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un Brief 통권340호
1. 들어가는 말
2. 비교법적 고찰로 본 한국 탄핵제도의 문제점: 너무 쉬운 탄핵
3. 대통령 탄핵의 제도적·절차적 문제점
4. 결론
1. 들어가며
최근 여소야대인 22대 국회에서는 소위 “제왕적 야당”이라 불릴 정도로 야당이 ① 입법권을 남용하고, ② 29회(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의 비정상적인 탄핵소추권을 남발해서 국정을 마비시켰고, ③ 행정부·사법부의 조직·운영 방해 및 예산삭감권 남용하는 전례 없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국무위원들에 대한 탄핵이 정부를 마비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현행 헌법상 탄핵제도의 문제점과 아울러 대통령 탄핵 사건의 절차적 쟁점에 대해 고찰해 본다.
2. 비교법적 고찰로 본 한국 탄핵제도의 문제점: 너무 쉬운 탄핵
1. 미국의 대통령 탄핵제도
미국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에서 결정한다. 미국의 탄핵제도는 정치적 성격이 매우 강한 반면 사법적 성격은 거의 없다. 상원에서 진행되는 심판은 법정 절차와 유사하며, 상원 의원들이 판사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 대법원장의 감독하에 진행되지만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는 심판을 담당하지 않는다. 탄핵에 대한 심판은 상원에서 2/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만 공직에서 면직된다.
앤드루 존슨(A. Johnson) 대통령(1968년, 1표 차), 빌 클린턴(B. Clinton) 대통령(1998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2021) 등 다수의 탄핵 사건이 있었으나 미국 역사상 탄핵으로 면직된 대통령은 없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 대통령은 상원 탄핵 직전 자진 사임함으로써 탄핵을 피했다.
2. 프랑스의 대통령 탄핵제도
프랑스에서는 대통령 탄핵 사유와 절차는 탄핵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엄격해서 임기 동안 “불가침성”이 보장되도록 설계되었다. 프랑스 대통령은 매우 다만 심각한 불법이 있는 경우만 특별 재판절차에 의해 면직되지만, 헌법과 법률 위반 사유를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기 때문에 역사상 탄핵 된 대통령은 없다. 이처럼 프랑스의 정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 의해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그 주안점을 두고 이원집정부제로 운영되고 있다.
3. 독일의 탄핵제도
독일은 의원내각제 국가로서 행정부 수반은 수상이고 의회의 다수파, 또는 다수 연합에 의해 선임된다. 반면 대통령은 5년마다 연방 총회(Bundesversammlung)를 구성해서 간접 선거하며 형식적 국가 원수로서의 지위만 가진다.
독일 기본법(헌법, Grundgesetz) 제61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기본법(헌법), 법률 위반, 명백히 부적절한 행위가 있을 때 연방헌법재판소(Bundesverfassungsgericht)가 이 사건을 심리·결정한다. 먼저 수상에 대한 연방헌법재판소의 탄핵 절차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수상은 의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며, 의회의 신임을 잃었을 경우 사임하는 정치적 책임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상 역시 헌법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심리될 수 있다.
반면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중대한 위반 사유가 있는 경우 연방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여부를 심리한다. 독일 대통령은 의례적 국가원수이고 실권이 없기 때문에 여야 상호 간에 정치적 탄핵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와 같이 독일 대통령은 프랑스와는 정반대로 정치적 실권이 없기 때문에 야당이 굳이 아주 특별한 헌법·법률 위반행위가 없는 한 탄핵하지 않기 때문에 탄핵된 사례가 없다.
4. 소결
근본적으로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혼란 양상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헌법이 기초하고 있는 “상호관용(mutual tolerance)”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의 근본 규범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법제도적으로는 현행 헌법하에서는 여소야대일 경우 야당이 입법권, 탄핵소추권, 정부조직권·예산권 등을 남용하는 경우 대통령은 오직 “거부권”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결국 현재 야당이 200석에 가까운 여소야대 상황 하에서 야당의 입법권, 탄핵소추권, 정부조직권과 예산삼각권 등 권한 남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은 소극적인 법률안 거부권 밖에 없는 것이다. 이마저도 만일 야당이 2/3(200석)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하면 효과가 없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현재 야당은 실질적으로는 의원내각제의 여당인 것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매년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은 여전히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한다. 또한 현재와 같이 유리한 의석 확보가 가능한 야당에서 개헌에 찬성할 이유가 없다.
