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포커스 3월.pdf
Hansun issue & focus 3월호
1. 재판소원의 의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당해 공권력 행사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를 청구하여 기본권을 구제받는 제도가 ‘헌법소원’ 제도인데, 법원의 재판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당해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에 대한 심사를 청구하는 제도가 ‘재판소원’ 제도다.
헌법은 제111조 제1항에서 헌법재판소의 관장 사항을 규정하면서 제5호에서 ‘헌법소원’을 관장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구체적으로 헌재의 관장 사항이 되는 헌법소원인지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함으로써 헌법소원 대상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에 따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을 보면,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1997년 결정에서 헌재가 이미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결정함으로써(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헌재법 제68조 제1항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 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병합)) 법원의 재판도 제한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천명하였다. 즉, 법원의 재판이 제한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현재도 재판소원이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원의 ‘모든’ 재판에 대해서, 그 재판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적법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를 포함)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재판의 당사자는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침 하에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10월 20일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으며, 이 법안은 다음날인 10월 21일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후, 2026년 2월 11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안 형태로 공론화 과정 없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되었다. 본회의 의결만 남기고 있다.
재판소원 제도는 헌재에서 이미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완전히 낯선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재판소원 제도를 모든 재판을 대상으로 전면 확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우리나라의 3심 재판제도와 헌법재판 제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2.재판소원의 위헌성 여부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현행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의 사법행정 업무를 관장하는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헌법 제101조는 제1항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 것은 대법원의 판결로 모든 재판이 종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법원의 재판에 불복한다고 해서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하면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재판소원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헌법에서 모든 공권력 작용에 대해서 연방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와는 헌법적 근거가 다르다는 점도 재판소원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반면 헌법재판소와 일부 법학 교수들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재판소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헌재는 법원의 재판도 공권력 행사이기 때문에 재판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헌법소원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에는 재판소원이 위헌이 아니라는 전제가 당연히 내포되어 있다. 1997년 헌재법 제68조 제1항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의 계기가 되었던 재판소원 등 몇 건의 재판소원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이미 있었다는 점도 재판소원이 위헌이 아니라는 헌재의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소원의 위헌 여부에 대한 논쟁의 당ㆍ부당을 떠나서 국회 입법에 대한 위헌 여부의 판단권은 결국 헌재에 있다는 점에서, 재판소원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이를 공포한다면, 재판소원 제도의 위헌성을 다투어 무력화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3. 재판소원의 다른 문제점
⑴ 4심제 여부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헌법이 정한 3심제가 무너지고, 사실상 4심제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4심제 논란에 대해서 헌재는 재판소원은 일반적인 상소와는 다른 특별한 헌법적 구제 절차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소원이 일반적인 상소와는 다른 특별한 절차인 것은 사실이나, 법원에서 3번 재판을 거친 사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다툴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4심의 모습을 갖게 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법원에서 3심 재판을 거친 후에도 재판소원을 청구하는 당사자와 상대방 소송당사자는 헌재의 심판을 받기 위해서 변호사를 새로이 선임하고 몇 년씩 결과를 기다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⑵ 헌법재판소의 업무 폭증
