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국정혼란 야기한 사람은
부당한 지휘·인사권 휘두른 秋”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치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침묵만 지키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위법하고 부당한 조치를 취한 추 장관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불리한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유체이탈’ 화법을 내놓는 무책임한 국정 운영 방식을 재연하지 말고, 문제의 근본인 추 장관을 해임하는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26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사실상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통해 윤 총장을 직무집행정지시켰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사태를 정리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무도한 행위를 한 추 장관에 대해 대통령은 해임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12월 2일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문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야당은 윤 총장이 아닌 추 장관을 잘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야권에서는 “국민 보기 민망할 정도로 국정 혼란을 야기한 사람은 검찰 지휘권, 감찰권, 인사권을 부당하게 휘두른 추 장관”이라며 “권력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윤 총장을 찍어내려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식이든 문 대통령이 나서서 꼬인 국면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윤 총장을 정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려면 지금과 같은 차도살인(借刀殺人)의 방식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결단하는 게 맞다”며 “추·윤 갈등이 이렇게까지 심각한데 계속 입을 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25일) 추 장관과 윤 총장 관련 언급 없이 오전에는 여성폭력 추방주간 관련 SNS 메시지만 내놨고 오후에는 한국판 뉴딜 관련 인공지능(AI)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현안 외면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국민 여론이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쪼개져 난리가 났을 때도 문 대통령은 한참 침묵하다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이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못지않게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