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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22] 제2차 서울-산동대학-한중동북아 포럼(강연원고)
 
2015-04-22 11:36:14


동아시아 어디로 가는가?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재단 상임고문)

(서울대 명예교수)


1: 문제의 제기--전쟁인가 평화인가

 

동아시아의 미래질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전쟁과 정체로 갈 것인가? 평화와 번영으로 갈 것인가?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확산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liberal internationalism)]가 인류에게 엄청난 정치적 발전과 경제적 풍요를 가져 왔다. 2차 대전 전 10여개 하던 민주주의국가가 2000년에는 119개 국가로 뛰어 올랐다. 1550년부터 1950년 가지 약 400년 동안 지구촌의 평균 경제성장율은 년 1%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950년 이후 지구촌의 평균 경제성장율은 년 4%를 넘어서 왔다. 20세기 전반에는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겪었으나, 20세기 후반에는 강대국 간의 본격적인 직접 충돌은 없었다.

동아시아의 미래질서가 전쟁으로 갈 것인가? 평화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은 지난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21세기에도 지속하는 한가? 과연 우리가 이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가? 아닌가? 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사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보면 지난 세기 후반의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자유무역, 민주주의, 국제협렵기구, 세계평화주의 등---는 대단히 특별한(unique) 질서였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보면 대단히 예외적인 질서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70년간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등장하고 확산되는데 [자유주의적 국가내부체제]를 가진 미국이 지난 기간 세계의 제1의 초강대국이었다는 사실이 크게 기여했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이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 오늘날 어떠한 구조적 변화가 오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그러한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여야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보도록 한다.


2: 진행 중인 3가지 변화


지금 동아시아 주변에는 3가지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세계권력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19세기는 영국의 시대였다면 20세기는 미국의 시대였고 이제 21세기는 분명 아시아의 시대이다. 우선 중국이 욱일승천(旭日昇天)하고 있고 인도가 뛰 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도 러시아도 한국도 모두 국력이 굴기(屈起: rising)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 앞으로 어떠한 나라가 될 것인가이다. 왜냐하면 중국이 이 지역에 영향력이 높아진다고 하면 당연히 이 지역의 지역질서(regional order)는 중국이 앞으로 어떠한 국가체제(국가내부체제)를 가질 것인가에 의하여 결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중국은 이미 경제는 개방화 자유화하였으나 정치는 아직 개방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중국이 앞으로 정치개방까지 포함한 [자유주의 국가(liberal state)]로 변화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非자유주의 국가(illiberal state)]로 남을 것인가? 가 이 지역의 미래질서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만일 중국이 점진적이나마 자유주의국가로 변화 발전하여 간다면 지난 70년 동안 지속되어 온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질서가 앞으로도 지속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는 미국의 상대적 지위 내지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절대적 지위와 영향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 그리고 모든 유럽국가의 국방예산을 합친 것 보다 많다. 아직도 미국의 GDP는 17조 달라 이상으로 세계 GDP의 23% 수준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경제발전을 하려면 반드시 미국경제와 관계를 맺고 미국시장에 들어가야 한다. 미국의 힘이 아직 절대적 우위인 것을 사실이나 그러나 상대적 지위가 약화되는 것도 확실하다. 이것은 지금까지 세계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지지해 온 미국이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지킬 의지와 그 능력이 상대적이지만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의 약화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아시아의 여타 강대국들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세계패권이 약화되면 될수록 동아시아에서는 [지역패권경쟁]이 더 격화될 것이다. 아니 이미 상당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셋째는 한반도를 둘러 싼 동아시아에서 국가주의적 민족주의(state nationalism)가 강력하게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에서 국가민족주의가 고양되고 있고 前 근대적인 重商主義的 富國强兵戰略이 재등장하고 있다. 냉전이 끝나면 이제 국민국가(nation state) 중심에서 벗어나 포스트 모던(post-modern)한 세계질서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았지만 역사의 진행은 오히려 정반대인 것 같다. 특히 동아시아가 그러하다. 유럽의 EU와 같이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포스터 모던한 질서가 등장하지 않고, 역사를 역류 하듯이 前 근대(pre-modern)의 시대로 가고 있다. [부국강병의 중상주의]와 군사력으로 문제를 풀려는 [힘의 정치(power-politics)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국가민족주의의 재등장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보편주의라고 부른다면--- 지난 70여 년간 인류가 쌓아 온 보편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각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중국의 경우를 보면 어느 나라든지 그러하지만 경제발전에 크게 성공하면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세계의 중심]이 되고 싶어 한다. 명실 공히 [세계 가운데에 있는 나라] 즉 中國이 되고 싶어 한다. 청(淸)나라 멸망이후의 굴욕의 역사를 벗어나 세계제국이었던 지난 역사의 영광, 명예, 자긍심을 회복하려 한다. 한마디로 세계중심으로서의 중국의 실현 즉 新中華主義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신중화주의의 추구 방식을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라고 명명되는 중상주의적 부국강병전략에서 찾고 있다. 결국 중국은 [신중화적 패권주의]의 길을 가는 셈이 된다. 그래서 우선은 지역패권을 목표로 그리고 길게는 세계패권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은 지금 중국공산당 일당지배의 정당성---즉 정치적 非개방화 非자유화의 정당성---을 바로 이 부국강병전략과 新중화주의 추구에서 찾으려 한다. 그래서 중국의 꿈(中國夢)을 이야기하고 있다. 왕도(王道)의 길보다는 패도(覇道)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본은 普通國家라는 이름하의 新强大國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세기 후반기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놀란 만큼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후, 이제 일본의 새로운 국가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평화헌법을 고치면서 군사적 自强을 높이고 더불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결속을 위하여 복고적인 [배타적 민족주의]의 부활을 부채질 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는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 일본 사회가 이렇게 급격히 우경화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론 중국의 굴기이고 또 하나는 한반도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신들의 국가정체성 혼란 때문이다. 이 중 한반도 미래의 불확실성이란 대한민국이 장기적으로 과연 누구편이 될지 모르겠다는 우려와 불신을 의미한다.

