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외치던 박세일 교수님을 추모하며

조용주 변호사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 기사를 보았다. 박세일 교수님은 내가 서울법대를 다니던 때에 법대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법경제학’이라는 과목을 강의하셨다. 내가 사법시험을 마치고 마지막 학기에 박세일 교수님을 듣게 되어 박 교수님의 말씀 몇 마디가 생각이 난다. 그때까지는 법경제학이라는 말이 생소하던 때이고,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법과 경제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KDI에서 근무한 이력과 법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법과 경제를 결합한 과목을 강의하신 것 같다. 지금은 이미 익숙해졌지만, 법경제학은 사실 법사회학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회구조를 만들어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그것에 법이나 제도가 기여를 할 것인지에 대한 학문이었다.

박세일 교수님은 수업을 듣던 법대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뛰어난 인재이니 모두 세계로 나가서 전문가가 되는 길을 선택해 보라고 말씀하셨다’라는 말을 했다. 법대에 다니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판검사가 되거나 대형 로펌에 들어가는 것이 다인 것으로 알았던 학생들에게는 신선한 말씀이셨다. 그렇다고 박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감격 받아 갑자기 외국으로 나간 학생들은 없었다. 그런 깨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김영삼 정권 때에 세계화에 대한 화두를 만드신 것 같다. 그 세계화를 하는 과정에서 IMF 가 왔지만 그것이 박 교수님이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미국에서 공부하여 보니 세계의 모든 인재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잘 나가는 것을 이미 보아왔던 것이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국내에서만 잘 될 생각을 하지 말고 외부로 눈을 돌려 큰 인물이 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박 교수님은 그 이후에 정치인이 되어서 보수정당의 브레인으로 역할을 하다가, 이명박 정권 당시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는 문제를 가지고 현재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박근혜와 갈등을 보이다가 탈당을 하게 된다. 나는 세종시로 행정부를 옮기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박 교수님의 행동은 옳다고 생각했는데,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표 때문에 박 교수님만 혼자 탈당하는 결과가 되었다. 정치인들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한 때가 그때이고, 용기 있는 정치인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박근혜가 충청표를 옮기는 것을 강행하게 했다. 이것도 역사적으로 나중에 평가 받을 일이다.

이렇게 박 교수님은 자신이 배운 학문과 지식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셨고, 가장 중요한 정책의 결정 순간에 옷을 벗고 나온 의인이었다. 연구원과 학자였던 사람이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박교수님은 지장과 용장의 겸했던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분이 이루려고 했던 세상은 이루어졌는지 모르겠다. 박 교수님이 바라던 세상과 달리 최근 몇 년 간 사회가 후퇴한 느낌이다. 이제는 박 교수님이 힘든 이승을 떠나 저 세상에서 평안한 안식을 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박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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