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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호] 군가산점제 부활하나?
 
2025-05-30 15:24:38

Hansun issue & focus 6월호 


<군가산점제 부활하나?>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조기 대선이 시작되면서 각 당 대통령 후보는 군가산점제 혹은 군경력 호봉 인정제 등 2030 남성의 표심을 향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1961년부터 시행되었던 군가산점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폐지되었다. 19987급 공무원 시험에 탈락한 여대 졸업생과 장애인 남성이 군가산점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군대에 갈 기회 자체가 없는 장애인과 여성의 불이익이 쟁점이 됐다. 이후 선거 시즌만 되면 후보들은 군가산점제 부활 공약을 내세웠지만 여태까지 지키지 못했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특이한 점은 자칭 페미니스트 정당이었던 민주당도 2030 남성의 군경력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정하는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주로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항의가 쏟아졌고, 당황한 민주당 모 의원은 여성에게는 출산가산점을 주겠다고 하면서 사태를 무마하려고 했다. 이에 여성들은 그렇다면 우리는 취업을 위해 출산부터 해야 하나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의 반발을 가져오는 군경력 인정이나 군가산점제는 과연 이번에 부활할 수 있을까?


1. 군가산점제는 부활할 수 있을까?


군가산점제는 원래 군 복무를 마친 제대군인에게 6급 이하 국가 및 지방공무원 채용시험에서 만점의 5%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였다.

 

1999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병역의무 이행은 국민의 의무이지, 국가가 보상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았으며, 군가산점제는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여성, 장애인 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또한 군 복무 여부는 직무수행 능력과 직접적 관련이 없으므로, 가산점 부여는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1999년 당시 공무원은 안정적인 직종으로 정평이 나 있었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육아휴직이 용이해 경력 단절 없이 정년 퇴임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종 중의 하나였다. 채용시험은 경쟁률이 매우 높았고 여성 응시자도 많았다. 당시 응시자들의 시험 성적은 만점이 많았고 소수점 단위의 점수 차이로 합격이 갈리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1~2점의 군 가산점은 응시자들의 합격 확률을 현저히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당시 7급 일반행정직 합격자 중 군 가산점을 받은 제대군인이 73%에 달했다.

 

최근에는 공무원 시험의 열기가 약간 식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소수점 단위 점수 차이로 합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에 옛날과 동일한 군가산점제가 다시 도입되면 제대군인은 합격 경쟁에서 월등히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군가산점제가 부활하더라도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다시 위헌 판결을 받을 소지가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군 복무를 마치면 동일하게 가산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또 여성도 희망할 경우 군 복무에 지원할 수 있도록 "여성 희망복무제"를 도입하여, 성차별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계속 줄어드는 군 입대 대상자 수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군 복무 경력을 모든 공공기관의 호봉 산정에 의무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 제도의 핵심은 군 복무 기간을 일한 경력으로 간주해 공공기관 입사 시 호봉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군경력 호봉 인정이 법률상 권장 사항에 불과해 일부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60%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 남성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이 성차별인가?


군 복무 문제는 젊은 세대의 남녀 갈등을 대표하는 이슈 중 하나로 남녀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남성들은 군대는 희생이지만 돌아와서도 여성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느끼고, 여성들은 군 복무를 이유로 남성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고 인식한다.

 

2030 남성들이 군 복무를 희생으로 느끼는 이유는 본인의 커리어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16개월의 군 생활 동안 경력 단절을 겪어야 하고 이는 곧 경제적 손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상명 하복에 의해 움직이는 군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지기 쉬우며 각종 총기나 훈련 중 사고 등에 의해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군 복무를 마쳐도 제대한 군인을 존중하는 문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군인을 폄하하기도 한다.

 

일부 여성 중심 커뮤니티는 군 복무 경험을 내세우는 남성에 대한 반감을 나타냈다. 군 복무 경험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거나, 군 복무를 사회적 특혜나 보상의 근거로 내세우는 남성을 비꼬는 군무새군필충’, ‘군인충등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여성의 군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대표적인 것이 스타벅스 사건이었다. 스타벅스가 특별휴가를 나온 군인에게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자, 일부 여성들이 왜 남성 군인만 혜택을 받느냐’, ‘성차별적이다라고 항의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남성들은 이를 군인 폄하로 받아들이면서 군 복무에 관한 젠더 갈등이 더욱 고조되었다.


3. 헌법에 의한 국방의 의무는 성별에 상관없는 전 국민의 몫


우리나라 헌법 제39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병역법에 따라 남성에게만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헌법에서의 국방의 의무는 병역의 상위개념으로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해당한다. 단지 국회의 재량으로 입법자의 결단에 의해 국회가 정한 법률인 병역법에 의해 남성에게만 군 복무 의무를 부여했을 뿐이다.

 

군인이 과거에 재래식 무기로 전쟁을 치를 때는 근력과 폭력성에 있어 남성의 신체 조건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았다. 반면에 여성들은 근력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유화적이어서 전쟁을 치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다. 대신에 여성들은 전쟁 시에 가정에 남아 가족들을 보살펴야 했다.