러시아도 강대국으로 회귀하고자 한다. 냉전시대의 영광 즉 二極(bi-polar) 시대의 세계권력의 중심축의 하나였던, 그 시대의 영광과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 냉전이 끝난 후 러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추락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다. 푸틴(Putin)은 소련의 붕괴를 [낡은 지정학의 재앙]으로 보고 있다.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국가주의적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국제간 분쟁을 평화적으로 보다는 군사작전으로 해결하려는 [힘의 정치]로 가고 있다. 냉전이 끝난 이후 한 때 보였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질서에의 적극적 참여 움직임은 이미 중단 된지 오래고, 과거의 非자유주의 국가체제로 역주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대한민국도 압축적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성공함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지난 1200-300년간의 중국의 변방, 36년간의 일본의 변방, 그리고 해방 후 미국과 소련의 변방의 시대를 확실하게 끝내고 [세계중심국가]--- 세계일등의 선진국가와 세계평화의 중심국가--가 되고 싶어 한다.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어 민족의 자존 독립 번영을 달성하고, 더 나아가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국가(global state) 즉 [세계모범국가], [세계공헌국가]가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한반도 통일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통일은 기존의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변동을 수반한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은 동아시아 기존질서에의 도전이면서 새로운 미래질서를 열기 위한 역사적 기회가 되고 있다.


3: 변화가 주는 의미---歷史인가? 市場인가?


위에서 본 몇 가지 구조변화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한반도를 둘러쌓고 소위 강대국들의 국가주의적 민족주의 간의 패권경쟁이 재현되고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즉 강대국 경쟁(great power rivalry)의 부활위험이 커지고 있다. 패권주의와 부국강병노선이 경쟁하면 자유무역주의는 후퇴할 것이고 신중상주의가 부활할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의 확산은 중단되고 권위주의내지 독재주의(autocracy)의 회귀가 일어날 것이다. 한마디로 지난 70여년 간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자유무역과 세계평화--는 후퇴할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둘째: 더 걱정인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한 축으로 하는 [권위주의적 국가자본주의]진영과 미국과 일본을 다른 한 측으로 하는 [민주주의적 시장자본주의] 진영이 서로 대립 갈등하는 모습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동아시아에서는 불가피 신 냉전(new cold war)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리고 그 갈등과 대립의 한 가운데 한반도가 놓이게 된다.