둘째,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중선거구 정도로 개편해서 보수당이 수도권, 호남권 등에서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거구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야당에서 합의해 주기를 바라기는 난망하다. 또한 야당에서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자칫 변형된 소선거구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이 매우 어렵다면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쉬운 탄핵을 피하는 방법은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이상 승리하는 방법 뿐이다. 예를 들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것처럼 대선과 총선이 근접한 시기에 대선 후보의 영향력이 큰 시기에 총선이 치러진다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런 기회는 확률상 매우 희소하고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현재의 여당보다는 야당에 좀 더 유리한 선거구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현행 헌법 체제의 권력구조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게 되면, 구조적으로 인구의 변화, 도시 집중화 현상이 강화되는 미래에는 대통령(특히 보수 성향의)은 정권 출범 시부터 어려움에 직면하고, 특히 임기 중반 이후의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집권 후반기에는 계속 탄핵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3. 대통령 탄핵의 제도적·절차적 문제점
1. 제도적 문제점
선진국 사례 중 한국의 대통령 탄핵제도는 독일과 유사하다. 1988년 헌법 개정 시에 헌법재판소 제도를 도입하면서 함께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행 헌법상 대통령 탄핵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와는 다른 정치제도를 가진 독일 제도를 도입하면서 한국의 권력구조 내에서 독일과는 달리 대통령의 권한이 크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판단된다. 즉 독일은 의원내각제 국가라서 의례적·형식적 권한을 갖는 대통령을 굳이 탄핵할 필요가 없으나, 한국은 막강한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기회가 생기면(또는 기회를 만들어서) 계속 탄핵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회에서 소추하고(재적 2/3), 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하는 이중적 성격(정치적 성격과 사법적 성격)을 모두 가진다.
국회 절차에서의 대통령 탄핵제도의 문제점은 현행 헌법은 제정 당시 1988년에는 제21대(2020년)와 22대(2024년) 국회처럼 압도적인 숫자(150석~180석 이상, 또는 200석에 육박)의 의석을 가진 야당의 출현을 예정하고 있지 않았던 것에서 기인한다. 즉 2/3 이상의 의석을 가질 경우 모든 입법권, 헌법상 기관 구성권, 예산권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행정부 수반(대통령)의 권력은 여전히 소수 여당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현재와 같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하는 경우에는 국민의힘 계열(보수)의 정당에서 대통령을 당선시키더라도 끊임없이(특히 집권 후반기에는) 탄핵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2. 절차적 문제점
현행 헌법을 유지하는 한 압도적인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의 발목잡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더하여 탄핵 심판기관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기준이 지나치게 불명확하고 낮으며, 매우 추상적이어서 탄핵을 당하는 경우 법리 논쟁보다 “광장의 여론”에 밀리는 경우 ‘자칫 탄핵’을 당할 수 있는 우려가 높다.
이와 같이 한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여소야대가 되면 최우선으로 대통령 탄핵을 시도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 탄핵제도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조장하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① 헌법재판소의 심리·결정 단계에서 심판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느슨하다)는 것이다. 현재 헌재는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서 “직무상”, “위법·위헌성의 존재”, “위헌·위법의 중대성”이라는 3가지 요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있다. ② 절차상 피청구인(대통령)의 방어권도 형사사법 절차보다 매우 약화되는 것처럼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으며, ③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최고로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에 의해 심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리기간이 2~3개월로 지나치게 단기간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에는 박 전대통령 측에서 거의 사법절차에 대응하지 않고 탄핵심판절차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나 국민들이 이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일반 형사범도 1심을 마치는데 최소 수개월~2년도 소요된다. 따라서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더욱 신중하고 엄격하게 형사절차를 준수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둘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기준은 프랑스와 같이 매우 높게 설정되어야 한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는 일반 공무원에 대한 탄핵 재판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그 정치적·헌법적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에 신속하게만 진행하려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에는 신속한 재판이 졸속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탄핵 심판은 일반 징계절차와는 달리 탄핵 심판은 최종심으로서 분명히 “헌법과 법률”에 “중대한 위반”이 있을 때에 선고되는 “징계적 제재” 및 “형사벌”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결정할 경우에는 매우 엄격하고 심도 있는 형사법적 측면에서의 “위헌·위법성”과 “중대성”에 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4. 결론
만일 헌재가 탄핵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게 되면 실질적으로는 “정부불신임”이 가능해져서 결국 대통령은 국회해산권이 없는 반면, 국회는 정부불신임권을 가지는 것이 되어 3권분립 원칙에 배치된다.
만일 헌재가 또 다시 윤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을 형사법적 측면에서 신중하고 밀도있게 검토하지 않는다고 천명하거나 그런 경향성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탄핵 찬성 측이나 반대 측 모두 차분히 헌재의 법리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거리로 나와 헌재를 압박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향후 심리 과정에서 헌재는 “형사절차에 따라”, “엄격하고 심도 있게”, “위헌·위법과 중대성”요건을 면밀하게 심사해야 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통령을 헌법재판소가 파면할 때는 최고로 강화된 기준으로 국민들이 사건을 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시일을 두고 심리해야 한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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