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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제복의 품격
 
2020-11-04 10:45:23
첨부 : issue_focus_nov.pdf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제복이란 특별한 직군의 사람들이 입는 복장이다. 공직 중에는 경찰, 소방, 군인, 교도관 법복을 입는 판검사가 이에 해당한다. 모든 제복은 해당 직군을 상징하는 복장이 있다. 일부 직군에는 계급에 따라 제복이 달라지고 위엄과 권위가 주어진다. ?검사가 법정에 들어갈 때 제복을 입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제복을 입게 되면 언행이 신중해지고 믿음이 묻어난다. 그래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정직성과 책무성이 높다는 인상을 준다. 제복에 품격이 묻어나는 이유이다.

 

 

- 제복은 책임감의 상징

제복은 정직성과 책임감의 상징으로 비쳐진다. 제복은 소속감과 일체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복을 입으면 직무와 직분에 충실하고자 마음을 바로 잡는다. 제복이 주는 위엄과 책임감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선비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옛날 선비들은 집에 있을 때도 의관을 정제하고 책을 읽거나 일을 봤다고 한다. 벼슬길에 나서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의관을 정제하는 이유는 행동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시 잡기 위함이다. 제복에 품격이 깃드는 이유이다.

 

제복은 권위를 상징한다. 제복에 그 권위가 주어지기까지에는 오랫동안 제복을 입은 사람들의 정직성과 책무성 그리고 언행이 인정받아 신뢰가 축적된 결과이다. 그래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몸가짐이 중요하다.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사일언에 신중해야 한다.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그가 속한 직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제복이 지속적으로 위엄과 권위의 상징성을 확보하려면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정직하고 성실할 뿐만 아니라 책임감 있는 신중한 언행으로 품격을 갖춰야 한다.

 

제복을 입은 공직자들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특수한 직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책임감이 중요하다. 이들은 대부분 국민의 삶과 국가안위의 현장에 있다. 치안을 챙기고, 법질서를 세우고 재소자를 교화시키고 화재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나라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나라가 혼란할 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이들이 한다. 법의 공정한 집행도 이들 몫이다. 이들은 위기 상황일수록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한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하는 곳은 주로 권력기관이다. 그래서 이들은 법의 지배원리에 충실해야 하고 준법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도덕적으로도 정직해야 하고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이런 기대와는 다른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제복을 입은 경찰과 군인은 물론이고 법복을 입은 일부 검사와 판사들까지 그런 경향을 보인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항상 제복에 합당한 처신을 했는가를 자기 양심에 비추어 돌아봐야 한다.

 

- 제복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사람들

작금 제복의 품격이 손상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추미애 장관 아들 서 씨의 '휴가 미복귀 특혜 의혹' 사건이 하나의 사례이다. 서씨에 대한 최초 고발은 올 1월이었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은 8개월째 수사를 미적거렸다. 9들어서 각종 증언과 증거가 나오고 국회에서 논의가 일자 검찰이 수사를 재개했다. 수사가 지연되는 8개월 사이에 서류보관기간 3년의 경과로 관련 서류는 폐기됐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추 장관 아들과 비슷한 시기에 군복무를 한 어느 일병은 복귀시간에 17분 늦어 실형 선고를 받았다. 대구지법은 신병교육대를 18분 이탈한 훈련병에게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렇게 일벌백계로 다루는 것이 군율인데 서 씨는 휴가를 끝내고도 복귀하지 않고 휴가연장을 했다. 이를 보고 국민들은 사안의 옳고 그름보다 공정한 법적용을 요구한다.

 

추장관의 발언 역시 새겨볼 일이다. 추장관은 국회에서 여러 차례 '아들 휴가 관련해서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수사결과 카톡에는 추장관이 김00대위 전화번호를 보좌관에게 알려주는 내용이 있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검찰은 수사 재개 한 달도 되지 않은 928, 관련자 전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국감에서는 추장관에 대해 야당의원의 “27번 거짓말지적에, “나한테 27번 윽박질렀죠라고 했다.