주지하듯이 一黨制 國家에서는 (1) 국가권력의 유지, 즉 黨의 생존과 (2) 국리민복(이윤의 극대화)의 증대, 두 가지를 목표로 국가운영과 세계전략을 짠다. 그러나 항상 당의 생존이 국리민복보다 우선한다. 반면에 多黨制 國家에서는 일당 생존의 의미는 적고 국리민복(이윤의 극대화)이 가장 중요한 국가목표가 된다. 두 나라 모두가 이윤의 극대화만을 목표로 움직일 때는 서로 이익이 되는--서로 win-win 하는--- 국가 간 양보와 타협이 가능하다. 그러나 一黨국가에서는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지배정당의 생존이 문제가 되면 국가 간 양보와 타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자유주의 국가들 간에는 평화의 가능성이 더 크지만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국가 간에는 갈등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이야기이다.

셋째: 결국 앞으로 동아시아에서는 두 가지 힘이 대립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힘이 더 크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동아시아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하나는 [歷史의 힘(power of history)]이고 다른 하나는 [市場의 힘(power of market]이다. 전자는 [낡은 地政學의 힘]이라고 볼 수 있고, 후자는 [새로운 地經學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역사의 힘]이란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모두 과거 자신들이 걸어 왔던 [제국의 역사]를 반복하려 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역사의 관습 내지 역사의 굴레(業)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들은 이웃의 의견을 무시하는 [패권의 제국(empire of hegemony )]을 만들 것이고 항상 [一方주의](unilateralism)의 유혹을 받을 것이며, 이웃과의 관계가 결국 [중심과 변방]이라는 종주국과 종속국의 관계로 안정화되는 것을 희망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이론적 관념적으로는 [자유의 제국(empire of liberty)]도 있을 수 있지만 동아시아의 과거역사를 보면 그러한 왕도(王道)의 길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동아시아는 치열한 군비경쟁을 수반하는 패도(覇道)의 길로 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시장의 힘]의 힘이란 무엇인가? 주지하듯이 시장은 분업과 협업에 기초한 상호의존과 상호이익의 場이다. 그래서 상호존중의 장이다. 제국의 역사가 수직적 지배복종의 場이라면 시장질서는 수평적 호혜적 평등관계의 場이다. 한마디로 雙方주의(bilateralism)가 지배하는 장이다. 시장에서는 패권주의가 통하지 않고 약소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일방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수평적 보편성을 가지는 세계문명표준이 지배하게 되고, 국제관계는 자주독립과 상호존중과 호혜평등의 관계로 나아가게 된다.

역사의 힘(帝國의 힘)과 시장의 힘(世界化의 힘) 중 어느 힘이 더 강할 것인가? 이에 의하여 동아시아의 미래가 전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평화로 갈 것인가? 가 결정될 것이다. 역사의 힘은 과거의 힘이고 기득권의 힘이다. 그러나 시장의 힘을 미래의 힘이고 理想의 힘이다. 일반적으로 현실주의자(realist)들은 역사의 힘이 시장의 힘 보다 더 강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그 예로 제 1차 세계대전의 경우를 많이 든다. 제 1차 세계대전 시 영국과 독일의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지금의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도 보다 더 컸었다. 그러나 경제적 상호의존이 아무리 커도 전쟁을 막지 못하지 아니 했는가? 라고 주장한다. 그 사실은 옳다. 그러나 과거에 그러했다고 하여 앞으로도 반드시 그러해야 하는가? 역사는 단순 반복, 그리고 주기적으로 순환하여야 하는가? 理想과 合理의 힘은 현실과 기득권의 힘에 항상 밀리는 것이 역사인가? 아니 역사이어야 하는가?


4: 전쟁을 평화로 바꾸려면?


