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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자강 기반 동맹'으로 가는 길
 
2024-06-07 10:41:33
◆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이 기고한 칼럼입니다.

한반도 주변의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도발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김정은은 ‘240㎜ 방사포 무기체계 파악과 유도 기능을 갖춘 방사포탄의 시험 사격 참관’, 빈번한 탄도·순항미사일 발사, ‘전쟁 준비에 획기적 변혁’과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의 가동’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런 김정은의 행보는 사실상 핵무력에 기반한 전술적 도발 행위여서 더 위협적이다.

반면 한·미 동맹에는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의 대폭 지원이 없으면 철수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오히려 북한 김정은을 ‘말이 통하는 괜찮은 사람’(okay boy)으로 평가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백악관 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담당 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의 주 임무를 중국 억제로 전환해 미군의 한국 주둔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한·미 동맹의 틈새 조짐과 일부 정치권의 반미 선동이 결합해 균열을 키우는 정치 현실도 위협적 요소다.

대조적으로 미·중 패권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중·러는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즉 북·러 간 탄약과 군사기술 거래, 중·러의 ‘불가분 동반자 관계’로 밀착,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러의 노골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회피, 중·러 밀착에 기댄 김정은의 일상적 도발 등이 결속력의 산물이다.

이처럼 한·미의 안보 지형은 균열 조짐을 보이고 북·중·러 결속력은 강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안보에 중대한 위협 요소임이 분명하다. 이는 안보 지형의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어떻게 기조 전환할 것인가가 당면 과제다. 안보 전략의 핵심 요소는 자강과 동맹이다. 자강은 스스로 외침에서 지켜낼 능력이고, 동맹은 부족한 자강 능력을 보완해주는 요소다. 물론 자강이 동맹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이며, 자강으로만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최선이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입지를 고려할 때 우리는 자강으로만 평화를 지키기에는 태부족이다. 특히 우리의 자강은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중·러의 야욕을 결코 억제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부족한 자강을 보완하기 위해 한·미 동맹에 의존하면서 시대에 맞게 동맹을 진화·발전시켜 왔다. 지난 70여 년 동안 동맹은 우리의 번영과 안전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자강은 국력, 특히 경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제력이 자강을 높이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해방과 건국, 6·25전쟁 이후 최빈국이던 시대, 자강 기반의 안보 전략은 상상할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동맹에 더 의존해 북한의 남침 위협을 막아내고 중·러의 야욕을 저지해야만 했다. 국력이 허약한 상황에서 거의 비용 없이 동맹에 더 의존하는 ‘동맹 기반 자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선진국이 된 지금 안보 기조는 자강이 중심이 되고 동맹의 비용도 지불하는 ‘자강 기반 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자강을 높이면서 동맹도 더욱 굳건히 하기 때문이다.

자강 기반 동맹을 위한 첫발은 핵 무력에 기댄 북한의 남침 야욕을 제어하는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비한 미국의 핵우산이 있지만 허점도 있다. 그 허점 보완은 미국 조야에서 제기하는 독자 핵개발 방안을 한·미 동맹 차원에서 준비·강구해 자강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적정 수준의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 인상으로 주한미군 철수 빌미를 차단하고, 비용 인상을 자강의 허점을 보완할 대안 마련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력에 걸맞은 안보 기반 정립의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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