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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저출산 대책, 부총리급 기구가 필요하다
 
2024-02-26 16:12:22
◆ 김원식 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 겸 국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난 118, 총선 공약으로 저출산정책을 발표했다. 윤석렬 대통령은 이어서 30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주형환 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교체했다. 그동안 공염불에 머물렀던 출산율 정책을 실효성 있게 바꾸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복지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어떤 정부 위원회보다 권위를 인정받는 기구다. 도입 시에는 고령화 시대를 중심으로 한 정책위원회였는데 지금은 저출산 정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나 저출산 문제들에 대해 국민이 인식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고령화로 인한 세대 간 갈등과 합계출산율 0.7대의 저출산 문제를 방치한 채 시간만 보냈다.

 

고령화는 노인들의 문제인 반면 저출산은 젊은 세대의 문제인데, 이를 한 위원회에 몰아넣고 함께 해결해주기를 기대해 왔다. 노인정책은 노후 준비가 안 된 노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이다. 생활 능력이 없는 노인들에게 복지비를 걷어낼 방법이 없으므로, 거의 젊은이들의 부담으로 국민연금·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의 혜택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 문제는 전혀 다르다. 젊은 부부의 출산 결정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녀들이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20년 이상 자녀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어야 하고, 자신들보다 더 안정된 사회에서 살 수 있겠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저출산정책의 핵심은 태어나지 않은 자녀들에게 안정된 주택·육아·교육·일자리까지 보장해 젊은이들의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다. 위원회의 논의는 구조적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복지 예산 증액에 집중해 왔다. 위원회는 연금개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은 물론 고령화로 급등하는 노인 의료비에 대한 구조적인 대응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저출산이 심화하는 데도 체계적 지원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22명의 위원 중 기획재정부 부총리를 포함해 보건복지부·교육부 등 유관 7개 부처의 장관이 직접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각 부처의 예산을 눈치껏 밀어주는 바람잡이 역할을 해 왔다. 내부 사정이 있겠지만, 과연 위원회에 소속한 관련 학자·전문가들이 진지하게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논의했는지 의문인 채 관련 부처에 논의를 맡겨 놓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실무를 맡게 된 부위원장을 경제통으로 위촉한 것은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운영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위상을 찾으려는 변화로 본다.

 

첫째, 위원회가 추상적 논의만 하지 말고 책임감 있게 저출산정책을 추진하고 성과를 내도록 요구한 것이다. 17년간 332조원이 저출산 예산으로 투입되었지만, 출산율은 지속해서 하락했다. 저출산 예산이 새로 출산을 결심하도록 하지 못한 채, 이미 출산을 결정했거나 출산한 가정에 집중된 지출이었기 때문이다. 예산 타령만 하기에는 저출산 위기는 이미 시간을 넘긴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혁신적 정책적 재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부위원장이 경제통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최근 급격히 증가해온 보건·복지·고용·교육 예산이 올해 전체 예산의 50%를 넘고 앞으로 법적 의무 지출 증가가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민이나 정치권이 모두 보편적 복지라는 심각한 복지병에 감염되어 있다. 이제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복지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되어버린 경제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셋째, 앞으로 저출산 문제는 위원회급 정책 논의에서 부총리급 정부 기구로 전환해 저출산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을 실무형으로 교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출산·주택·육아·교육·일자리까지 모든 부분이 안정적으로 연결 고리가 끊이지 않고 우리 자녀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믿음이 있어야 출산을 결심한다.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 1호로 출산율 정책을 제시하면서 인구부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총선 공약으로 인구위기대응부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이제 대통령이 저출산의 책임을 위원회가 아니라 부총리급 인구부에 물을 수 있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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