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un issue & focus 12월호
이용환 한선재단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2021년 마지막 달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회한과 아쉬움이 남는다. 년 초에 부풀었던 희망이 연말이 되면 성취감보다는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한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연말이 되면 밀린 중요한 일을 선별해서 마무리하고자 바쁘다. 금년 한 해 세계 공통의 문제는 코로나19, 기후변화, 제4차 산업혁명과 AI혁명 등 기술경쟁에 대한 대응이었다. 미·중 긴장관계 지속과 국제질서 변화 대응도 중요한 과제였다. 국내적으로도 정치 경제사회문화 곳곳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을 뽑으면 코로나19사태의 지속, 대장동 아파트 폭리 사건, 각 당의 2022 대통령선거 후보 확정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이 있다.
- 2021년 회고
금년에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코로나19 감염병이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과 불편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화상회의, 화상 수업, 원격진료 등 듣지도 알지도 못했던 용어들이 이제는 자연스런 일상의 말이 되었다. QR코드에 의한 사생활 추적 등 코로나19 방역대책에 피로도가 높아지자 정부는 11월 1일부터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위해 단계적 완화에 들어갔다. 이것도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백신 조기 확보에 뒤처졌기 때문이다. 위드코로나 시행 한 달밖에 안 됐는데도 수도권 중증환자가 600명을 넘어서서 병상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확진자는 4,000명 선을 웃돌고 있다. 정부는 부스터 샷을 1~2개월 당겨서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60~74세가 집중적으로 맞은 아스트라제네카(AZ)의 중화항체량이 화이자 접종자의 1/5, 모더나 접종자의 1/7수준으로 나타나자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교차접종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금년에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유발한 가장 큰 사건은 대장동 아파트 폭리특혜이다. 이 사건은 금년 9월 28일, 이재명 후보 경선 캠프에서 고발한 3건의 공직선거법 위반·명예훼손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에 배당되어 사건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국민들의 분노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소수 투자자의 폭리 때문이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세운 성남의 뜰이 50%+1주의 지분을 갖고 있음에도 이 지분보다 훨씬 적은 지분을 갖고 있는 소수의 투자자가 성남의 뜰보다 많은 폭리를 취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설계한 사람과 인·허가권을 행사한 성남시에 대한 수사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했음에도 성남시 압수수색은 뒤늦게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나섰다. 관련된 사람만 해도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그분’을 비롯해서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대법관, 국회의원 등 상당수이지만 이들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은 11월 22일 폭리를 취한 투자자 4명만 배임 및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윗선’이나 ‘50억 원 클럽’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 관련 수사 내용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당시 성남 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관훈토론회에서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수용하겠다”라는 조건부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가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결국 특검을 수용했다. 윤석열 후보는 고발사주의혹에 대해 이미 특검을 수용했기 때문에 양 후보 모두 특검을 받게 됐다. 어떻게 진행될지가 관심사항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각 당 공히 2022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과정이 언론지면을 차지했다. 10월 10일에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11월 5일에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확정됐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후보로 선출됐다. ‘새로운 물결’ 창당을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대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각 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서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년에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안겨 준 것은 문화 분야였다. 성과가 풍성했다. 그중에서도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오징어 게임은 각박한 세상에서 짓누르는 빚의 무게를 떨쳐내려고 456명이 456억 원의 상금을 타기 위해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벌이는 생과 사의 서바이벌 게임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흥미를 유발한 것은 내용보다도 어린 시절 즐기던 놀이 등이 게임의 소재로 활용됨으로써 친근감을 더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열풍은 ‘딱지치기’, ‘구슬치기’, ‘달고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우리의 놀이가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서 11월에는 종교와 신념, 죄와 정의를 묻는 묵직한 내용을 담은 드라마 ‘지옥’이 공개 첫날 전 세계 드라마 순위 1위를 하면서 오징어 게임을 2위로 밀어내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이 6일 만에 이뤄낸 세계 1위의 기록을, ‘지옥’은 단 24시간 만에 달성했다. 그래도 ‘오징어 게임’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인기도 ‘오징어 게임’ 못지않다. 이들의 노래(Butter)가 빌보드 10주 1위를 했다. 11월 22일에 있었던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에서는 대상인 ‘올해의 가수상(Artist of the Year)’을 수상했다. 한편 영화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4월 26일(한국 시간)에 이민가족의 삶은 다룬 ‘미나리’ 작품으로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21년의 문화는 세계 문화의 수신국에서 발신국으로, 세계 문화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다가서고 있음을 실감케한 한 해였다.
