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앤포커스 11월.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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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sun issue & focus 11월호
1. 정책이 선의로만 설계되어선 안 되는 이유
- “도와주려다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경제학의 경고
경제학 대부분의 교과서들이 1학기 초반부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있다. “규제의 역설”이다. 아파트 거래가격이 너무 높다고 정부가 규제를 가하면, 그 결과는 가격이 낮아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규제 전보다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구매하기에는 집값이 너무 높으니 정부가 마음이 아파 정의를 실현하고자 가격을 낮추라고 규제를 한 것인데, 그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도와주려 했던 정책이“차라리 그냥 두지 그랬어”라는 원망을 듣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경제학은 정책가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언제나 신중할 것을 가르친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 마샬의 이 경구는 경제학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가장 엄중한 가르침이다. 섣불리 정의를 실현하려다 사람들을 더 불행하게 만들 수 있으니 “정책은 언제나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 위에서 세워져야 한다”고 경제학은 강조한다.
2. 수요를 억제하려다 오히려 불을 붙이다
- 규제 정책은 수요를 줄이지 못하고 불안을 키운다
정부가 가격을 규제하는 이유는 수요를 억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부분 고등학교 사회·경제 시간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배웠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쉽게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도 내려가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어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수요를 억제하려면 집을 아예 못 사게 만들거나, 세금을 올려서 시세차익을 없애버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규제가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요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수요는 미래에 대한 기대(Expectation)에 의해서도 크게 움직인다. 부동산은 더욱 그렇다. 이는 경제학 원론 수준의 수요함수 이론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기초 개념이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앞으로 집을 살 기회가 더 줄어들 것이다.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내 집은 없다.” 이 불안은 강력한 심리적 동인으로 작용하여, 기대에 기반한 수요를 오히려 폭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억제하려 했던 수요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3. 거래를 막으면 공급이 잠긴다
- 토지거래허가제가 만든 ‘매물잠김’의 덫
더구나 6.27대책에 이어 10.15대책은 유례없이 광범위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함으로써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12곳에서 아파트를 거래하려면, 구매 자금의 출처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부담을 감수하고 거래에 나설 사람은 많지 않다.
거래가 줄어들면 가격 상승도 멈출까? 그렇지 않다.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기존 아파트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는 ‘공급 감소’를 의미한다.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오르게 되어 있다.
사람들은 흔히 ‘공급’이라는 개념을 신축 아파트 건설로 생각한다. 그러나 공급은 “신축”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의 시장 유입, 즉 “매물화”도 포함된다. 이 같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기존 주택의 시장 유입을 차단하는 강력한 제약이 된다. 결국 공급이 막히면 가격이 오른다. 이는 중고등학교 사회 시간에도 배우는 기본 원리다.
4.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정책만 모른다
- 정책이 현실을 오독할 때 시장은 이미 예측을 끝낸다
이를 우리 국민들이 모를까? 세계 최고 수준의 학력을 자랑하는 나라의 국민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규제가 시작되면 공급이 줄고, 그로 인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미 시장에는 이러한 *기대(expectation)*가 널리 퍼져 있다.
수요가 억제되었다고 믿는가? 국민들에게 겁을 주면 수요, “집을 사고자 하는 의지”는 꺾일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축 공급은 계획 수립부터 토지 보상, 건설, 준공까지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된다. 따라서 공급계획 발표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이미 국민들이 주택공급에는 “건설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또한 대학에서 경제학원론 정도만 수강해도 알 수 있는 기초 지식이다.
신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각종 규제는 기존 아파트 매물이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국민들은 이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결국 미래의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그 결과, 수요는 억눌리기는커녕 되레 폭발하고 있다.