 

전쟁은 남성들의 희생으로 치러졌지만 승자는 특권과 지배력을 만들어 내면서 가부장제는 더욱 강화되었고, 가부장제에서는 남성의 전쟁 참여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병역법이 제정될 때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가부장제가 강했고, 출산율이 높아 남성만으로도 국방에 필요한 군인의 수를 채울 수가 있었다. 또 당시에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낮아 제대 후에도 일자리를 두고 여성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현대전은 완력에 의한 육탄전이 아니라 대부분 첨단무기에 의존하여 군인이 꼭 남성일 필요가 없어졌다. 페미니즘 덕분에 양성평등 사상이 강해진 2030 남성들은 왜 우리만 군대 가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하게 된다. 또 양질의 직장을 놓고 성실하게 준비한 여성과 경쟁까지 하게 되니 남성들은 불리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남성만 겪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남성들의 주장에 대해 여성들은 출산, 육아 등 다른 사회적 부담을 지고 있다거나 군 복무 특혜가 오히려 여성의 사회 진출에 불리하게 작용하여 남녀 임금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4. 어떠한 방식으로든 군 복무에 대한 혜택이 주어져야


현재 OECD 38개 회원국 중 대부분(26개국)이 모병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징병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약 12개국이다. 이 중 한국, 싱가포르, 핀란드와 오스트리아, 그리스, 스위스, 터키 등은 남성에게만 징병제를 실시한다. 양성평등의식이 높은 나라인 노르웨이, 스웨덴이나, 상시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 등은 남녀 모두에게 징병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부 페미니스트도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서는 여성도 군대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으로 보아 OECD 국가 중 남성만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하는 나라가 오히려 소수이다. 만약에 일부 여성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여성은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기 때문에 남성이 의무적으로 군에 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어떻게 다수의 국가가 모병제를 택하며 또 일부 국가들은 남녀 모두에게 양성 징병제를 실시하는가?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는 선택권이 있지만 병역의무는 남성에게 선택권이 없다. 만약에 여성들이 출산과 양육을 남성의 의무 병역과 등치하고 싶다면 출산과 양육을 하지 않는 여성은 군 복무를 해야 한다고 동시에 주장해야 논리적이지 않은가?

 

우리나라 남녀 임금 격차는 결혼 후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에서 오는 여성의 경력 단절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노동의 강도와 직무의 종류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결혼 전 여성은 남성보다 직장생활을 1년 반 정도 일찍 시작하므로 호봉이 빠르게 올라 상대적으로 이득을 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군 복무를 마친 남성에게 호봉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양성평등에도 맞다. 남녀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여성계는 군 복무자에 대한 혜택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결혼 후 여성들의 일과 가정이 양립될 수 있도록 각종 제도 마련에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윤석열 정부가 내걸었던 공약대로 병사의 월급이 많이 오르고, 군 복무 동안 각종 서비스 요금 할인, 학점취득 등 혜택이 다수 있지만 의무 복무를 마친 남성에 대한 공식적·지속적 혜택이 매우 부족하다. 남성 징병제를 실시하는 핀란드는 학비 지원, 실업수당, 직장 복귀 보장 등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사회는 군 복무자에 대한 존중과 예우를 표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군 복무를 마친 남성에게는 학비 지원, 의료비 지원, 공공주택 구매 우선권, 시민권 신청 시 우대, 각종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보상이 주어진다. 또한 군 복무를 마치지 않으면 공무원 취업이 불가능하고, 사회적으로도 군 복무 이행이 시민의 기본 의무이자 책임으로 강하게 인식된다.

 

싱가포르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작은 국가이자, 주변에 큰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어 국가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과 군 복무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매우 강하다. 군 복무가 단순히 남성만의 희생이 아니라, 국가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로 인식된다. 복무를 마친 남성에 대한 혜택은 당연한 보상으로 받아들여지며, 이를 특혜로 보는 시각이 적다.

 

이러한 혜택의 저변에는 남성의 의무 복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남성 복무자에 대한 혜택이 여성의 기회 박탈로 인식되기보다 국가 공동체 전체의 안보와 생존을 위한 필수적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계의 역차별 주장이나 반발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남성에 대한 혜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곧 국가 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국은 병역의무만 강조할 뿐, 전역 이후의 보상과 예우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역병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환경에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단절시키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공적인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군 복무자들이 사회에서 존중받고 예우를 받지 못할지언정 폄하 당해서야 되겠는가? 남성의 의무 복무에 대해서는 어떠한 형식으로든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여성에 대해서도 전문군인 확대나 병사 자원입대가 가능하도록 길이 열려야 하고, 성별에 상관없이 군 복무에 대해서는 합당한 예우가 주어져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제시된 군 경력이 가산점이든 호봉이든 인정받는 공약이 꼭 실천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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