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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중국 편향성의 실체와 우리의 과제] 통권348호
 
2025-03-24 14:03:34
첨부 : 250324_brief.pdf  

Hansun Brief 통권348호 


이지용 계명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교수 /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 목 차>

 

1.  한국의 중국 외교 '실용론'

2.  미국의 중국 정책 전환과 실용외교

3.  '신냉전' 전환기, 한국의 외교 전략




1. 한국의 중국 외교 실용론

 

예전 한 국제관계 세미나에서 대한민국 정체성과 외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을 때였다. 필자의 논지는 한중관계가 중요하지만, 이것이 대한민국의 자유헌정체제와 주권에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주권, 자유의 가치, 현재의 규칙기반 국제자유질서 수호라는 원칙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며, 중국과의 관계도 원칙 있는 대중외교에 기반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설령 한국의 원칙 있는 외교 또는 국가안보 사안 결정이 중국이 원하지 않고,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해도, 원칙에 있어서만은 어떠한 불이익 또는 중국의 보복을 감수하고라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위협과 보복에 당장 피해를 입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한중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임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정토론자로 나선 전직 중국대사께서 뼈있는 충고를 해 주셨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정체성과 원칙에 대해 얘기하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대중 무역의존도 20%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체성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1교역국인 중국에 한국은 외교로서 답해주어야 한다. 실용실리로 판단하자.

 

이것이 1990년대 이후 탈냉전 세계화 시대에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이른바 실리 실용대중외교론이다. 실리’ ‘실용 국익의 미명 하에 어느 순간인가부터 대한민국은 중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면 매우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되고, 이는 국익 실리를 고려하지 않는 무모한 행동으로 치부하고 있다. 특히 정치, 외교, 경제, 언론방송, 전문가 등 이른바 한국 사회 엘리트 집단의 중국 편향성은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중국이 대한민국 서해를 대놓고 침탈해도 애써 외면한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대놓고 한국은 역사적으로도 중국 것이라는 심각한 망발을 해도 수수방관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이름하에 신라를 제외한 한국 역사를 중화역사로 탈바꿈시켜놓고 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도서관에 뿌리고 있는데도 대응은 고사하고 대부분의 국민이 모르고 있다. 중국이 대한민국 영토에서 자국의 사법권을 비밀경찰서운영을 통해 유린해도 항의 한 번 못한다. 한국의 인터넷 여론조작과 악의적 가짜뉴스 유포로 민심을 교란시키고, 정치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 있어도 대응 조치 한 번 취하지 않는다. 대규모로 한국의 기술을 탈취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한 마디 못하고, 관련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대신한다. 그리고 정부와 언론방송은 불미스러운 사건의 중심에 중국인이 있으면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 표현한다. 실용실리’ ‘국익에 기반한 중국 자극 절대 불가 방침 속에 이제 한국은 중국이 원하지 않으면 문화공연 하나 공개적으로 개최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이뿐인가 한국의 정치인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경쟁적으로 중국에 대한 새해 배례의식을 거행했다. 문재인은 대통령 신분으로 중국은 큰 산, 한국은 큰 산의 작은 봉우리라고 사대의 예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실용실리의 논리로 어디까지 내주어야 하는가?

 

실용과 실리는 수단이다. 대한민국 자유헌정 체제와 자주독립 주권을 확립한 기반 하에서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것은 우리의 목적이다. 목적을 망각하면 수단은 설 자리조차 없게 된다.


2. 미국의 중국 정책 전환과 실용외교

 