5.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진짜 대책이다
- 불안을 줄이고, 시장에 신뢰를 공급하라
‘기대심리’라는 용어를 단순히 “투기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미래에 내가 살 수 있는 집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또한 기대심리의 중요한 축이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12곳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고, 6.17대책 이후 강화된 대출 규제는 “살 수 있는 집도 없고, 살 수 있는 돈도 없다”는 이중의 불안을 유발하고 있다. 비수도권 주민들은 인구절벽으로 인한 지방 소멸 공포 속에서 “똘똘한 한 채를 위해 서울로 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여기에 더해 각종 취득세, 양도세 중과 조치는 이 강박을 더욱 부추긴다.
이런 ‘구매 불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에 믿을 만한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기존 주택 시장을 숨통 트게 하라
공급 확대는 단지 신축 아파트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기존 아파트가 매물로 시장에 나오는 것도 중요한 공급이다. 그런데 지금의 토지거래허가제, 양도세 중과, 취득세 중과는 이 공급을 틀어막고 있다. 반대로, 세제 완화를 통해 매물이 시장에 풀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미 국민들은 과거 28차례에 걸친 규제를 통해, 규제가 가격을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끌어올린다는 것을 학습했다. 규제를 강화할수록 기대심리는 더 증폭될 뿐이다.
둘째, 신축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신축 아파트 공급은 민간 건설사에 맡겨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는 공공 공급이 늘어난다는 신호는, “앞으로 민간 브랜드 아파트는 나오지 않는다”는 불안을 유발한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원하는 입지에, 원하는 브랜드의 아파트다. 공급이 수요와 어긋나면 가격 안정 효과는 없다. 오히려 기존 민간 아파트의 희소성이 올라가고, 기대심리는 다시 과열된다.
셋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라
민간의 공급 의지를 꺾는 각종 장치들은 해제돼야 한다. 넘치도록 많은 민간 아파트가 공급될 것이라는 시그널만이 수요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오늘 사지 않아도, 오늘 달려가지 않아도 내일 그와 같은 집이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도감이 생겨야 ‘패닉 바잉’은 멈춘다.
일부는 “고가 아파트에 초과이익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 생각이야말로 공급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고가 아파트가 공급되면, 중간 가격 아파트에 거주하던 이들이 이동하면서 중간 가격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고 가격이 내려간다. 중저가 아파트도 같은 과정을 거치며 가격이 안정된다. 이 과정을 부동산경제학에서는 ‘필터링 효과’라고 부른다. 공급은 고가든 저가든 중요하지 않다. 공급만 되면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이 기본 원리를 정책당국은 다시 새겨야 한다.
결론: 정치에 포획된 부동산 정책,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를 과연 용기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정책가가 있을까? 이러한 과제들은 ‘정의 실현’을 외치는 정치 앞에서는 실행될 수 없다. 결국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정치’라는 이름의 ‘정의’에 포획되어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인정하지 않은 채, 경제학 원론과 싸움을 반복하는 사이에 집값은 계속 오르고,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들은 오히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공급을 늘리려면 현실을 인정하라
경제 원리를 인정하고,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주택이 아니다. 원하는 입지에, 원하는 품질의 주택이다. 원하는 입지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고, 원하는 품질은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다. 아무리 공공이 주택을 공급해도 수요자는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수요자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공공주택을 지어도 가격 안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은 민간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익성이 낮아 민간이 꺼리는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공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아야 할 일이다. 반면 중산층 이상의 주택 수요는 민간에 맡기는 것이 맞다. 공공이 민간의 영역까지 침범하면 일자리는 줄고, 공급은 왜곡된다.
수도권 집중 수요와 대체입지 전략
또 하나 고민해야 할 것은 수도권으로의 주택 수요 집중 현상이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강박을 키우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도권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비수도권 입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순한 지역개발이 아닌, 전 국토에 대한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발전균형전략이 필요하다. 교육, 의료, 교통, 일자리, 문화 인프라를 갖춘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야 수도권 쏠림을 줄일 수 있다. 대체입지를 만드는 일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장기적인 국가 생존전략이라는 각오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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