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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쿠팡 PB 조사’와 국내 업체 역차별 우려
 
2024-05-24 17:46:59
◆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 겸 국가전략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용하기 복잡하지 않다.” 새롭게 출발한 인터넷 은행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어느 젊은이의 답변이다. ‘소비자 친화적’인지 여부가 제품 선택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에 대한 우대 의혹이 있다며 조사를 한다는 보도를 보고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비 패턴에 맞는 제품을 찾기 위해 전 세계 유통시장을 실시간으로 방문할 수 있는 국제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쿠팡의 제품 배열 전략이 소비 확대를 위한 일반적인 기업 전략인지, 독점적 플랫폼 환경을 이용한 자사 제품 판매를 극대화하려는 악의적인 전략인지에 대한 판단은 중요하다.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검색 플랫폼은 상당한 시장 독점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꽃집을 검색했을 때 나타나는 순서가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준다. 중요한 것은 시장점유율이 높았던 야후나 라이코스가 구글과의 경쟁에서 뒤진 것은 정부 규제가 아닌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공정위가 문제 삼으려는 온라인 유통업은 플랫폼 독점시장도 아니다. 소비자는 제품 배열뿐만 아니라, 검색 기능과 가격 및 배송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거래 업체를 선택한다. 기업은 이러한 소비자 선택에 맞추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라는 넛지 효과(nudge effect)가 바로 이것이다. 소비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개념은 2008년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카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의 공저 ‘넛지’라는 책에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의 목적과 대응책의 정당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이번 제품 배열 조사가 쿠팡만의 특이한 왜곡된 전략이냐이다. 주변의 서점이나 마트를 비롯해 전 세계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제품 배열 전략과 무엇이 다른지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타사 제품을 배제하고 자사 제품만 우선 배열해 소비자 선호에 반하는 왜곡된 배치 전략을 쓰는지도 밝혀야 한다. 물론 이 전략이 왜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정당화돼야 한다.

또한,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 아닌지도 판단해야 한다. 요즘 한국 유통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이른바 ‘알·테·쉬’(알리, 태무, 쉬인)라는 중국 유통업체들은 자기 고유의 제품 배치 전략을 쓴다. 공정위는 이 전략에 문제 제기와 조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소비자뿐만이 아니라 국내 기업의 영업을 방해하는 공정위가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통기업의 매출 전략이 소비자 선택 확대라는 개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후생을 증대시키는지를 고려하는 일이다. 직구를 통한 가격 인하, 자사 제품 확대로 중소기업 제품이나 지역 제품 판매 증가로 사회적 공헌 부문도 중요하다.

공정위가 지향하는 공정한 경쟁 시장 정책이 오히려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경영 전략도 소비자의 선택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을 시도하다 소비자 비판으로 의도한 효과는 고사하고 철회한 것을 봐도 그렇다. 정부는 직접적 규제가 아니라 제품의 안전성이나 투명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국내외 제품에 대한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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