강대국 간의 패권경쟁의 흐름이 격화되고 있는 오늘의 동아시아에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몇 가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강대국간--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한반도--의 협조체제(concert of power)를 만들어 나가는 길이다. 1815년부터 1845년경까지 유럽에서의 평화는 강대국 간의 협조체제의 구축이 성공한 결과였다. 그러나 강대국 간의 협조체제의 구축에는 강대국 간의 공동의 가치와 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동아시아의 강대국 간에 공동의 정체성, 가치, 비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동아시아는 하나다’ 라는 깃발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둘째는 동아시아에서 지난 70 년간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계승 유지 발전시켜 나가려면, 동아시아 각국의 국내 국가체제가 보다 자유주의적이 되어야 한다. 이 점이 중요하다. 러시아와 중국이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라도--중국의 특색이나 러시아의 특색을 유지하면서도-- 반드시 정치적 사회적 자유화의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국내는 권위주의적 독재구조를 유지하면서 국제질서를 민주적 자유구조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자유와 민주의 가치가 존중될 때 비로소 대외 외교노선에서도 자유와 민주의 가치가 추구되고 실현될 수 있다. 물론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도 끊임없이 보다 [넓고 깊은 자유화]의 길로 나가야 한다. 그 점에서는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 없다

셋째는 한반도의 통일이다. 한반도의 분단의 지속--통일의 실패--은 동아시아의 패권경쟁구도를 크게 강화시킬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강대국 간의 패권적 팽창주의의 각축전이 바로 한반도에서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한반도 분단은 그 경쟁을 보다 격화시킬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지난 냉전시대의 [낡은 지정학]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한반도에서의 [자유주의적 통일]이 반드시 성공하여야 한다. 역사적 당위이며 역사적 필연이다.

생각해 보라! 지금과 같이 북한의 非정상성--핵개발과 수령절대주의--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단이 고착화되면, 결국은 북한은 사막화(砂漠化)되고 점차 中國化--중국의 변방 속국화-- 되어 갈 것이다. 그러면 그 동안 잠재되어 있던 강대국 간의 대립과 갈등구조---패권경쟁의 충돌구조--가 폭발적으로 현재화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는 끝나고 전쟁과 정체의 시대로 추락이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통일의 실패, 즉 분단의 고착화는 한민족은 물론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모두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다.

그래서 답은 분단의 고착화를 통한 [북한의 중국화]가 아니라 한반도 통일을 통한 [북한의 한국화]이다. 그래야 통일한반도가 동아시아에서 하나의 均衡 軸(balancing axis)을 형성하게 되어 韓中日 [三國鼎立의 평화시대]가 열리게 된다. 지금까지의 中日의 [二國對立의 패권시대]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동아시아에서는 역사를 보면 두 강대국이 등장하면 반드시 패권경쟁으로 나가지만, 세 강대국이 등장하면--과거에는 中日러 그리고 최근에는 美中日---서로 견제와 균형을 하면서, 이 지역에 평화의 질서를 구축하여 왔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비핵화와 평화의 깃발을 높이들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통일한반도는 선진국과 후진국,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교류하고 화합하고 협력하는 場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통일은 동아시아 전쟁시대의 가능성을 확실히 없애고, 동아시아에 평화시대의 문을 활짝 열게 될 것이다. 결국 한반도 통일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필수적 전제가 된다. 한민족의 문제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인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5: 맺는 말---지식인 연대운동의 중요성

 

세계질서는 진화하는가? 발전하는가? 아니면 단순히 반복하고 순환하는가? 물론 세계질서는 시간이 간다고 저절로 진화하고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목적의식적인 적극적 노력--꿈과 땀과 눈물--이 있어야 발전한다. 인간의 진보, 인간성의 진보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 것과 같다.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세계질서는 힘(power)과 비전(vision)이 만든다. 강대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중요하다. 또한 세계지식인들의 제시하는 비전이 중요하다. 동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려면--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흐름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려면--무엇보다 먼저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모여 동아시아의 공동의 정체성, 그리고 동아시아의 가치, 비전, 원칙을 세워 나가야 한다. ‘동아시아는 하나다’ 라는 학술운동 전문가 운동 그리고 시민운동 국민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1)동아시아의 [공동의 이념]으로서는 [공동체자유주의](communitarian liberalism)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가족, 사회, 국가, 역사, 자연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동양적 공동체주의]와 개인의 존엄과 창의와 자유를 소중히 하는 [서양적 자유주의]를 결합한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가 동아시아의 공동이념 내지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2) 동아시아의 [공동의 비전]으로서는 [동아시아공동체](East Asia Union 혹은 Community)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강대국 간의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다양한 형태의 지역협력을 제도화해 나가면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와 [동아시아 안보협력체]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결국 동아시아 전체를 평화와 번영의 지역으로, [영구평화]와 [영구풍요]의 지역으로 만드는 것을 동아시아의 공동비전으로 해야 한다.