이 밖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난 4월에 있었던 서울과 부산 양대 시장의 보궐선거는 공교롭게도 모두 전임 시장들이 성추행으로 물러나면서 발생한, 잔여기간이 1년 남짓한 보궐선거였다. 그럼에도 관심이 높았고 야당이 두 곳 모두에서 당선됐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에서 비핵화 보장 없는 종전선언을 제안했지만 공감을 받지 못했다. 탈원전 정책을 바꾸지 않은 상황에서 탄소중립목표상향 조정도 실현 가능성에 회의를 갖게 한다. 정부는 10월에 2030년 온실감축목표를 26.3%에서 40%로 상향 조정하고 ‘2050 년에는 탄소중립’실현을 제시했지만 무리한 목표 설정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의 명분 없는 데모가 수시로 있었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한 해 대격변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희망을 준 것은 문화 분야였다. 그 밖의 분야에서는 희망보다 ‘불안, 불만, 불신’을 유발한 정책이 많았다.
- 불안, 불만, 불신의 정책들
금년에도 불안 요인들은 끊이지 않았다. 요소수를 구하려고 줄지어 있는 트럭행렬에서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겪은 마스크 대란 사태가 떠올랐다. 그 때나 지금이나 마냥 기다리다가 자기 순번에서 구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돌아가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요소수처럼 특정 국가에서 80% 이상 수입하는 품목이 3,941개(31.3%)나 된다. 전체 수입 품목(1만 2586개) 10개 중 3개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전 대응에 미온적이다. 일이 벌어지면 임기응변으로 부랴부랴 대응한다. 실제 우리는 이런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2019년 일본의 반도체 3대 부품(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고순도 불화수소, 리지스트) 규제, 2020년 자동차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부족, 금년에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정국에 지나친 수입의존도를 줄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전략산업 품목에 대해서는 국내생산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재정 적자의 누적과 가계부채 증대도 불안 요소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 명분으로 현금지급 등 재정을 풀었다. 그러다보니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국가부채의 한계선으로 잡았던 GDP 대비 재정적자 40%선이 무너진 이후 2021년에는 47.3%까지 될 것으로 전망된다. 660.2조 원대 머물던 재정적자가 문재인 정부 때 급속하게 늘어 2021년에는 965.3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공채 등 숨은 부채까지 포함하면 국가채무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국민들은 이러다가 나라 곳간이 비워질까 걱정한다. 특히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국가부채 상환 능력을 감안해 국가별로 돈을 회수할 것”이라는 보도 역시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가계부채도 큰 부담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보고서에 따르면 금년 2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104.2%로 37개 조사 국가 중에서 규모와 증가속도에서 가장 높았다. 물가까지 비상이다. 실제 10월 생산자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8.9%가 올랐다. 재정지출확대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수급불안에 따른 영향이지만 물가 상승률로는 13년 만에 가장 높다. 잠재성장률 전망치까지 하향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불만스러운 정책도 적지 않다. 정책의 부작용 때문이다. 금년 한 해 가장 큰 불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가격 상승이다. 이는 전월세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극심한 전세난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부동산 수요규제정책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경험을 통해서 배웠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장기능이 아니라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정책은 풍선효과를 유발하면서 전국 부동산 값을 올려버렸다. 무주택자들의 불만은 당연하다.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집을 늘려가려는 사람들도 불만이다. 집이 있는 사람들도 급격한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으로 불만이다. 여기에 세금의 근거가 되는 공시지가까지 현실화 명분으로 올리고 있다. 금년 종합부동산세 대상은 전년보다 42%, 세액은 216%나 폭증했다. 고지서를 받은 사람들은 ‘종부세 폭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민 모두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도 불만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인심을 쓰고도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의 차별화로 불만이 적지 않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처럼 소액의 차이로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그러하다. 특히 소상공인 손실 보상금은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기준일 전에 폐업한 사람은 받지 못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원금을 여러 번 주다 보니 종류도 많고 주는 방법도 다르다 보니 불만이 나온다.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지급하다 보니 명칭은 물론 대상, 지원 금액, 받는 방법이 다르다.
2022년 대통령 선거는 최선의 최고의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악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소리가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양당의 대선후보 2명이 여론조사에서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도덕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대통령 선거 운동은 미래로 나가기보다 과거에 발이 묶여있다. 공약 역시 비전 제시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정책공약보다 표심을 자극하는 현금 지급을 포함한 포퓰리즘 공약이 많다. 이 방식으로는 후보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표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현실의 답답한 문제를 풀어가는 미래지향의 비전과 공약을 제시해야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22년에 대한 기대
우리는 서로가 헐뜯고 갈등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자유주의 정신이 숨 쉬고 자율과 창의가 발휘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른 분야에서도 ‘오징어게임’이나 BTS 같은 작품과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서로 배려하고 전통과 새로움이 조화를 이루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한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11월에 펴낸 2022 정책제언서인 [정정당당 대한민국]은 바로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정철학과 전략 그리고 정책을 담고 있다. 2022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나가는 국민으로부터 칭찬받는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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