대사까지 교체할 예정이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국민들은 이런 현실을 어떻게 보고 평가할까? 지난 반세기 피땀으로 이루어놓은 경제 기적이 불과 4년도 안 되어 헝클어지면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졌다. 반기업 정책과 친노조 정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해도 취업할 곳이 여의치 않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의 안정된 직업을 잡기 위해 발버둥 친다. 부동산값이 폭등하자 공인중개사 시험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에도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자 젊은이들은 영혼까지 끌어다 집을 사려고 몸부림친다. 우리 사회는 지금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공정, 배려, 포용, 협력에 대한 가치분별력조차 잃어버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위정자들은 난정(亂政)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보다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고 있다. 정책전환을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에는 마이동풍이다.


일부 국민은 정부가 인심 쓰듯 뿌리는 재난지원금 등 각종 현금 지원에 고마워하고 있다. 현금 뿌리기는 이미 4.15 선에서 그 효력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준 돈은 공짜 돈이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을 대리인인 정부가 자기 돈처럼 인심 쓴 것이다. 돈이 부족하자 여당과 행정부는 국채까지 발행하여 생색을 내고 있다. 국채는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이다. 후손들에게 빚을 넘겨주면서도 위정자들은 미안한 기색 없이 옳은 일을 한 것처럼 당당하다. 전형적인 탈진실(post-truth)의 행태이다. 깨어있는 국민이라면 자기 돈이 아닌데도 자기 돈처럼 인심 쓰는 정부의 행태를 꾸짖고 투표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가 침묵한다.

 

- 진영논리의 집단사고함정에 빠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고, 옳고 그름까지 분별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을 잡자마자 사법부를 장악한 데 이어 권력기관과 언론을 장악하고 시민단체와 노조까지 끌어드려서 우군을 형성했다. 여기에 금년 4.15총선까지 압승했다. 국회 300의석중 180(더불어민주당 163, 더불어시민당 17)을 얻었고 우군인 열린민주당 3석을 고려하면 183석이다. 헌법 개정을 제외한 모든 입법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막강한 여당이 되었다. 강한 정부, 강한 여당이 되면서 정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힘을 가졌으니 내 맘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결과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 원칙은 사라지고 대통령과 여당의 독주만 계속되고 있다. 국리민복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은 안중에도 없다.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약속한 평등.공정.정의라는 촛불의 꿈까지 던져 버렸다. 이들이 의식하는 것은 정치적 지지층인 문빠뿐이다. 이런 현상을 가져온 원천은 진영논리이다. 진영논리의 집단사고에 빠지다 보니 반대 의견이나 충언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의 임기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이들에게는 국민생각보다는 정권 유지가 우선이 될 것이다. 20년 집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그 사례이다.

 

언행은 꽤나 역설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난정을 혁파하고자 촛불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고 나서 펼친 정책은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은 진영논리의 집단사고함정에 빠져서 자기들만이 옳다고 믿는 것만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다. 자기들 지지층만을 국민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해수부 공무원이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당한대도 구하기는커녕 탈북자로 낙인찍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생중계되는 국회 국감장에서 8.15 광복절 집회 주동자를 살인자라고 했다.

 

이렇듯 이들의 진영논리는 권력의 사유화 현상을 유발했고 이는 다시 또 다른 난정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사건,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조국 사태, 윤미향과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의혹,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성추행 사건, 라임 옵티머스 사건 등에서 권력의 사유화 현상을 엿볼 수 있다. 한편 권력기관 개혁은 명분과 실제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공수처는 위헌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채 출범을 앞두고 있고 검찰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검찰총장 몰아내기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대한 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 남용에 이어서 급기야는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청구와 직무집행정지명령을 감행했다. 이는 결국 검사들의 반발을 유발함은 물론 권력기관 개혁의 명분까지 퇴색시켰다. 극소수의 친정부 검사들을 제외하고 전국의 평검사에서 지검장, 고검장까지 위법?부당하다고 반발한 것이 그 반증이다. 실제 서울행정법원은 12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직무배제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총장직 복귀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정책실패까지 가세하고 있다. 정책은 흐름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펼치는 정책마다 흐름을 막거나 역행하고 있다. 외교, 대북,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52시간제 등), 재정, 기업규제, 주택?부동산, 친 노조,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자사고?특목고 폐지, 복지 포퓰리즘 등이 그러하다. 그러니 정책이 성공할 리 없다. 금년 4월에 발표한 한국판 뉴딜정책도 지켜볼 일이다. 10월에는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탈원전 정책 전환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한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을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 기업을 옥죄고 있다. 금년 정기국회에서도 기업규제 3(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러면서도 정부는 실패한 정책은 자기 탓이 아니고 전 정권 탓이라고 한다.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있다. 내 탓이 없으니 반성도 없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4번째 부동산 정책을 펼쳤지만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이다.

 

-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지난 36개월의 정치는 미래로 나간 것이 아니라 과거로의 회귀였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개혁을 얘기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정치개혁은 언급조차 없다. 정치가 먼저 개혁되어야 한다. 개혁대상이 나서서 권력기관의 개혁을 외치는 난센스는 멈춰야 한다. 대신 내용을 아는 지식인과 시민단체가 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권력에 동조한 시민단체는 비판기능을 잃어버렸다. 앎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지성인이 아니라 지식인에 불과하다. 다수의 지식인들은 정부의 권력이나 문빠등과 같은 다중의 위력을 두려워한다. 이들은 권력과 정치는 멀리하는 것이 좋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침묵을 합리화한다. 개인적으로 칼럼을 통해 자기 의견을 밝히거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처럼 일부 시민단체가 나서고 있지만 영향력이 크지 않다. 진보지식인들은 이른바 '진보정권'을 비판하는 것을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며 나서기를 꺼려한다. 역사적으로 올곧은 지성인과 권력은 항상 서로 불편했다. 선비정신을 가진 지성인은 옳지 못한 권력행사에 비판적이었고 권력에 저항해왔다. 지식인은 지성인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지성인은 옳은 것은 옳다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실천하는 용기와 지조를 가진 사람이다.

 

2020년 연말을 맞아 우리 모두는 지난 1년을 뒤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고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제4차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기술발전에 따른 기계와 인간의 관계, 기후변화와 환경의 문제, 현 시대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공정과 정의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고 시대에 부응한 비전과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과거에 매몰되어 미래를 보지 못하는 정치,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정부,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 희망과 꿈이 없는 국민은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깨어있는 국민이 나라를 구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을 비롯한 시민 개개인이 우리나라의 현재를 정확히 파악하고 모두 힘을 합쳐서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 누군가 해줄 것이라고 믿거나 바라지 말고 스스로 해나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2021년은 모두 함께 미래로 나가는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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