(3) 동아시아의 [공동의 원칙]으로서는 [자주독립, 상호존중, 호혜평등] 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중국의 중화적 패권주의나 과거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이 아니라 웨스트팔리아(Westphalia)적 국제관계, 즉 독립주권 국가들 간의 호혜평등의 국제관계가 기본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상의 3가지를 중심으로 하여 우선 지금 동아시아에서 재등장하고 있는 [자국중심의 배타적 국가민족주의]의 波高를 극복하여야 한다. 시급히 [개명된 개방적 시민민족주의]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多국가 多민족의 시대를 지나 脫국가 脫민족의 시대 즉 [동아시아 공동체]의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 특히 공동체자유주의가 중요하다고 본다. 서구의 일부학자--대표적으로 Robert Kagan 등--들은 지금 이대로 가면 동아시아는 [민주주의 진영]과 [독재주의 진영]의 대립갈등구도로 간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아시아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선 이러한 상호타협이 불가능한 [대립구도]를, 상호타협이 가능한 [통합구도]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즉 동아시아의 미래질서를 민주주의와 독재주의간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간의 적정결합(optimal combination)의 문제로--동양적 공동체주의와 서양적 자유주의간의 올바른 적정융합의 문제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은 좀 더 자유주의의 방향으로 개혁해야 하고, 일본과 미국과 한국은 좀 더 공동체주의의 방향으로 개혁해야 함을 주장하여야 한다. 그래서 각국이 각자의 역사 문화 전통에 맞는 보다 [성숙한 공동체자유주의 국가]를 만들어 나가면서, 서로 협력할 것을 주장하여야 한다. 동아시아를 민주와 독재와의 투쟁이라는 이분법으로 몰고 가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동아시아 지도자와 지식인들은 [동아시아의 꿈]을 이야기해야 한다. 중국도 [중국의 꿈]만을 이야기하지 말고 중국의 꿈을 넘어서 동아시아의 꿈을 이야기하여야 한다. 한국도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동아시아의 꿈으로 중국은 [동아시아의 王道시대] [동아시아 大同사회]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동아시아의 弘益人間사회] 혹은 [東方禮義之國의 시대]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도 [동아시아의 大和시대]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대립과 갈등과 분열로, 결국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종언으로 가는, 그래서 전쟁과 파국과 反문명으로 가는, 지금의 동아시아에서 역사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 놓아야 한다.

그래서 前 근대로 돌아가고 있는 패권적 그리고 중상주의적 [富國强兵의 시대]가 아니라, 근대 이후(post-modern)로 나가가는, [동아시아 공동체(East Asia Union)시대]를 목표로 나가가는, 평천하(平天下)의 [安民德國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사는 동아시아의 지도자와 지식인들의 역사적 사명이고 시대적 소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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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2014-12-21 중앙선데이] “진보진영, 이념 틀 벗어나 지속 가능한 정책 제시해야” 14-12-31
61 [2014-9-25 한선재단] “민주주의 3.0” 연구프로젝트 14-12-31
60 [2014-12-16 서울대 경제연구소] “21세기 한국 자본주의 대논쟁" 14-12-30
59 [2014-12-5 보수혁신위] '대한민국 국가 대혁신을 위한 국민 대 토론회' 발제문 14-12-15
58 [2014-11-24 아주경제] “우리가 통일 안하면 중국이 北 흡수” 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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