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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1 중앙선데이] “진보진영, 이념 틀 벗어나 지속 가능한 정책 제시해야”
 
2014-12-31 18:56:05
“진보진영, 이념 틀 벗어나 지속 가능한 정책 제시해야”
조희연, 5인의 지성에게 길을 묻다 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 제406호 |


조희연(58) 서울시 교육감이 각계 전문가들을 만났다. 교육에 대한 지혜를 구하기 위해서다.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돌풍’에 힘

입어 당선한 그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축소 정책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선거 직후 인터뷰에서 “진영 대립에서 벗어나 실사구

시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그 다짐이 지켜졌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현경

(58) 미국 유니언신학대 교수, 전성은(70) 전 샛별중·거창고 교장, 김신일(73) 전 교육부 장관, 조한혜정(66·사회학과) 연세대 명예교수,

박세일(66)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과 차례로 대담했다. 대안 학교의 선구자에서부터 보수 정당의 ‘브레인’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다. 조 교육감은 “이해 관계의 충돌, 이념과 철학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상충되는 요구들을 어떻게 서울 교육에 반영할지

를 놓고 고민하다 다양한 ‘선생님’들에게서 가르침을 받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앙SUNDAY는 이 다섯 차례의 대담을 ‘조희연, 5인의

지성(知性)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연재한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왼쪽)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교육 정책의 올바른 방향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서울시교육청]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서울대 법대 교수에서 청와대 정책수석으로 변신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이다. 두 사람에게는 정책·행정 분야에 뛰어든 학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민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닮았다. 박 원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설을 주도했고, 조 교육감은 참여연대의 탄생에 기여했다.

 박 상임고문은 학계에서 통상 중도 또는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조 교육감은 교수 시절 진보 진영의 대표적 학자로 꼽혔다.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났다. “서울시 교육의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는 조 교육감의 청에 따른 것이다.

 박 상임고문은 “진보 세력에는 정책이 결핍돼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 정책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또 “모든 사람을 일률적으로 돕는 것(보편적 복지)은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무상급식·무상보육에 대한 반대 의사 표명이다. 교육에서의 경쟁, 특히 교사와 학교 간의 경쟁을 유발하는 교육 행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학문은 현실의 문제 풀기 위해 존재”
▶조희연 교육감=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이후에는 경제나 경제학과 관련한 활동을 해 온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특히 ‘경제’와 ‘정의’라는 두 분야를 연계시키는 활동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런 특이한 이력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박세일 상임고문=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할 때 관심 분야가 ‘정의’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의 대한민국의 정의는 우선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실현이 되겠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경제발전론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한 사회가 발전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자유입니다. 자유가 있어야 경제적 효율성과 합리성이 보장됩니다. 둘째는 정의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역지사지하는, 즉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동양에서는 인(仁), 서양에서는 사랑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조희연=경실련에서 사회 참여 활동을 시작해 국가정책이나 행정의 영역에서도 일하시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참여연대에서 출발해 지금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국가정책 영역에 발을 디뎌 보니 시민 사회운동을 할 때보다 생각할 게 많습니다. 매일 다양한 이해집단의, 서로 모순된 요구와 씨름을 합니다. 저 같은 ‘행정 분야 진입 후배’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박세일=학문이란 현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지적 유희가 아닙니다. 국민의 어려운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기 때문에 학자의 현실 참여는 중요합니다. 저는 ‘폴리페서’야말로 올바른 지식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자가 현실에 참여할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학자로서 주장한 가치관을 현실에서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소신을 지킬 수 없다면 물러나야 합니다. 둘째는 여론과 공론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론은 사회의 지배적 견해이고, 공론은 특정 사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공익을 생각하면서 내놓은 의견입니다. 율곡 선생은 공론을 세우는 게 선비이고, 공론과 선비는 나라의 버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희연=부동산 문제와 교육 정책은 대표적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가 충돌하는 곳입니다. 이해 관계를 떠나 공공선을 위해 조절하고 타협하는 정신이 필요한데, 사익 추구를 위한 권리 의식이 강해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박세일=우리 사회가 산업화, 민주화, 근대화를 거치면서 서구적 제도만 가져왔지 정신은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원래의 우리 것도 잃어버렸습니다. 사회지도층의 기본적 윤리인 선비정신도 사라졌습니다. 선비정신의 핵심은 선공후사(사익보다 공익을 앞세우는 것), 절제와 금욕입니다. 이런 정신을 잃어 지도층이 지도층답지 못하니까 백성도 백성답지 못하게 됐습니다. 정신적 리더십의 붕괴는 ‘가치 집단’인 시민단체나 노동조합도 이익집단으로 만들었습니다. 동양의 정신적 전통을 학교와 사회가 가르치지 않은 데 따른 일입니다.

