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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국민도 여당 당원도 갈망한 정치혁신
 
2024-07-24 14:12:43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결정됐다. 이변은 없었다. 한동훈 후보가 62.84%, 압도적 지지를 받아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한 대표 선택은 친윤 세력이 퇴조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며 “변화를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폭풍을 뚫고 미래로 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풀기 어려운 3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 당 화합이다. 전당대회 기간에 ‘채상병특검법’ ‘김건희 여사 문자’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등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한 대표는 “앞으로 우리 당에 정치 계파는 없을 것”이라 했다. 국민의힘은 “이견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자유민주적 정당”이라고 밝혔다. 이런 레토릭으론 부족하다. 포용과 존중의 자세로 ‘행동하는 협력’을 통해 경쟁 후보들과 원 팀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당 혁신이다. 그동안 수많은 혁신안이 나왔지만 허사로 끝났다. 선언만 있었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실천이 없었기 때문이다. 표를 얻기 위한 인기 영합 식 ‘데코레이션 개혁’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당내 권력 교체 시 계파 갈등으로 인해 종종 개혁이 퇴색됐다. 권력을 가진 세력은 자신들이 주체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혁의 대상이라는 오만과 착각도 걸림돌이 됐다. 국민의힘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보적 전환을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는 보수 제3의 길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방안이다.

셋째,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다. 한 대표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당정 관계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대통령과 당 대표 간의 갈등으로 정권을 잃은 사례는 많다. 민심을 앞세운 집권당 후보였던 이회창과 정동영이 현직 김영삼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몰아세웠지만, 정권을 뺏기고 10년 야당 신세가 됐다. 대권 의지가 강한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 차별화하려는 위험한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18∼19일)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42.1%로 지난주 대비 4.1%p 오르면서, 더불어민주당(33.2%)보다 8.9%p 앞섰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16∼18일 )에서도 국민의힘(35%)은 민주당(27%)보다 8.0%p 앞섰다. 모두 오차 범위를 벗어나는 큰 차이다. 한국갤럽은 주관적 이념 성향에서 ‘매우 보수’ 1점, 약간 보수 2점, 중도 3점, 약간 진보 4점, 매우 진보 5점을 부여해 ‘이념 점수’를 산출한다. 이념 점수가 3점을 밑돌면 보수, 웃돌면 진보 쪽으로 기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의 이념 점수는 2.91로 보수 32%, 중도 43%, 진보 26%였다. 총선 2개월 뒤인 지난 6월에도 2.93으로 각각 31%, 42%, 27%였다. 그 함의는 우리 사회가 결코 진보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며 향후 보수에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신임 한 대표가 하기 나름으로 극단적 여소야대를 극복하고 퇴행적 일극 체제에 빠진 민주당을 상대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찾아올 수 있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 참패의 경험을 변화와 개혁, 정권 재창출의 토양으로 삼아야 한다. 경쟁했던 모든 후보와 협력하고, 실천하는 개혁을 하며, 정부와 ‘협력적 긴장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민심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자신들의 잘못에 무한 책임을 지며, 헌신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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