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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중국 경제, 정점 찍고 하강…‘리오프닝’이 한국에 미칠 긍정효과 제한적[Deep Read]
 
2023-02-13 09:55:00
◆ 칼럼을 기고한 강성진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 겸 국가전략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중국 경제, 정점 찍고 하강…‘리오프닝’이 한국에 미칠 긍정효과 제한적[Deep Read]

지난 1월 무역수지가 126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월 단위로 최고치이고,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중요한 것은 수입 감소보다 수출 감소가 더 큰 ‘축소형 적자’라는 점이다. 수출은 전년 대비 16.6% 감소한 464억7000만 달러, 수입은 2.6%가 줄어든 589억6000만 달러였다.

가장 큰 원인은 주요 수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둔화다. 특히 중국의 성장 지체가 큰 요인이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3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에 관심이 쏠린다. 리오프닝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효과는 지속적일까.

◇리오프닝과 단기효과

리오프닝으로 중국 경제가 활력을 찾는다면 한국 경제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국제무역의 차원에서 보면 글로벌 공급망이 회복하면 물가하락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거래되면서 물류비용이 떨어지고 노동자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인건비도 하락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소비 확대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을 상쇄시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오프닝이 한국의 수출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월 수출 하락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반도체 부문의 실적 하락이었다는 점은 이를 말해준다. 반도체 부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4.3% 급감했고 이는 전체 수출 하락분의 과반인 52%를 차지했다. 특히 대중 수출이 무려 46.6%가 줄었다. 만약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시장이 활발해진다면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늘어나 전체 수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리오프닝이 한국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상품 수출입과 함께 관광 분야에서도 수익성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 동안에 한 유명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이 500%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관광을 시작한다면 국내 면세점 등을 통한 소비 확대에 기여하게 되고 이는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적인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지만 유가 안정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 문제는 조만간 정상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연속 2개월 동안 에너지 수입액은 감소를 기록했다.

◇지속성과 제한성

문제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의 지속성 여부다.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로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이와 관련, 최근 들어 ‘피크 차이나’론이 확산하고 있어 주목된다.

2000년 미국의 후원과 적극 지지에 힘입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G2(미국과 중국)란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들끓었다.

그런데 중국의 미국 추월 예상 시기는 뒤로 늦춰지고 있다. 영국의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그 시점을 2028년으로 제시했다가 지난해 말 2037년으로 수정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도 2029년이라고 했었는데 2035년으로 시점을 늦췄다. 최근엔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인구 감소, 빠른 노령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격화 등이 원인으로 제시됐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 추이는 이런 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지난해 3%에 그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목표치 5.5%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되는 더 중요한 이유로 3연임 장기집권 체제를 이룬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경직성을 꼽기도 한다.

시진핑식 중국 경제의 미래는 폴 새뮤얼슨의 구소련 경제에 대한 과거 평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새뮤얼슨은 1961년 소련의 높은 투자율을 고려할 때 1984∼1997년에는 소련 경제가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추월 연도는 늦춰졌다. 1980년대 들어 그는 소련 경제의 미국 추월 시기를 2002∼2012년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그때가 오기도 전인 1991년 소련은 붕괴했다.

◇대중국 전략

한국이 중국 리오프닝이 가져올 단기적 효과만 기대해서는 미래가 없다. 무엇보다 경제에서의 대중 의존성을 극복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기술·산업구조의 빠른 변화에 발맞춰 경제성장 전략을 가다듬고 정책을 촘촘하게 수립해 각종 구조조정 등 개혁 과제를 적극 수행할 필요성도 커졌다.

성장을 위한 대중 전략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다변화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이 갖는 문제점은 한국무역협회의 2022년 분석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3년 동안 대중국 무역 현황을 보면 무역흑자 품목 수는 2020년 340개에서 2022년(1∼9월) 282개로 감소했다. 반면 무역적자 품목은 같은 기간 869개에서 937개로 증가했다. 전 세계 다국적기업들은 중국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인건비가 증가함에 따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탈중국 시장 다변화 전략을 세우고 실행 중이다. 한국 역시 최근 대중국 수출 품목 중 중간재 수출이 80%가 넘는 상황이어서 기업의 시장 다변화 정책은 대중 수출의 자연스러운 감소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중국을 단순한 제조공장 차원으로 보는 시각에서 거대한 내수시장으로 보는 관점의 이동도 필요하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품목 가운데 내수용과 우회수출용의 비중은 2007년 ‘6 대 4’에서 2021년 ‘8 대 2’가 됐다. 내수용 품목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중국 대륙의 내수를 직접 겨냥하는 대중 경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나아가 한국의 대중 경제 전략이 상품 중심의 무역수지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무역외수지 즉, 서비스 부문의 수출입을 동시에 고려하는 경상수지 흑자 전략으로 전환돼야 한다. 중국의 내수시장 중심 전략으로 전환한다면 비록 무역수지는 적자여도 서비스산업의 강화로 무역외수지 흑자를 달성할 수도 있다.

◇관건은 혁신

한국 경제는 반도체 한파를 포함한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가져다줄 단기효과만 기다리다 피크 차이나로 인한 함정을 피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축소형 무역수지 적자를 넘어 저성장이 구조화하는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 용어설명

‘리오프닝(reopening)’은 원래 중단됐던 사업이나 경영·경제활동을 재개한다는 뜻. 여기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방역조치를 최근 완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

‘피크 차이나’란 중국 경제가 최고점에 이르러 점차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는 의미. 중국이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고 미국 경제를 추월해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옴.

■ 세줄요약

리오프닝과 단기효과: 1월 무역수지가 월 단위 최고치인 126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중국의 성장 둔화가 큰 요인. 중국의 리오프닝은 한국 경제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 보임.

지속성과 제한성 : 문제는 리오프닝 효과의 지속성. 이와 관련, 최근 확산하는 ‘피크 차이나’론이 주목됨. 중국 경제성장의 하락 추이를 주시하면서 중국 경제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음.

대중국 전략 : 한국이 중국 리오프닝의 단기적 효과만 기대해서는 미래가 없어. 기술·산업구조 변화에 발맞춰 경제성장 전략을 가다듬고 구조조정 등 개혁 과제를 적극 수행함으로써 대중 의존성을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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