재판소원이 전면 도입되면, 헌재가 심리해야 할 사건이 폭증하게 된다. 그동안 헌재에는 1년에 평균적으로 2천에서 3천 건 정도의 사건이 접수되었는데, 재판소원이 전면 도입되면, 대법원이 최근 1년간 4만 건 정도를 처리했고 우리나라에서 민ㆍ형사 사건에 대한 평균 상소율이 3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여 계산해 보면 헌재에 접수되는 재판소원이 1년에 1만 건이 넘을 수 있다. 헌재의 업무량이 4, 5배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헌재의 평균적인 사건 처리 기간이 2024년 기준 평균 724.7일로 약 2년인데, 재판소원의 전면적인 도입으로 업무량이 4~5배 증가하게 되면 헌재의 평균적인 사건 처리 기간은 현재보다 훨씬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권리 구제에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어 국민에게 큰 피해와 고통이 되고, 사회적 비용의 증대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헌재는 헌법상 헌법소원 심판 외에도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데(제111조 제1항), 이 중에서 단연 위헌법률심판 업무가 중요한 제1차적 기능이다. 국회가 다수결로 결정하고, 대통령이 위헌 소지가 없다고 판단하여 공포한 법률에 대해서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은 정치적 기관인 국회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으로 헌재의 권능 중 제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재판소원이 전면적으로 인정되면 재판소원의 폭증으로 인하여 헌재의 위헌법률심판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며, 국회와 대통령을 견제하는 헌재의 일차적 기능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 헌재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위헌법률 심판도 함께 하는 미국 연방 대법원의 경우에도 일반 소송 사건에 대한 상고심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연방 법률이나 주법이 연방헌법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는 게 사실상 제일 중요한 권한이라는 점에서, 헌재의 위헌법률심판 기능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7년까지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이 인정되고, 이에 대해서 헌재가 일일이 심리하였으나,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최고의 헌법재판 기관인 헌재가 그 당ㆍ부당을 심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가 문제 됨에 따라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6월 1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모든 범죄에 대해서 재정신청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소원이 아닌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인정하려는 것은 2007년 국회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했던 노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⑶ 재판소원에 대한 가처분 제도의 남용 가능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살펴보면, 안 제71조의 2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 심판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직권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의하여 종국결정의 선고 시까지 심판 대상이 된 공권력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헌법소원 청구에 따라 심판 대상이 된 공권력 작용에 대한 ‘가처분’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재판소원이 청구된 경우에는 최종 판결의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 이는 법원의 재판에서 패소한 당사자의 소송 지연 전략으로 재판소원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 결론
우리나라에서 재판소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억울함을 당했다거나, 사법 정의가 훼손되었다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를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속전속결 하듯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독일의 예를 보면 인용률이 1%에도 못 미치는데, 굳이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소송당사자들이 사실상 네 번씩 소송을 진행하면서 경제적 비용과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 과연 필요하고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 내 마음과 같은 정책후원 ♡
번호 |
제목 |
날짜 |
|---|---|---|
| 171 | [2026년 3월] 재판소원의 문제점 | 26-02-27 |
| 170 | [2026년 2월] 소상공인에 직격탄, 근로자 추정제 입법 | 26-01-28 |
| 169 | [2026년 1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2025년, 그리고 2026년 | 25-12-30 |
| 168 | [2025년 12월] 한국경제의 도전과 극복 방안 | 25-12-01 |
| 167 | [2025년 11월] 투기가 아니라 규제가 가격 폭등의 주범이다 | 25-10-31 |
| 166 | [2025년 10월] 국군의 존재 이유와 선진화 방안 | 25-09-29 |
| 165 | [2025년 9월] 북한 김정은의 망루(望樓) 외교 | 25-09-01 |
| 164 | [2025년 8월] 완전한 독립(獨立)과 건국(建國)을 위한 과제 | 25-08-01 |
| 163 | [2025년 7월] 남북한 헌법제정의 상이성과 그 성과 | 25-06-30 |
| 162 | [2025년 6월] 군가산점제 부활하나? | 25-05-30 |
| 161 | [2025년 5월]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자질과 덕목 | 25-05-07 |
| 160 | [2025년 4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국회식 연금 | 25-04-01 |
| 159 | [2025년 3월] 무책임한 추경과 경제 파탄 | 25-02-28 |
| 158 | [2025년 2월] 보수의 재건 | 25-02-03 |
| 157 | [2025년 1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불씨를 밝힙시다! | 25-01-06 |
| 156 | [2024년 12월] 디지털 시대의 근로시간제도 개혁해야 | 24-12-03 |
| 155 | [2024년 11월] 노인 연령 상향과 노인복지 | 24-11-04 |
| 154 | [2024년 10월] 한반도선진화재단 창립 18주년 : 성찰과 통찰 | 24-10-02 |
| 153 | [2024년 9월] 가계부채 왜 줄지 않는가? | 24-09-04 |
| 152 | [2024년 8월] 일본이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높은 비결 | 24-08-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