 

서 씨의 군복무 특혜 의혹에 대한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의 언행 역시 군의 품격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915일 국회답변에서 동일한 사안인데도 여당 의원과 야당의원의 질문에 다른 뉴앙스로 답변했다. 여당 의원이 허가권자 허락 없이 서씨가 휴가 연장을 했는가라고 질문하자 “우리 군은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야당의원 질의에서는 규정상으로 치료일만 병가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장관이 이러하니 전화로 휴가를 연장해도 규정위반이 아니라는 국방부 발표가 이상하지 않다.

 

군의 기강해이는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까? 그 사례가 바로 서해바다에서 조난당한 공무원의 북한군에 의한 피살 사건이다. 실종된 현직 공무원이 시범공동어로구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장면을 군이 인지하고서도 구출노력을 하지 않았다.

 

제복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은 경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개천절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거대한 구조물을 세우고 심지어 골목 입구에도 방벽을 세워 자유로운 통행을 막았다. 명분은 코로나 19 방역이었지만 이날 대공원에는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몰렸다. 코로나 19는 어느 특정한 지역에서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다. 경찰의 행위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준이 달랐다. 광화문에서의 집회금지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고려할 때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해경 역시 제복의 권위를 실추시키는데 뒤쳐지지 않았다. 해수부 공무원이 서해에서 조난당하고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하여 수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월북자로 낙인찍었다.

 

- 제복의 품격 제고 과제

공직자는 본인 스스로에 엄격해야 한다. 특히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일반 공직자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 우리사회에는 대통령 취임연설의 한 구절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내용의 역설적 결과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 예속화는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정치가 그렇게 만들었지만 관료의 기회주의도 한몫했다.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검찰의 정치화 현상, 정권에 빌붙으려는 편 가르기 현상, 검사동일체 원칙이 무색해진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에 대한 반기, 검언유착 수사과정에서 검사장에 대한 부장검사의 폭력행사, 그런데도 그 부장검사는 징계도 받지 않고 정기인사에서 승진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더욱 큰 문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렬 검찰총장의 갈등과 장관의 검찰에 대한 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의 남용이다. 이는 국회 국감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71년 헌정사에서 2005단 한차례 발동됐다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이다. 추장관은 최근 5개월 사이에 세 차례나 수사지휘권이 행사됐다. 이미 지난 6월에 한명숙 전 총리 위증교사 의혹사건, 7월에는 채널A 기자사건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이번에는 라임 펀드사건과 성질이 다른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사건을 묶어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은 애초부터 그런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법의 정치화 현상도 마찬가지이다. 작금에 보여준 주요사건에 대한 판결을 보면, 법의 공정과 정의의 상징성이 무색해졌다. 판사는 판결로서만 말한다고 한 법언이 깨져버렸다. 현직 판사가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시대이다. 대법원장은 물론 법원의 주요 보직은 특정 이념과 서클 출신들이 장악하면서 판결에 이념과 진영논리가 작동하는 구조로 변질되었다. 실제 대법원의 선거 재판과 노조 판결을 보아도 그 내용에는 법의 정신보다 이념과 진영논리가 배어있다. 법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법원은 법치수호 기관인데 바로 이 법원이 법치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인공지능(AI)이 판사를 대신했으면 좋겠다고 할까? 인공지능은 정치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제복을 입으면 당사자는 스스로 마음을 다진다. 입은 자의 자긍심이 녹아있는 '명예로운 제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복을 입은 공직자는 다른 어느 공직자보다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일에 솔선수범한다. 이렇듯 제복이 주는 의미는 매우 무겁다. 하지만 일부 제복을 입은 고위직들의 낯선 행태가 제복을 입은 공무원의 자부심을 무너뜨리고 있다.

 

정치가 더 이상 제복을 입은 공직자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 역시 국민과 국가에 충성할 뿐, 정치나 권력의 시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영혼이 없는 제복보다 영혼을 가진 제복을 입은 공직자가 되어야 한다. 국민 역시 질서유지에 나서는 경찰이나 긴급 출동한 소방관에게 욕설을 해서는 안 된다. 공권력에 대한 폭력은 더욱 안 된다. 선진국답게 제복 입은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 특히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게는 최고의 예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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