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포커스 2월.pdf
Hansun issue & focus 2월호
1. 들어가며
근로자 추정제도는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 등 약 870만 명에 이르는 이른바 ‘권리 밖의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수준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정부와 여당은 고용형태가 빠르게 다양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기존 근로자 보호 체계를 플랫폼·특수고용 영역까지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안은 오는 5월 1일 노동절을 전후해 국회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입법 설명자료에 따르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고용형태가 확산되면서 이를 노동법 적용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가짜 3.3 계약, 명목상 프리랜서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리 노동시장을 진단한다. 또한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성 입증이 어려워 법적 보호에서 배제되는 오분류 문제를 해소하고, 정보 비대칭 하에서 노동분쟁 시 권리 구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2025.12.24. 김주영 의원 발의).
이러한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플랫폼 경제의 확산 속에서 계약 구조는 점점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노무 제공자는 계약서 문구나 거래 관행에 대해 실질적인 협상력을 갖기 어렵다.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근로자성 입증을 위해 필요한 자료와 정보는 대부분 사용자 측에 집중되어 있다. 그 결과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에 가까운 지위에 있으면서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2. 근로자 추정제 도입의 쟁점
그러나 문제는 ‘무엇을 고칠 것인가’보다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있다. 혹시 현실 과장의 오류입법을 하는 것은 아닌가? 근로자 추정제도는 개별적인 오분류 문제를 바로잡는 수준을 넘어, 노동법의 적용 범위와 노동시장 질서 전반을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제도이다. 보호의 확대가 곧 규율 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는 결코 제한적이지 않다.
이번 개정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전한 이른바 ‘ABC 테스트’를 차용·확대 적용한 것이다. ABC 테스트는 캘리포니아에서 근로자인지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인지 판별하는 기준이다. 노무 제공자는 기본적으로 근로자로 분류되고 회사가 A, B, C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만 독립 계약자로 인정받는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임금 명령(wage order)의 적용 대상을 판단하기 위해 활용해 온 기준이다. A 요건은 노무 제공자가 계약상·사실상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지 않을 것, B 요건은 사용자의 핵심적이거나 통상적인 사업 범위 외의 업무를 수행할 것, C 요건은 노무 제공자가 사용자와 독립적으로 형성된 사업이나 직업을 영위하는 것이다. 임금 명령은 캘리포니아주 임금복지위원회가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근로시간,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조건의 하한선을 정한 행정명령이다. 제조업, 개인서비스업, 창고업, 운수업, 가사서비스업 등 16개 산업에 한정해 적용되어 왔다. 중요한 점은 ABC 테스트가 법률상 일반 원칙이 아니라,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종속성 판단을 보조하기 위해 활용해 온 사법적 기준이다. 최근 캘리포니아 Prop 22법이 통과되면서 우버-리프트 등 앱기반 운전, 배달기사는 ABC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AB 2257 및 기타 후속 법안으로 특정 직업군(예: 일부 프리랜서, 전문직 등)은 ABC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판별이 가능해져서 적용되는 직군이 점차 축소되어 왔다.
우리의 경우 설상가상으로 미국 하나의 주의 사법적 판단 기준을 대한민국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으로 끌어올려, 노동관계법 전반에 포괄적으로 적용하려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법, 파견법, 기간제법 등 5개 노동관계법에 공통으로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이 법과 관련된 분쟁에서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데 있다. 우리가 검토하는 근로자 추정제도는 노동 관련법의 입법, 지침 그리고 매뉴얼(행정지침)에 캘리포니아 A, B, C와 같은 기준을 담아서 노무제공자로 사업주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test를 만족시켜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노무 제공자가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순간, 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인정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배달 라이더, 방송·웹툰 작가, 가사·돌봄 플랫폼 종사자 등은 스스로 업무 지시 여부, 출퇴근 관리, 보수 지급 방식, 전속성 등을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근로자 추정 제도 도입 이후에는 그 부담이 전적으로 기업과 사업주에게 전가된다. 법적 분쟁에서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근로기준법에 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노무제공자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 해고·징계 무효 확인 등 전통적 근로자와 동일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최저임금법까지 적용되면 건당 수수료를 받는 프리랜서나 플랫폼 종사자에게도 최저임금 보장이 강제된다. 더 나아가 근로자성 판단을 위해 근로감독관의 자료 제출 요구권과 직권조사가 강화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 부과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 전체의 행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프리랜서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어, 원하는 시간에 유연하게 일하며 소득을 늘리던 방식은 제도적으로 제약을 받게 된다. 플랫폼 노동의 핵심이었던 시간 선택권과 자율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보호를 원하지 않는 노무 제공자까지 동일한 규율을 강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더 나아가 계약 종료 이후 사후적으로 근로자 지위를 주장하며 임금·퇴직금 지급 청구나 부당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은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반증에 실패하면 패소하게 된다. 계약 당시에는 분명 프리랜서로 합의했음에도, 사후적 법적 평가에 따라 계약의 성격이 뒤바뀌어질 수 있다.
