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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민주 시민이 지켜야 할 투표 원칙
 
2024-04-04 14:51:27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야의 운명을 가를 4·10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원내 1당이 어느 당이 될지, 제1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지 여부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은 민주당이 우세하다. 하지만 현재 여론조사 결과는 표본 수가 너무 작고, 투표율이 반영되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무당층이 어떤 선택을 할 지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총선은 막판까지 돌발 변수로 요동치기 때문에 여전히 판세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금요일(5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가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다. 사전투표 제도는 유권자의 투표 편의 개선을 통한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2014년 지방선거부터 전면 도입됐다. 일각에서 높은 사전 투표율이 전체 투표율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20년 총선의 사전 투표율은 26.7%로 상당히 높았고, 전체 투표율(66.2%)도 이전 총선 대비 8.2%p 상승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22년 대선에서 사전 투표율은 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투표율은 77.1%로 2017년 대선 때보다 오히려 0.1%p 하락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은 20.6%로 높았지만, 전체 투표율(50.9%)은 2018년 때보다 9.3%p나 떨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사전투표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원래 공식 투표일에 참여하려던 유권자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만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전 투표율만 가지고 선거 결과를 전망하기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건 어느 계층이 투표장에 더 몰리느냐이다. 여론조사상 나타난 유권자의 단순 지지층 규모보다 어느 계층의 투표 참여 의지가 더 강한지가 중요하다.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 유권자와 진보 성향의 4050 세대 중 누가 더 절박하게 투표장으로 가느냐가 관건이다. 더불어 2030 세대의 투표율도 중요 변수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총선 선거인 비율로 20대(13.8%)와 30대(14.8%)는 28.6%, 40대(17.8%)와 50대(19.7%)는 37.5%, 60대 이상 31.9%였다. 4년 전과 비교해 2030 세대는 2.6%p 감소, 4050 세대는 1.1%p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은 4.0%p 증가했다. 여기에 세대별 투표율을 감안하면 60대 이상 유권자의 영향력은 커진다. 보수층이 많은 고령층의 투표자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투표율이 60%를 넘으면 민주당에, 55% 미만이면 국민의힘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공학적인 수준의 논의이고 투표와 관련 민주시민이 지켜야 할 원칙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능동적 참여원칙이다. 투표는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고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이다. 통상 젊은 세대는 총선에 관심이 적고 투표율이 기성세대보다 낮다. 가령, 지난 총선에서 20대와 30대 투표율은 58.7%와 57.1%였다. 반면, 40대와 50대 투표율은 각각 63.5%와 71.2%였다. 그런데 60대 이상은 80.0%로 아주 높았다.

통상 유권자는 ‘총선 관심도’와 ‘투표 여부’를 기준으로 네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1유형은 총선에 관심이 있고, 투표에도 참여하는 ‘능동적 참여형’이다. 제2유형은 총선에 관심은 있지만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는 ‘정치 냉소형’이다. 제3유형은 총선에 관심은 없지만, 투표에는 참여하는 ‘소극적 참여형’이다. 제4유형은 총선에 관심도 없고,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는 ‘탈정치형’이다.

2020년 총선 직후 한국정치학회가 실시한 면접 조사 결과, ‘능동적 참여형’의 비율은 62.6%였다. 그런데, 2030 젊은 세대에선 그 비율이 48.5%에 불과했다. 4050 세대 69.0%, 60대 이상 71.6%와 비교하면 너무 낮다. 젊은 세대 유권자들은 자신이 던진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을 갖고 적극 투표에 임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를 비판하는 것은 비겁하다.

둘째, 합리적 투표 원칙이다. 유권자는 누구를 찍을지 결정할 때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2월18∼19일) 결과, 지역구 후보자를 선택할 때 고려 사항으로 ‘소속 정당’이 28.9%, ‘정책·공약’이 27.0%, ‘능력·경력’이 22.4%, ‘도덕성’이 16.5%였다. 그러나 민주 시민이라면 감성적, 충동적 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와 같은 ‘묻지마 투표’는 지양해야 한다.

총선은 지역의 대표를 뽑는 것인 만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여야를 넘어 후보들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고,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을 발전시킬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보고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막말, 부동산 투기, 내로남불, 전과 등이 있어도 우리 편이라고 무조건 지지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 될 수 없다.

셋째, 인지와 책임의 원칙이다. 후보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를 하게 되면 투표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확신에 차서 투표를 하면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찍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충분한 정보를 갖고 후보에 대해서 알고 찍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10분만 투자하면 ‘책임지는 유권자’(responsible voter)가 될 수 있다. 각 가정에 배달된 선거홍보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후보들간 비교를 통해 선택을 한다면 좋은 투표로 연결될 수 있다. 선거홍보물을 보지도 않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버리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권자는 자신이 던진 한 표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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