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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개혁 논제 아니다
 
2024-05-29 10:06:14
◆ 김원식 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 겸 국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 국민의힘 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로 인상)대로 개혁하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격 제안했다. 앞서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상향하는 방안(1안)과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을 40%로 삼는 방안(2안)을 내놨다. 이후 국민의힘(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과 민주당(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이 서로 다른 안을 제시하며 대립하던 중 여당 안을 이 대표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소득대체율을 현행(40%)보다 높이는 선택을 하면서 재정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심각한 재정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연금 개혁’ 본래의 목적은 찾기 힘들어졌다. 재정 안정을 목적으로 한 국회 개혁위원회에서의 ‘개혁’을 사실상 무산시키는 소득대체율 상향에 논의를 집중하는 것은 국회 논의가 하나 마나 하다는 걸 의미한다. 그동안의 모든 연금 개혁이 의회 합의가 아니라 집권당의 의지로 이뤄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 구조개혁이 소득대체율보다 우선돼야 하는 이유는 국민연금 도입 시점과 현재 상황이 너무 다르다는 데 있다. 첫째, 국민연금의 환경이 도입 시점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국민 평균수명이 1988년 70세에서 2023년 83세로 상승했다. 평균 연금 수급 기간도 연금개시연령 65세 기준 5년에서 18년으로 늘어났다. 과거에는 중·고졸 학력으로 사회에 나서는 이가 적지 않았지만, 요즘엔 청년 대다수가 대학에 간다. 평균 30세가 넘을 정도로 취업 연령도 늦춰졌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시점의 가정에 비해 근로기간은 훨씬 짧아졌지만, 노후 기간은 훨씬 길어진 것이다. 게다가 합계출산율이 도입 당시 1.55명에서 이제는 0.7명 이하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일 정도로 인구소멸이 예견된다.

둘째, 정부의 노후 보장 정책 패키지도 전혀 다르다. 1988년 당시는 사실상 제대로 된 전 국민 노후 안정 정책이 없었다. 퇴직일시금제도가 법률로 제정됐을 뿐 상당수 근로자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현재는 노후 보장 수단으로 퇴직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장기요양보험제도, 주택연금제도 등 노후 안정에 필요한 상당한 도구가 전 국민 대상으로 도입됐다. 국민연금제도 도입 당시의 노인과 현재의 노인은 전혀 다른 세상의 정책 혜택을 받으며 사는 것이다.

셋째, 국민연금의 성격도 바뀌었다. 도입 당시 국민연금은 다른 경제, 사회 영역에 영향이 거의 없는 순수한 복지제도였다. 그러나 노후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제도가 도입된 상태에서 국민연금의 비중은 실질적으로 크게 줄었다. 국민 개인적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금융상품의 하나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고령화에 따른 국민의 노후 안정에 대한 실질적 니즈가 달라졌다. 국민연금은 수급자들이 나이가 듦에 따라 그 용도가 크게 달라진다. 초기 고령기에는 실생활비, 여가비 등으로 쓰이다가 초고령이 되면 의료비, 요양비 등으로 전용된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생활 안정 서비스를 강화하면 사실상 소득대체율 중심의 국민연금 중요성은 감소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더 이상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개혁 논의의 핵심으로 삼거나 대체율을 높여서 재정을 악화시키는 논의는 의미가 없다.

연금 개혁은 우선 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로 한 구조 자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소득대체율이 논쟁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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