“자유와 공동체의 조화로 접근해야”
▶조희연=‘이익 전쟁’의 장처럼 돼버린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을 공동체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들로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고민스럽습니다.

 ▶박세일=우리 사회가 많은 문제를 풀 때 ‘공동체 자유주의’가 좋은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개인적 자유에서 창의와 혁신이 나옵니다. 그런데 개인의 자유는 이기적인 자유로 폭주하지 않고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로 가야 합니다. 자유는 발전의 원리고, 공동체는 통합의 원리입니다. 교육 문제도 이러한 관점에서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교육 정책도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쪽으로 접근하되 공동체를 더 강화하는지, 공동체와 충돌하는지를 따져보고 선택하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희연=보수와 진보의 견해 차이 때문에 교육 행정에도 어려운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박세일=우리나라에는 철학적 보수는 별로 없고 정치적 보수만 많습니다. 진보는 이념적 진보는 많은데, 정책적 진보가 드뭅니다. 그래서 진보·보수 논쟁이 늘 겉돌고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보는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것이냐를 더 고민해야 합니다.

 ▶조희연=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세일=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공동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일률적으로 도와주는 건 틀렸다고 봅니다. 그것은 특정 정파가 권력투쟁에 이용할 수는 있지만 지속가능하지는 않은 정책입니다. 두 문제 모두 철 지난 권력투쟁의 이념적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육 문제의 경우 최근 시카고대 등의 연구를 보면 아이들의 인지 능력이 2∼5세에 많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어려운 집안 아이들의 보육에 정부가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옳습니다. 그것은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합니다.

 ▶조희연=저성장 양극화 사회에서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박세일=양극화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세계화입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른바 ‘중위 수준 기술’과 관련된 사업은 해외로 나갑니다. 그러면 고급 기술 산업과 서비스 산업만 국내에 남게 됩니다. 둘째는 과학기술의 발달입니다. 중간 기술이 로봇으로 대체됩니다. 창조적 기술 분야와 대면 서비스 산업만 고용이 늘고 일반적 중간층의 고용 수요와 소득이 줄어듭니다. 따라서 양극화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창조적이고 고급 기술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또 실직하는 사람에 대한 복지정책과 재교육을 연계시켜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10년은 지속될 교육개혁위 만들어야”
▶조희연=20년 전의 ‘5·31 교육 개혁’으로 수능이 도입되고, 대학 입시의 다양화도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수능에서 여러 문제가 생겨나고 입시 위주 교육의 틀에서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특목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학교가 서열화되는 병폐도 생겨났습니다.

 ▶박세일=5·31 이후 여러 땜질형 교육 정책이 나왔습니다. 5·31 개혁 때와 같은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입시제도 개혁도 포함해야 합니다. 10년 정도 유지될 수 있는 대통령 직속의 교육개혁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조희연=자율형사립고 폐지 문제로 제가 지난 반년간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자사고 폐지, 일반고 지원은 교육 평등을 위한 정책으로 추진했습니다. 수월성 교육과 평등 교육의 조화에 대한 지혜를 주십시오.

 ▶박세일=성장과 복지 중에서 어떤 것이 중요하냐며 논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성장과 복지는 함께 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수월성과 형평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논쟁하는 것 자체가 틀렸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학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에는 학생들끼리의 경쟁만 심했지 교사나 학교 간의 경쟁은 적었습니다. 교사들이 열정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또 발휘해야만 하는 교육 환경을 우리가 만들었느냐를 반성해봐야 합니다.

 ▶조희연=교사의 질 향상을 원하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교대·사범대 입학 때는 최고 수준의 인재인데, 막상 교단에 서게 되면 열정과 적극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세일=그래서 종합적인 교육 개혁이 필요합니다. 학교 내부에서 끊임없이 혁신이 이뤄져야 합니다. 선생님도 새로운 수업 방법을 연구해야 하고, 학교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평가받고 보수도 더 받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박세일 1948년 서울 출생. 서울고, 서울대(법대) 졸업.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비서관·사회복지 수석비서관, 한나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역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원장.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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