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sun Brief 통권346호
1. 미국과 프랑스: 대통령의 비상대권와 의회의 제한적인 사후해제권
2. 계엄선포 후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국회의 내란 몰이와 탄핵소추 의결
3. 조사절차와 심의 과정 없는 탄핵소추 의결의 헌법적 문제
대통령(윤석열)에 대한 국회(거대 야당)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은 정상적인 헌법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기형적이고 위법적인 과정이었다. 이하에서는 비교헌법적인 분석을 짧게 한 다음, 우리의 기형적인 내란 몰이와 비정상적인 탄핵소추 의결 과정이 헌법적으로 왜 문제가 되는지를 짚어 본다.
1. 미국과 프랑스: 대통령의 비상대권과 의회의 제한적인 사후해재권
미국에서 올해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남부 국경지대에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를 선포하고, 군병력 1만 명을 국경지대에 투입해서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고 추방하게 했다. 어제까지 바이든 정부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 없이 관리하던 국경 지역이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고 해서 갑자기 비상 상황으로 바뀐 것이 아니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서 군을 투입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에게 이런 비상대권(非常大權)을 직접 부여하는 조항은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이런 비상대권을 갖는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당연한 책임이자 권한이라고 보는 것이다.
대신, 미연방의회가 1976년에 국가긴급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을 만들어서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연방의회에 알리게 하고, 의회가 심의해서 상원과 하원의 일치된 결의가 있으면 대통령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끝내도록 규정했다. 이 결의에 대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면 3분의 2 이상의 국회 의결이 있어야만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할 수 있다.
프랑스 헌법(제36조)에는 계엄선포 권한이 명시적으로 주어져 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12일간 유효하게 지속되고, 그 연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프랑스의 경우 적어도 12일 간은 대통령이 단독으로 계엄을 선포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든 프랑스든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비상대권(非常大權)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한 헌법의 법리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국가비상사태’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만이 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그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 더구나 그 판단의 잘잘못을 누구도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대신에, 미국이든 프랑스든 의회가 사후적으로 그 비상대권의 효력을 지속할 것인지에 관해서만 통제권을 가지게 된다. 미국은 상하 양원의 결의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써 해제를 할 수 있다. 프랑스는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대해 12일간은 의회가 통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2. 계엄선포 후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국회의 내란 몰이와 탄핵소추 의결
여기서 주목해서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느닷없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해서, 그 권한 행사를 놓고 ‘내란이다, 탄핵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소송이 제기될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 어떤 소송도 제기된 바 없다. 만일 소송이 제기된다면, 그 효력을 정지시킬 것인지를 놓고 법원의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의 재판까지 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재판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처벌하는 재판이 아니다. 단지 그 효력을 정지하거나 중단하는 재판일 뿐이다.
정상적인 헌법국가라면 대통령의 비상대권 행사에 대해 이렇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했는가? 매우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대통령이 계엄선포를 하고, 국회가 2시간 40분 만에 계엄 해제 요구라는 통제권을 바로 행사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국회 의결을 존중하여 헌법에 따라 계엄 해제를 했다. 선포에서 해제까지 7시간 11분이 걸렸다.
그런데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은 바로 내란죄 몰이를 하면서, 계엄 해제 당일(2024년 12월 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1차)을 발의했다. 조사절차는 생략했고, 증거자료로 언론기사 7건을 첨부했다. 3일 후(12월 7일) 탄핵소추안은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한 번 부결되었으면 그것으로 끝내야 하는데, 내란죄 선동을 계속하면서 며칠 후(12월 12일) 또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틀 후(12월 14일) 내란죄 선동에 넘어간 일부 여당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탄핵이 의결되었다. 그 즉시 막중한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었다. 대외적으로 국가는 위기에 빠졌고, 대내적으로는 극심한 혼란이 일어났다.
이것은 결코 정상적인 헌법절차가 아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킨 것도 모자라, 13일 만에(12월 27일) 대통령 권한대행(한덕수)까지 ‘불법으로’ 탄핵시켰다. 여기서 불법이라고 하는 이유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200명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국회의장이 임의로 150명 찬성이면 탄핵이 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서는 192표의 찬성으로 탄핵 가결을 선포했다. 또한 민주당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행정안전부장관, 법무부장관, 검사들을 줄줄이 탄핵하여 권한을 정지시켰다.
더 나아가 공수처와 경찰은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대통령에 대해 체포·압수를 시도했고 급기야 현직 대통령을 불법으로 구속했다. 그리고 계엄 시행에 관여했던 국방부장관, 경찰청장 등을 모두 구속했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직무를 마비시켜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이것은 ‘의회 쿠데타’이다. 이 점에 대한 헌법적 평가 없이 대통령 계엄선포의 요건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중대한 판단의 누락이라고 할 것이다.
3. 조사절차와 심의 과정 없는 탄핵소추 의결의 헌법적 문제
거대 야당(민주당)은 계엄선포가 해제된 당일(2024년 12월 4일) 언론 기사 7건을 참고 자료로 붙여 대통령 탄핵소추안(1차)을 발의했고, 국회는 3일 후(12월 7일) 조사절차와 심의 과정 없이 본회의에 상정하여 찬반 토론 없이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수는 195표로 확인되었다. 재적의원 3분의 2(200표)의 찬성이 없었기 때문에 안건은 ‘부결’되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은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의결표 수’이다. 투표 결과 의결표 수를 넘지 못했다면, ‘투표 불성립’이 아니라 ‘안건 부결’이다. 그런데 국회의장은 ‘부결’을 선언하지 않고 편법으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중요한 헌법상의 절차를 왜곡시킨 것이다.