3. 근로자 추정제 법안의 문제점
이제 동법의 문제점을 보다 체계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는 가짜 3.3 계약 근절을 주요 명분으로 제시하지만, 이는 근로자성 입증 부담 완화와 감독·처벌 체계 정비를 통해 해결할 사안이다. 가짜 3.3은 실질적으로 완전한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세금과 4대 보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사업소득자로 위장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이를 이유로 정상적인 도급·위임·프리랜서 계약까지 잠재적 위법 영역으로 포섭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과 처방을 혼동한 접근이다.
둘째, 노동시장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수요자와 공급자가 자유롭게 매칭되는 공간이다.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성립한 다양한 계약 형태를 법이 사후적으로 근로자로 추정해 버리면, 계약의 자유와 노동시장의 효율성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특히 고소득 전문직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성격이 강한 노무제공자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묶일 경우, 원치 않는 근로자 지위를 강제받는 역설이 발생한다.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플랫폼·특수형태근로 내부에서도 종속성의 정도는 매우 이질적이다. 일부는 사실상 사용자에게 강하게 종속되어 있지만, 다른 일부는 다수의 거래처를 두고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근로자 추정제는 이러한 연속적 스펙트럼을 무시하고 이분법적으로 재단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결과적으로 자영업자 성격이 강한 노무제공자까지 근로자로 묶일 위험이 커진다.
넷째, 입증책임의 전환은 법체계 전반과의 정합성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 법체계는 원칙적으로 권리를 주장해 이익을 얻는 자가 그 요건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으며, 대법원 판례 역시 이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다. 사업주가 “업무 지시를 하지 않았다,” “출퇴근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증명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관리해도 입증의 한계는 존재하며, 이는 근로자 인정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다섯째, 민사상 추정이 형사 책임으로 전이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형사처벌에는 추정제도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설명하지만, 임금체불이 민사적으로 확정되면 형사 고발로 이어지는 현행 구조상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형사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율적으로 일하던 일부 프리랜서가 계약 종료 시점에 근로자성을 주장하며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퇴직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기획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노동 분쟁을 넘어 사회적 갈등 비용을 증폭시킬 수 있다.