미국의 중국정책이 전환되었다. 1972년을 기점으로 보면 약 반세기 만이다. 미중데탕트 이후 약 반세기를 지속해 온 대중(對中)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기조가 종언을 고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중국정책은 탈중국(decoupling China) 중국위협 억지와 제거(derisking China)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서 중국 밀어내기 또는 중국 방출(China extrusion)이 점진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 인게이지먼트에서 중국억지로 전환된 것이다. 향후 미국의 중국 정책에 대한 부침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억지와 방출 기조는 미국의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중국 정책 전환은 단순히 미중관계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정치 구도의 격변을 불러일으키고 지정학과 지경학의 동학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는 한국의 정치군사안보 및 경제에도 직결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미중관계 변화 추이를 국제지정학과 지경학의 차원에서 분석하고 국가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의 중국 정책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3차례 있었다. 1차 전환의 계기는 한국전쟁이었다. 전쟁 교전국으로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은 적대관계로 전환되었다. 중국의 위협과 유라시아 대륙의 전체주의 확장을 억지해야 하는 미국에 한반도 남쪽의 대한민국, 일본, 대만, 그리고 월남의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커진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냉전 구도의 형성은 일본, 대만, 월남, 그리고 대한민국에 안보와 경제적 지원이라는 외적 기회요인을 제공했다. 2차 전환점은 1972년 미중데탕트이다. ()소련의 위협을 견제해야 하는 공동의 필요성이 주된 배경이었다. 미중데탕트는 미국의 동아시아 지정학과 지경학 계산을 바꾸어 놓는다. 특히 한반도와 대만에 대한 지전략적 이익과 계산에 큰 변화가 있었다.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중요성에서 당연히 중국이 1순위의 중요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동시에 대만과 한국이 갖고 있던 전략적 중요성이 2순위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 결과 주한미군 철수론이 나오고 대만과는 국교를 단절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또한 1980년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으로 대전환을 이루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경학적 이익이 결부되고, 그 결과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반도에 대해서는 중국의 이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고, 한반도 현상유지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기조가 되었다.

 

한국은 1970년대 미중데탕트에 수반되는 외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1992년 국제환경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는 선택을 했다.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전격 수교한 것이다. 이후 중국은 한국경제에 기회요인이었고, 한국은 이를 매우 전략적으로 경제성장에 활용했다. 미국의 중국 인게이지먼트 정책 구도 하에서 한국은 이른바 안미경중, 대중대미 실용외교,’ ‘줄타기외교,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의 고민 등의 논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미국의 중국 인게이지먼트 정책 기조라는 큰 구도 하에서 크게 문제 될 사안은 아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3. 신냉전 전환기, 한국의 외교 전략

 

현재 국제정치는 신냉전으로 전환되었다. 이른바 CRINK(China, Russia, Iran, North Korea)반자유세력 대() 자유세력 간에 가치질서를 두고 대립하는 구도가 본격화 된 것이다. 세계화 탈냉전 시기 동안에 이들 전체주의 또는 권위주의 국가들과 미국을 위시한 자유 서방 국가들 간에 갈등과 경쟁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유의 가치국제질서를 놓고 대치하는 구도는 아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자유질서에 이들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도전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 이른바 신중화질서로 국제질서를 재편하겠다는 패권 야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가치 질서를 두고 대립하는 성격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런데 가치질서를 두고 전개되는 대립은 상호 양립 및 공존이 불가한 게임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제3차 중국 정책 전환의 주요 이유이다.

 

가치 질서를 놓고 벌이는 신냉전과 미국의 중국정책 전환 시기에 한국은 이전 주류 외교담론이었던 균형, 줄타기, 모호한 전략적 포지셔닝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조속히 간파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정치 격변과 함께 지정학과 지경학의 동학이 본격적으로 작동되는 시기에는 진영 간 대립의 긴장도가 가장 약한 고리 또는 모호성 공간으로 분출되게 되어있다. 이러한 국제적 구도와 조건에서 한국의 모호한 전략적 포지셔닝 또는 중국 편향성, 중국경사는 대한민국에 군사안보 및 경제 모든 측면에서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급격히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한국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체 국방력 강화라는 내적 균형 조치와 함께 가치동맹으로 승격된 한미동맹을 최고 수준으로 승격시키는 외적균형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 북한, 러시아와 같은 반자유세력과의 세력균형과 실질적인 억지력의 필수조건인 한미일 안보협력 구도를 대폭 업그레이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끝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헌정체제와 국제자유주의 질서를 바탕으로 우리의 자유, 독립주권, 그리고 번영의 기반을 닦아왔다. 이게 우리의 정체성이자 대한민국 평화발전 및 생존의 기반이다. ()자유 신중화질서를 꿈꾸며 중화패권을 확장하는 데에 명확한 대한민국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패권확장 정책에 몰입되어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자유질서를 위협하는 중국이 한국을 쉽사리 도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건강한 한중관계를 유지하는 진정한 실용외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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