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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총선 불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선거
 
2023-10-18 13:11:03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총력전을 펼쳤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작년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51.3%)가 승리했지만 불과 1년 4개월 만에 치러진 이번 보선에서 17%포인트 차이로 대패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격차가 발생한 것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2020년 총선 구도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궐선거 전후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얼미터 10월2주(10일-12일) 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전주 대비 3.7%p 하락한 34.0%를 기록하면서 5개월 만에 30%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 7.4%p(42.1%→34.7%), 인천·경기에선 4.6%p(35.6%→31.0%) 하락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더불어민주당 50.7%, 국민의힘 32.0%로 양당 간의 차이는 18.7%P로 크게 벌어졌다. 민주당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 각각 6.1%p와 2.8%p 증가한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무려 10.2%p, 인천·경기에서 4.7%p 하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비서실장을 통해 “구청장 선거한 곳이지만 교훈을 찾아야 하며 차분하고 지혜롭게 내실 있는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뜻을 국민의힘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현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분열은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 같다. 이런 기조 속에서 국민의힘은 쇄신책으로 임명직 당직자 전원을 교체하고 ‘김기현 2기 체제’를 출범시켰다. 김기현 대표는 총선 기획단 조기 발족, 영입 인사 발표, 혁신위원회 격인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출범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가 과연 쇄신책이 될 수 있을까? 회의적인 반응이 분출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라며 “쇄신 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나”라며 김 대표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지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김기현 대표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도 “국민의힘이 임명직 당직자들 사표 받는 선에서 마무리를 하려나 보다. (그 정도로) 안될 거다”라고 지적했다. 전 전 의원은 “혁신은 희생이다. 김 대표는 총선 불출마 선언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와중에 ‘정권심판론’ 여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 10월 2주 조사에 따르면, ‘정부견제론’(48%)이 ‘정부지원론’(39%)보다 9%p 앞섰다. 이런 추세는 지난 4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 추세는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던 총선 직전과 비슷하다. 총선 이틀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원론(49%)이 견제론(39%)보다 10%p 높았다. 결과는 민주당(180석)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103석)을 상대로 전무후무한 승리를 이뤄냈다.

아직 총선까지 6개월 정도 남았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선거는 코로나 팬데믹같이 선거 막판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총선엔 불변의 법칙이 있다. 첫째, ‘시대정신의 법칙’이다.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와 양식 또는 이념’을 말한다. 시대정신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것이지만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대과제와는 차이가 있다. 가령, 국민통합, 공정한 사회, 지역 균형발전, 성평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은 시대정신이고, 경제 살리기는 시대과제다. 작년 12월 디지털타임스와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19-20일)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로 공정이 32.4%로 가장 많았다. 보수 가치인 자유(9.0%), 법치(11.6%), 성장(10.1%), 진보 가치인 평등(14.0%), 정의(13.6%), 분배(5.7%)보다 훨씬 높았다. 결국 공정이 시대정신이다. 공정한 기회, 공정한 법 집행, 공정한 인사, 공정한 과정 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연대의 법칙이다. 선거는 연대 싸움이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한국 정당 정치에서 특정 정당이 전국 선거에서 연속 4번 승리한 것은 민주당이 최초다. 이런 연속적 승리의 배경엔 2030세대와 4050세대가 동일한 지지 성향을 보이면서 일종의 세대 연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에서는 이재명 후보(47.8%)가 윤석열 후보(45.5%)보다 더 많이 득표한 반면, 30대에선 반대로 윤 후보(48.1%)가 이 후보(46.3%)를 앞섰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선 2030 세대 모두 윤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있다. 가령, 갤럽 10월 2주 조사(10-12일)에서 20대와 30대의 윤대통령 긍정 평가는 각각 16%와 21%에 불과했다. 이는 40대와 50대에서 그 비율이 각각 21%와 35%로 나타난 것과 유사하다. 여하튼 2030세대가 민주당 핵심지지 세력인 4050세대와 비슷한 정치 행태를 보일 경우, 국민의힘에게는 총선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셋째, 중도 선점의 법치이다. 각종 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주관적 이념성향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는 점점 증가하는 편인 반면, 진보 성향 유권자는 점차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가령, 2022년 대선에서는 보수 유권자(31.4%)는 2017년 대선 때보다 4.3%p 상승했고, 2022년 지방선거 때 보수(37.5%)는 2018년 지방선거 대비 10.4%p 상승했다. 반면, 진보는 대선 기준 6.1%p, 지방선거 기준 6.8%p 하락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총력전을 펼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56.5%)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39.4%)를 17.1%p 차이(4만2113표)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2022년 지방 선거 직후 방송3사 출구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이념 지형이 진보 22.4%, 중도 35.3%, 보수 37.5%였다. 진보와 중도를 합친 비율이 57.7%로 진 후보 득표율(56.5%)과 거의 같다. 이는 중도를 선점한 세력이 승리한 세력이 승리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넷째, 혁신의 법칙이다. 지난 2011년 12월 집권당인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디도스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등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개혁 공천의 일환으로 ‘현역의원 25% 공천 배제’를 단행했다.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와 같이 진보 어젠다를 포용하면서 외연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새누리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었고 혁신 이미지를 선점하면서 민심의 흐름을 바꾸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에서 과반 승리(152석)를 했다. 2015년 추석 연휴(9월 26-29일) 직후에 발표된 한국갤럽 10월 첫째 주(6~8일)에서, 박근혜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7%, 부정 평가는 41%였다. 추석 이후 2011년 연말까지 한국갤럽 11차례 조사에서 박 대통령 평균 지지도는 43%였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39~42% 지지를 받았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단 한 번도 30%를 넘지 못한 채 20% 초반에서 고착화됐다. 그러나. 2016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122석)은 이런 우호적인 여론 지표와는 달리 패배했다. 청와대가 공천을 주도하려고 하면서 새누리당은 총선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 ‘옥새 파동’으로 표현된 극심한 공천 갈등을 벌였다. 반면,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자신은 물러나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켰다. 김 위원장은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고 개혁 공천을 단행했다. 강성 친문 인사인 이해찬, 정청래, 정봉주 등을 공천에서 배제시켰다. 이것이 개혁 공천 이미지가 기폭제가 되어 민주당은 123석으로 제1당이 됐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총선불변의 법칙을 이해하고 이에 걸맞은 ‘이기는 전략’을 수립하는 세력이 승리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대정신에 입각한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고, 20·30 세대를 대변하는 청년 정책 행보를 가속화시키고,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개혁, 민생, 도덕을 챙기고,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세력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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