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세미나

  • 행사

  • 사진

  • 영상 LIBRARY

  • 공지사항

  • 뉴스레터

[한선·동아/공동기획] 측근정치 시스템이 대통령 부패 불러…독립 감시기구 둬야
 
2009-05-21 10:30:35

 

“측근정치 시스템이 대통령 부패 불러…독립 감시기구 둬야”

                         

 

대통령 부정부패 방지 위한 긴급 토론회
동아일보-한반도선진화재단 공동기획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수사 대상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도 들어있다. 청와대를 둘러싼 권력형 비리는 정권 교체 때마다 터져 나와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동아일보는 20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과 공동으로 ‘대통령 부정부패 재발 방지를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끊이지 않는 대통령과 친인척 및 측근들의 부패를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숭실대 강경근 교수(법학),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정치학), 서울대 문용린 교수(교육학·전 교육부 장관), 한국외국어대 황성돈 교수(행정학·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수석부의장)가 함께했다.

 

참석자:  강경근 숭실대 교수·전 한국부패학회장
         모종린 연세대 교수·힐스거버넌스 센터장
         문용린 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장관
         황성돈 한국외국어대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수석부의장
         (사회=최영해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


 

■ 대통령 부패 왜 일어나나

 

대선 공생관계 5년간 그대로 이어져
자리-이권 노리는 사람들 靑에 손벌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평가한다면….

 

▽ 문용린 교수=암 덩어리가 있으면 제거하는 게 의사의 책무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든 말단 공무원이든 잘못했으면 사법 기준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국가 위신을 고려해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생각은 창피한 일이다.

▽ 강경근 교수=대통령은 영도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5년간 행정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도 법을 어기면 처벌 받는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황성돈 교수=국제 투자환경과 연계해 생각하면 노 전 대통령의 부패는 국가 망신이다. 외국인들이 투자할 때는 이익 회수 가능성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 투자는 신뢰에 기초한다. 하지만 부패 국가에서 이게 가능하겠는가.

▽ 모종린 교수=실망스러운 면도 있다. 비공개 수사가 원칙인데도 검찰이 자꾸 수사 내용을 흘린다.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과 측근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 문용린 교수=사회 전반의 부패성이 문제다.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유착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현상의 일부다. 권력 주변엔 이해관계자 집단이 있고 이들은 강한 삼투압으로 자정 장치를 뚫고 들어간다.

▽ 강경근 교수=대통령이 국정의 지휘자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자리’를 배분하는 조정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맺은 관계가 국정 수행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공생관계를 끊지 못하니까 자리를 챙기려는 사람들이 청와대에 직접 손을 벌린다.

▽ 모종린 교수=측근을 양산하는 구조가 문제다. ‘대통령 만들기’는 기업화돼 있다. 대선 캠프는 사실상 대선 10년 전부터 만들어진다. 수많은 전문가와 정치인이 캠프에 참여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들은 보상을 요구한다. 인사의 폐쇄성과 부패가 생기는 이유다.

▽ 황성돈 교수=대통령은 최고 권력을 갖고 있는 데 비례해 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돈을 필요로 한다. 불법 자금을 가장 확실하게 은폐할 수 있는 곳이 청와대다.

 

 

■ 독립감시기구 필요한가

 

지금 제도론 친인척-측근 감시 한계
감사원 직무 감찰 활성화도 한 방법

 

 

―대통령민정수석실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 사례에서 보듯이 친인척 감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청와대 바깥에 독립적인 기구를 둬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 문용린 교수=외부 기구도 좋지만 검찰이나 법원 등 사법기구의 공정한 판단과 규제가 전제돼야 한다. 사법적 심판 기능이 약화됐기 때문에 대통령 비리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 법을 어겨도 권력자를 만나서 문제를 풀면 엄청난 이득이 온다는 인식이 사회 속에 팽배해 있다. 이를 고치는 방책을 만들겠다는 원칙 아래 외부 사정기관을 둬야 할 것이다.

▽ 황성돈 교수=민정수석실의 원래 임무는 대통령과 친인척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 내 참모진을 관리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때도 외부 기구를 만들려고 했지만 국회와 검찰, 감사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가청렴위원회가 있었지만 현 정부 들어 국민권익위원회로 흡수돼 지금은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청렴위를 다시 독립시켜야 한다. 감사원도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보내고 직무 감찰을 강화해 대통령 비리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강경근 교수=청렴위가 있을 때 국가청렴도 지수가 계속 올랐던 경험이 있다. 공무원들의 청렴도가 개선됐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정작 대통령 측근 비리는 막지 못했다. 상설 특검제를 도입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전담 검사를 붙여 놓자는 주장도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감사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 산하로 이관할지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청와대 감시 전담기구를 감사원 안에 두면 상설 특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모종린 교수=근본 원인은 연고주의다.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친인척뿐 아니라 측근, 지인, 후원자, 대선 과정에서 관계를 맺은 다양한 이익집단을 감시하는 게 필요하다. 연고주의 척결을 위해선 비록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 해도 인사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대통령은 공인이다. 공인에 대한 감시를 인권 침해 차원으로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

 

 

■ 부패 방지 제도적 방안은

 

대통령 일정 공개하면 효과적
대선후보 후원금 제도도 개선해야

 

―외부 감시기구 이외에 부패와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있다면….