이렇게 1차 탄핵소추안은 12월 10일(화) 회기가 만료되는 정기회(제418회)에서 무산(부결)되었다. 그런데 거대 야당(민주당)은 정기회가 끝나자마자 다음날 바로 임시회(제419회)를 열어서 2차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12월 12일), 이틀 후(12월 14일) 내란죄 선동에 넘어간 일부 여당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탄핵이 의결되었다. 그 즉시 막중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었고, 국가는 대내외적으로 큰 혼란과 위기에 빠졌다.
이런 중대한 결과를 낳는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을 하면서,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민주당)은 사실조사나 토론·심의 과정 없이 오로지 표결로써만 밀어부쳤다. 의결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는 언론 기사 63건이 전부였다.
이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절차인지는 우리와 유사한 탄핵소추절차를 가진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쉽게 드러난다.
닉슨 대통령 탄핵소추의 경우, 1972년 6월에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고 상원(上院)의 특별조사위원회가 1973년 2월 7일 그 스캔들에 대한 사실조사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꼭 1년 후인 1974년 2월 6일 하원(下院)은 결의안을 통과시켜 그의 법사위원회(Judiciary Committee)에게 탄핵소추를 위한 충분한 사유(sufficient grounds)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하원 법사위원회는 1974년 7월 27일 논의된 다섯 가지 소추사유 중 세 가지 소추사유(사법방해, 권력남용, 의회모독)만을 인정하여 하원에 보고하였다. 요컨대,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고 상원의 특별조사위원회에 의한 1년의 사실조사와 다시 하원의 법사위원회에 의한 6개월에 걸친 소추사유 확인 및 인정절차를 거쳤다.(닉슨 대통령은 하원의 소추의결이 있기 직전인 1974. 8. 9. 사임하였음)
미국은 하원의 탄핵소추가 의결되어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데도, 이렇게 엄중한 조사절차를 진행해서 의결에 들어간다. 그런데 우리는 탄핵소추가 되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그것만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빠진다. 대외신인도는 추락하고 국민경제는 위험에 처하며 국론은 극도로 분열된다. 헌법 이론적으로는, 주권자(국민)가 두 기관(대통령과 국회)에게 양분해서 나누어준 민주적 정당성의 한쪽을 국회가 부정해 버리는 절차이다. 이 중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 사실조사와 토론·심의가 완전히 빠졌다는 것은 중대한 헌법적 절차 위반의 문제를 남긴다.
우리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탄핵소추의 의결에 들어가기 위한 전제로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명시한 것은 적어도 국회 차원에서 ‘위반행위가 인정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국회 차원에서의 위반행위 인정 절차가 생략되었다면, 소추의결의 전제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서 헌법 제65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국회법 제130조는 헌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제130조(탄핵소추의 발의)는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을 때에는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조사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헌법(제65조 제1항)은 국회의 의결에 앞서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행위’를 확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대통령(노무현) 탄핵결정(2004헌나1)에서 이러한 헌법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국회의 자율성’이라는 피상적인 논리와 국회법의 규정을 들어 조사절차를 생략한 결함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국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회법이 헌법에 합치되는지를 규명하지 않고, 국회법 규정을 들어 헌법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헌법 논증이다.
이번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의 전 과정을 보면, 순서가 거꾸로 되었다.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하기 전에, 조사위원회를 열어서 사실조사 및 토론과 심의를 먼저 했어야 했다. 3개월 정도 이 조사 과정을 거쳐서, 사실인정을 하고 그 인정된 사실에 대한 헌법적 평가를 내린 다음에, 탄핵소추의 표결에 들어갔어야 한다. 이런 절차를 통해서 국민들이 계엄선포에 대해 진지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어야 한다. 이것이 ‘정치적 공론장’으로서 국회의 기본적인 기능이고 역할이다.
그런데 국회는 이 절차를 생략했다. 국민을 무시한 것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리면서, 그러니까 주권자의 의사를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리면서,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과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탄핵소추 여부에 한 표를 던져야 할 국회의원들조차 사실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그 헌법적 의미를 생각하고 토론할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다. 그저 ‘내란 선동과 거짓’이 난무한 가운데 당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표를 던졌다. 평소에 한 명 한 명의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이라고 자칭하던 그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사실조사는 헌법재판소가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4월 18일 두 명의 헌법재판관(문형배 이미선)이 퇴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긴 헌법재판소는 무리한 재판 진행을 했다.
아쉽게도 헌법재판소는 11차례의 변론에서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조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 많은 헌법 쟁점들에 대한 변론은 거의 없었다. 한 차례 양측 대리인의 주장만 듣고 변론은 종결되었다. 변론에서 무엇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이고, 각 쟁점에 대해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논리가 무엇인지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모습은 없었다. 그리하여 무엇이 헌법적 쟁점인지, 어떤 사실적 요소나 법리가 그 쟁점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언론이나 국민은 알지 못한 채, 모든 쟁점과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밀실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탄핵심판절차가 꼬인 것은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민주당)이 조사 및 심의 절차 없이 표결로만 탄핵소추 의결을 밀어붙인 중대한 헌법적 흠결에 그 원인이 있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이 중대한 흠결을 짚어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면, 영원히 우리의 탄핵심판절차는 후진성을 면하지 못할 것이고, 의회 독재의 유혹은 계속될 것이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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