4. ‘근로자 추정제’ 도입보다 ‘가짜 3.3 제도’ 보완 필요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틀을 2026년 AI·플랫폼 시대로 무리하게 확장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설득력이 있다. AI 시대 노동시장의 핵심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개인의 자유선택’인데, 이를 전통적 공장 노동을 전제로 한 경직적·획일적 규율로 덮어씌우는 것은 AX(AI 전환)시대의 산업 현장과 괴리가 크다. 특히 IT 콘텐츠·플랫폼 산업은 프로젝트 단위 협업과 유연한 계약이 경쟁력의 핵심인데, 근로자 추정은 이러한 산업 자체를 질식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제도의 부담은 대기업보다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장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근로자 추정에 따른 4대 보험, 근로 시간 규제, 해고 제한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주들은 외주 중단, 키오스크 도입, 스마트화, 자동화·AI 전환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기적으로 일자리 감소,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 위축과 거시경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증가한 노무비용은 결국 서비스·제품 가격 인상으로 전가되어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아울러 노동시장에 불신이 확산되면서 사업주의 방어 비용도 급증한다. 변호사·노무사와의 자문 계약, 기록 관리 부담, 분쟁 대비 비용은 고용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소상공인 노무 세계에 불신을 싹을 틔우며 불신지옥(不信地獄)의 노동시장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신규 채용 자체를 위축시킨다. 이는 일자리의 양뿐 아니라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안은 분명 존재한다. 당초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의 목적인 가짜 3.3을 근절시키기 위한 것이니 이것에 정책과 제도를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현실을 과장하여 전체 노동시장을 규제하여 ‘집에 쥐를 잡기 위해 집에 핵폭탄을 쏘는 격’이다. 전체 노동법으로 확장해서는 우리 노동시장, 특히 소상공인 노동시장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캘리포니아식 전면적 추정보다는 특정 직종·유형에 한정한 부분적 추정제, 근로자·비근로자 이분법을 넘는 중간지위 노동자 보호 입법, 사회보험과 안전 규제의 지위 불문 보편 적용, 근로자성 입증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제도 정비 등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보호가 필요한 영역과 자율성을 존중해야 할 영역을 구분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노동자 보호는 중요하다. 그러나 보호의 확대가 곧 규제의 일괄 확대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식 입법이 아니라, 충분한 영향 평가와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제도 설계다. 포괄임금 금지처럼 대기업의 인사관리를 규제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공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영세한 乙과 乙의 전쟁 중인 소상공인 노동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근로자 추정제는 정부가 약자를 규제한다는 국민의 逆鱗을 건드리어 民心에 역행할 수 있다. 근로자 추정제도는 선의의 보호 장치가 아니라, 노동시장 전반에 약자 소상공인 迫害, 노동시장 구조적 경직과 불신·불확실성을 초래하는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실험이 될 수 있다.
♡ 내 마음과 같은 정책후원 ♡
번호 |
제목 |
날짜 |
|---|---|---|
| 170 | [2026년 2월] 소상공인에 직격탄, 근로자 추정제 입법 | 26-01-28 |
| 169 | [2026년 1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2025년, 그리고 2026년 | 25-12-30 |
| 168 | [2025년 12월] 한국경제의 도전과 극복 방안 | 25-12-01 |
| 167 | [2025년 11월] 투기가 아니라 규제가 가격 폭등의 주범이다 | 25-10-31 |
| 166 | [2025년 10월] 국군의 존재 이유와 선진화 방안 | 25-09-29 |
| 165 | [2025년 9월] 북한 김정은의 망루(望樓) 외교 | 25-09-01 |
| 164 | [2025년 8월] 완전한 독립(獨立)과 건국(建國)을 위한 과제 | 25-08-01 |
| 163 | [2025년 7월] 남북한 헌법제정의 상이성과 그 성과 | 25-06-30 |
| 162 | [2025년 6월] 군가산점제 부활하나? | 25-05-30 |
| 161 | [2025년 5월]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자질과 덕목 | 25-05-07 |
| 160 | [2025년 4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국회식 연금 | 25-04-01 |
| 159 | [2025년 3월] 무책임한 추경과 경제 파탄 | 25-02-28 |
| 158 | [2025년 2월] 보수의 재건 | 25-02-03 |
| 157 | [2025년 1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불씨를 밝힙시다! | 25-01-06 |
| 156 | [2024년 12월] 디지털 시대의 근로시간제도 개혁해야 | 24-12-03 |
| 155 | [2024년 11월] 노인 연령 상향과 노인복지 | 24-11-04 |
| 154 | [2024년 10월] 한반도선진화재단 창립 18주년 : 성찰과 통찰 | 24-10-02 |
| 153 | [2024년 9월] 가계부채 왜 줄지 않는가? | 24-09-04 |
| 152 | [2024년 8월] 일본이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높은 비결 | 24-08-01 |
| 151 | [2024년 7월] 우리나라 상속세의 모순과 과제 | 24-07-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