 

▽ 황성돈 교수=청와대 전용 특별 행동준칙(code of conduct)이나 직무수칙을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에서 반부패 관련 교육을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최근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 사건이 터진 뒤 내부 게시판에 행동준칙을 띄웠다고 한다. 청와대는 부패하기 쉬운 곳이다. 건설 공사장보다 어떻게 보면 더 위험하다. 하지만 공사장에는 ‘안전제일’이라는 경고문이라도 있지만 청와대에는 그것도 보이지 않는다.

▽ 문용린 교수=과거에는 대기업과 권력의 유착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대기업 관련 비리가 별로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들이 워낙 세게 당했기 때문이다. 불법적인 이득을 봤으면 정권이 바뀐 다음에 호되게 당하게 된다는 학습효과가 필요하다.

▽ 강경근 교수=일본 신문을 보면 총리의 동정이 분(分) 단위로 나온다. 최고 권력자의 통치 행위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에게 항상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밀실이 없으면 특권도 없다.

▽ 모종린 교수=현행 정치자금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는 후원금을 걷을 수 없게 돼 있다. 특별당비와 당 차입금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검은 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 황성돈 교수=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강화하는 것도 비리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남긴 기록을 잘 보전하기 위한 취지로 법이 제정됐다. ‘박물관법’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법이다. 대통령이 누구와 언제 통화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를 모두 기록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행위가 통제된다.

▽ 문용린 교수=국회가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 비리 같은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으면 국회가 나서서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 국회는 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

 

정리=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해외 反부패 노력은

 

싱가포르 총리 최측근 자살에도 사정 지속
일 본 “국민의 뜻” 비리정치인 수사 강행

 

1990년대 초반, 홍콩에 진출한 한 국내 섬유기업 지사장은 홍콩지사로 출근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부패방지 사정기관인 염정공서(廉政公署·ICAC) 직원의 방문을 받았다. 이 직원은 “홍콩에 투자해 준 데 대해 정부를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업을 하면서 공무원이나 민간회사에서 부당한 요구를 받을 경우 ICAC에 신고하면 3일 안에 해결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장은 홍콩의 부패방지 노력에 깜짝 놀랐다. 이뿐 아니라 ‘부패에 연루됐다가는 사업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일화를 직접 들은 황성돈 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같은 기업인은 홍콩에서 발붙일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정공서는 머리 맥리호스 전 홍콩 총독이 1974년 만든 반(反)부패 사정기관이다. 맥리호스 전 총독은 홍콩 경찰들이 연관된 부패사건이 터지자 ‘비상시국’으로 규정하면서 염정공서를 신설하고 경찰제도를 개선하는 등 대대적인 반부패 정책을 시행했다.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의 사례도 최근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비리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 전 총리는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새로 만들어 막강한 권한을 줬다. 1986년 20만 달러의 뇌물수수 의혹을 받던 최측근이자 절친한 친구인 테체앙 당시 국가개발부 장관은 리 전 총리의 단호한 부패 척결 의지 앞에서 자살을 택했다. 테 전 장관은 유서에서 “내 실수에 대해 내 스스로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처벌로 대가를 치르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느낀다”고 적었다. 리 전 총리는 측근 장관의 자살 이후에도 CPIB를 앞세워 철저한 사정을 계속했다. 황 교수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청렴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부패 근절을 전담하는 강력한 독립기관과 함께 지도자와 국가 차원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측근 비리와 관련해 정치·행정 분야 전문가들은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근절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콩에서는 오후 시간대에 부정부패 방지를 주제로 하는 공익광고가 매일 방송된다. 30년 넘게 방송이 계속되면서 홍콩 시민의 반부패 의식을 높이고 있다. 일본에는 1950년대 조선(造船)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 옷을 벗어야 했던 전 오사카 고검장인 ‘가와이 신타로’ 얘기가 유명하다. 이 사건에 유력 정치인 수십 명이 연루돼 이를 덮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가와이 검사는 “법이 국민의 뜻”이라며 수사를 고집했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와이 검사 얘기는 일본 검찰은 물론이고 일본 국민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며 “사정의 엄정함과 공정함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2009년 5월 21일(목) 동아일보 에 실린 기사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141 [한선·한경/공동기획] 구조조정 방향과 과제 09-06-05
140 [한선·한경/공동기획] 최근 경제현황 및 위기대응 평가 09-06-05
139 [한선·동아/공동기획] 측근정치 시스템이 대통령 부패 불러…독립 감시기구 둬야 09-05-21
138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9-1.정치발전] 09-05-19
137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9.정치발전] 09-05-19
136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8-1.행정] 09-05-12
135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8.행정] 09-05-06
134 [선진화아카데미] 청년한선7기 합격자발표안내 09-05-04
133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7-1. 노동] 09-04-28
132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7.노동] 09-04-28
131 [선진화아카데미] 청년한선 7기 모집안내 09-04-22
130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어디로 가나 [6-1. 공공개혁·규제개혁] 09-04-14
129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6. 공공개혁·규제개혁] 09-04-14
128 [주례세미나] 한국사회 갈등해결의 길 (2009.04.10) 09-04-09
127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5-1.과학기술 분과] 09-03-30
126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5.과학기술 분과] 09-03-30
125 [주례세미나] 뉴미디어 시대, 눈높이 커뮤니케이션 (2009.03.20) 09-03-17
124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4-1.교육문제분과] 09-03-17
123 [한선조선/공동기획] 2009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 [4. 교육문제 분과] 09-03-16
122 [연속학술심포지엄] 한국의 이념 논쟁(2) :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 (2009.03.26) 09-03-16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