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6 13:52:44
4.10 총선을 두 달 정도 남기고 야권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여 있고,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린 개혁신당은 통합 열하루 만에 파경을 맞았다.
민주당은 ‘밀실 비선 공천과 찐명(진짜 이재명) 사천’ 논란으로 시끄럽다. 여기에 중진급 비명계 현역 의원을 빼고 친명계 후보를 넣어서 실시한 정체불명 여론조사를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친문계 4선의 홍영표 의원은 자신을 배제하고 부평갑 지역구에서 친명계 이동주 의원(비례)과 ‘4호 인재’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 두 명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보적합도 여론조사에 대해 밀실공천이라고 반발하며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4선 의원인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하위 20%’ 통보를 받자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면서 탈당했다. 비명계 박용진, 윤영찬 의원도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 하위 10%는 경선 점수에서 30%가 감산돼 사실상 컷오프로 평가된다. 박 의원은 “이런 치욕적이고 부당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정풍운동의 각오로 오늘의 이 과하치욕(袴下之辱·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견뎌내겠다”며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진통”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환골탈태가 빛을 발하려면 자신과 친명의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정반대 친문과 비명 인사들을 제거하는데 어떻게 환골탈태라 할 수 있는가? 더구나 공천관리위와 같은 당 공식 기구가 아닌 별도의 조직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자료를 활용해서 후보를 평가한다는 것은 밀실?비선 공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의원에 대한 평가 시스템은 의원들이 제출한 자료와 의정 기록 등 항목별 실적을 계량화해서 순위를 정한다”며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다면평가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나왔는지 당당히 공개할 수는 없는가?
이렇다 보니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 그분은 단식하느라 의정 활동을 제대로 못 하지 않았나, 재판 다니느라 의정 활동을 제대로 안 하지 않았나”라면서 “이재명 대표는 하위 1%에 들어갈 것이라”며 민주당 공천을 작심 비판했다. 오죽하면 민주당 공천의 유일한 기준은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비판이 나왔겠는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20일 개혁신당과 통합한 지 11일 만에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고 그런 정치를 극복하려던 우리의 꿈이 짓밟혔다”면서 “무능하고 타락한 거대양당의 독점적 정치구도를 깨고 진영보다 국가, 정치인보다 국민을 먼저 보호하는 본격 대안정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태의 발단은 개혁신당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을 표결로 강행 처리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9일 전격적인 합당을 선언할 때 당명은 이준석 대표가 원하는 ‘개혁신당’으로 하고,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체제에서 이낙연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이런 합의를 무시하고 자신이 선거와 정책의 전권을 갖도록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파국으로 갔다.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대표의 합당 철회 선언에 대해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일을 하겠다.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하겠다”며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실망한 유권자에게 더 나은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해 주기 위해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념과 정체성이 다른 세력과 조급하게 합당을 선언한 이낙연 대표의 단견은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신당 파탄의 더 큰 책임은 이준석 대표에게 있다. 무엇보다 합의를 깨고 통합을 추진해야 할 때 분열에 앞장섰고,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이준석 사당화’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의 표결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사당화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기존 거대 양당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이준석 자신이 국민의힘에서 징계를 받을 때 주어진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닌가?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 표결 결과를 존중하라고 하면서 왜 국민의힘 윤리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탈당을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통상 선거는 전략, 바람, 이슈 등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한국 총선에서는 선거를 이끄는 당 대표의 리더십과 공천 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인이다. 설 연휴(9-12일) 이후 CBS노컷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2월 15∼16일) 결과, 국민의힘은 44.3%, 민주당은 37.2%로 두 당 격차는 7.1%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지역구 투표에 있어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이 44.3%, 민주당이 35.9%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한국갤럽 조사도 결과도 유사하다. 2월 셋째 주 조사(13~15일) 결과,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1%, 개혁신당 4%,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층 24%였다. 설 연휴를 지나면서 국민의힘은 4%포인트 상승한 반면, 민주당은 3%포인트 하락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야 대표에 대한 직무 수행 평가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압도하고 있다. 앞선 KSOI 조사에서 한 위원장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53%로 이재명 대표(38%)보다 무려 15%포인트 더 높게 나왔다.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가 국민의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KSOI 측은 “공천 과정에서 비교적 잡음이 적은 국민의힘과 친문, 친명간 갈등이 비치는 민주당이 대비가 되는 모습으로 비친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특이한 것은 통합 개혁 신당이 출범했지만, 무당층이 오히려 증가(21% → 24%)했다. 통합 전인 한국갤럽의 2월 첫째 주 조사에서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 지지도가 각각 3%였는데 오히려 통합 후에 지지율이 하락하고 무당층이 늘어났다는 것은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20대, 중도, 무당층 등에서 개혁신당이 아직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함축한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하루에 1점씩 득점하는 ‘가랑비 전략’이 “윤석열 정부 심판에 대한 반사이익만 노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감나무 전략’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공천 내홍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원칙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으면 총선에서 폭망할지 모른다. 이준석 대표도 개혁신당 파국 사태에서 보여 준 ‘철학, 포용, 품성’이 없는, 이른바 ‘3무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민주당은 ‘밀실 비선 공천과 찐명(진짜 이재명) 사천’ 논란으로 시끄럽다. 여기에 중진급 비명계 현역 의원을 빼고 친명계 후보를 넣어서 실시한 정체불명 여론조사를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친문계 4선의 홍영표 의원은 자신을 배제하고 부평갑 지역구에서 친명계 이동주 의원(비례)과 ‘4호 인재’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 두 명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보적합도 여론조사에 대해 밀실공천이라고 반발하며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4선 의원인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하위 20%’ 통보를 받자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면서 탈당했다. 비명계 박용진, 윤영찬 의원도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 하위 10%는 경선 점수에서 30%가 감산돼 사실상 컷오프로 평가된다. 박 의원은 “이런 치욕적이고 부당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정풍운동의 각오로 오늘의 이 과하치욕(袴下之辱·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견뎌내겠다”며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진통”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환골탈태가 빛을 발하려면 자신과 친명의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정반대 친문과 비명 인사들을 제거하는데 어떻게 환골탈태라 할 수 있는가? 더구나 공천관리위와 같은 당 공식 기구가 아닌 별도의 조직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자료를 활용해서 후보를 평가한다는 것은 밀실?비선 공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의원에 대한 평가 시스템은 의원들이 제출한 자료와 의정 기록 등 항목별 실적을 계량화해서 순위를 정한다”며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다면평가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나왔는지 당당히 공개할 수는 없는가?
이렇다 보니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 그분은 단식하느라 의정 활동을 제대로 못 하지 않았나, 재판 다니느라 의정 활동을 제대로 안 하지 않았나”라면서 “이재명 대표는 하위 1%에 들어갈 것이라”며 민주당 공천을 작심 비판했다. 오죽하면 민주당 공천의 유일한 기준은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비판이 나왔겠는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20일 개혁신당과 통합한 지 11일 만에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고 그런 정치를 극복하려던 우리의 꿈이 짓밟혔다”면서 “무능하고 타락한 거대양당의 독점적 정치구도를 깨고 진영보다 국가, 정치인보다 국민을 먼저 보호하는 본격 대안정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태의 발단은 개혁신당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을 표결로 강행 처리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9일 전격적인 합당을 선언할 때 당명은 이준석 대표가 원하는 ‘개혁신당’으로 하고,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체제에서 이낙연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이런 합의를 무시하고 자신이 선거와 정책의 전권을 갖도록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파국으로 갔다.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대표의 합당 철회 선언에 대해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일을 하겠다.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하겠다”며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실망한 유권자에게 더 나은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해 주기 위해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념과 정체성이 다른 세력과 조급하게 합당을 선언한 이낙연 대표의 단견은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신당 파탄의 더 큰 책임은 이준석 대표에게 있다. 무엇보다 합의를 깨고 통합을 추진해야 할 때 분열에 앞장섰고,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이준석 사당화’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의 표결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사당화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기존 거대 양당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이준석 자신이 국민의힘에서 징계를 받을 때 주어진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닌가?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 표결 결과를 존중하라고 하면서 왜 국민의힘 윤리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탈당을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통상 선거는 전략, 바람, 이슈 등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한국 총선에서는 선거를 이끄는 당 대표의 리더십과 공천 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인이다. 설 연휴(9-12일) 이후 CBS노컷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2월 15∼16일) 결과, 국민의힘은 44.3%, 민주당은 37.2%로 두 당 격차는 7.1%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지역구 투표에 있어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이 44.3%, 민주당이 35.9%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한국갤럽 조사도 결과도 유사하다. 2월 셋째 주 조사(13~15일) 결과,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1%, 개혁신당 4%,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층 24%였다. 설 연휴를 지나면서 국민의힘은 4%포인트 상승한 반면, 민주당은 3%포인트 하락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야 대표에 대한 직무 수행 평가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압도하고 있다. 앞선 KSOI 조사에서 한 위원장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53%로 이재명 대표(38%)보다 무려 15%포인트 더 높게 나왔다.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가 국민의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KSOI 측은 “공천 과정에서 비교적 잡음이 적은 국민의힘과 친문, 친명간 갈등이 비치는 민주당이 대비가 되는 모습으로 비친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특이한 것은 통합 개혁 신당이 출범했지만, 무당층이 오히려 증가(21% → 24%)했다. 통합 전인 한국갤럽의 2월 첫째 주 조사에서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 지지도가 각각 3%였는데 오히려 통합 후에 지지율이 하락하고 무당층이 늘어났다는 것은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20대, 중도, 무당층 등에서 개혁신당이 아직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함축한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하루에 1점씩 득점하는 ‘가랑비 전략’이 “윤석열 정부 심판에 대한 반사이익만 노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감나무 전략’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공천 내홍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원칙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으면 총선에서 폭망할지 모른다. 이준석 대표도 개혁신당 파국 사태에서 보여 준 ‘철학, 포용, 품성’이 없는, 이른바 ‘3무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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