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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무책임한 추경과 경제 파탄
 
2025-02-28 17:32:38

Hansun issue & focus 3월호 


<무책임한 추경과 경제 파탄>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 성급한 추경안과 경제의 불확실성


민주당의 국정농단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20241210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의결됐다. 예산안이 시행한 지 2달도 안 된 시점에서 자신들이 의결한 예산안을 수정하고 나섰다. 예산안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일관성과 지속성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의결한 예산안을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무너뜨린다. 결국 작년에 의결된 예산안도 그리고 금년에 의결될 추경안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도 세수가 문제인 상황에서 자금조달 방안과 이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면밀한 계획도 없이 졸속으로 추경안이 만들어진다면,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행정부가 작동하기 위한 기본적 예산은 삭감하고 이에 대한 복원 없이 조기 추경을 추진하여 민주당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과연 경제정책을 논의할 자격이 있는지도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2. 민주당 추경안의 주요 내용


민주당은 민생 회복이라는 틀 속에서 소비 지원 보조금이나 선심성 정책을 내놓았다. 이 정책들은 소비쿠폰(131천억 원), 소비 캐시백(24천억 원), 지역화폐 할인지원(2조 원), 8대 분야 소비 바우처(5천억 원) 등과 같은 소비 지원 보조금 정책이나,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28천억 원), 그리고 농어업 지원(13천억 원) 등 목적이 불분명한 선심성 지원 정책이다.

 

성장을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연구개발에 투자(5조 원)하고, 지방재정 보강을 위해 지방채를 인수(26천억 원)하지만, 고교 및 5세 무상교육 지원(12천억 원), 공공주택 사회간접자본 투자(11천억 원), 기후위기 대응(1조 원)RE100 대응(8천억 원), 일자리 창업 지원(5천억 원) 등은 선심성 정책으로 성장과는 관계없는 정책들이다. 대부분 기존 예산안과 중첩되고 조기 추경이 필요한지 의문인 분야에서 인기 영합을 위해 재정을 사용하는 것을 추경안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민주당 추경안의 문제는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세수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안의 세입예산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추경안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보면 우려가 앞선다. 관리재정수지는 국회가 의결안의 73.9조 원 적자에서 108.9조 원 적자로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도 1,308.3조 원으로 증가한다. 민주당이 국가 재정을 파탄 낸 문재인 정부의 악몽을 재현하려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빚까지 내서 급하게 늘려야 한다는 정책이 기존의 정부 예산안과 비교하여 차별적이고 효과가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기존 정부 예산안은 기초생활 수급가구를 위해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지원을 모두 증액했고 이와 더불어 문화생활과 동절기와 하절기의 에너지 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바우처도 추가 지원한다. 청년과 고령자에 대한 복지 예산과 일자리 예산도 기존 예산안에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은 취약계층과 청년, 여성, 그리고 노인 및 아동은 외면하고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인기영합적인 낭비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성장을 빌미로 내놓은 정책들은 이미 중복됐거나 세밀한 정책 계획이 미흡하여 지금 추경을 한다고 해도 언제 늘어난 예산이 실제로 투입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정책들이다. 민주당의 추경안은 오히려 정부가 마련한 조기 집행 계획에 혼선을 빚어 정책 효과 및 경기 부양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3. 원칙을 무시한 소비 중시 정책과 경제 파탄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경제정책에서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보여왔다. 과소소비설은 이들이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지켜왔던 주장이다. 초기 사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과소소비설은 이후 사회주의자의 기본적 경제 인식을 형성하는 데에 기초가 됐다. 마르크스의 공황론도 크게 봐서 소비 중시의 주장이다. 제국주의론으로 우리나라 좌익에게 알려진 마르크스주의자 존 홉슨(John A. Hobson)은 과소소비설을 저술하여 좌익의 소비 중시 정책을 정리했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 이래로 근검과 절약이 국부의 원천으로 생각했던 주류 경제학에 대응하여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오랜 기간 소비를 중시했다. 존 케인스(John Maynard Keynes)1936년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에서 이러한 좌익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밝혔다. 소비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며, 투자가 경기 변동을 좌우한다는 것이 케인스의 주장이다. 현대 경제성장론에서는 소비가 증가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결국 장기적으로 소득 부족으로 인한 소비를 늘리는 데에 한계에 부딪힌다. 민주당의 소비 중시 추경안은 이러한 좌익적 경제 오류에 빠졌다. 좌익적 오류에 빠진 국가들은 다 쇠락했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민주당의 추경안은 재정지출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요소들을 담지 못했다. 재정지출을 결정할 때, 정책 목표에 따라 재정지출의 대상을 확정하고 효과적인 재정지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 쿠폰으로 131천억 원을 지출해야 얻을 수 있는 정책 목표가 무엇인가. 재정을 지출하려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면 국민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그 만큼 소비 여력이 떨어진다. 누군가의 소비는 감소할 수밖에 없고, 쿠폰을 받는 사람은 보조금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더 많은 소득을 갖게 됐다. 지역화폐나 소비 쿠폰을 가진 사람은 이미 쓰려고 했던 소비를 쿠폰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 쿠폰으로 얼마나 소비를 늘릴지는 의문이다. 지역화폐란 말도 적절한 정책 용어는 아니다. 화폐도 아니고 보조금으로 할인된 소비 쿠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화폐 정책은 먼저 신청하고 사용한 사람이 임자인 선심성 인기영합적 정책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내놓은 정책은 정책 대상도 불분명하고 정책 목표도 애매하며, 정책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은 더 모호한 정책들이다.

 

비슷한 예로 경기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년기본소득 정책이 있다. 추경안 정책들과 같이 인기영합적 정책이지만 청년이라는 정책 대상은 분명하다. 해마다 경기도가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나, 청년기본소득으로 받은 보조금이 쓰인 곳은 청년들의 미래를 개척하거나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20241-9월의 사용금액 750억 원 중 44.5%가 일반음식점에서 사용됐다. 14.5%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사용됐다. 학원, 서적, 문화에 사용된 비중은 전체 2.1%에 불과하다. 청년기본소득 정책으로 달성한 정책 효과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끼니를 걱정하는 청년에게 도움을 주는 정책이라면 정책 대상을 끼니를 걱정하는 청년으로 한정하고 이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지원을 하는 것이 합리적 정책이다. 청년기본소득 정책의 정책 효과는 불분명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산만 낭비됐다는 사실이다.

 

재정지출의 효과가 가장 떨어지는 분야가 이전지출 분야다. 성장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정책 대상이 불분명하며 삶의 질 개선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로 재정 상황이 어렵다. 더욱이 15-64세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늘릴수록 어려움은 더 커진다. 민주당의 추경은 어려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미래 세대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설익은 예산 농단에 불과하다.


4. 민주당은 정부 기능을 마비시킨 예산 농단을 사과해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예산안을 의결할 때, 정부가 기능하기 위해 필수적인 예산을 삭감했다. 특수활동비는 행정부가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필수적인 예산이다.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 검찰, 감사원, 경찰의 특수활동비가 모두 삭감됐다. 법무부의 인사정보 관리단의 기본 경비도 완전하게 삭감됐다. 결국 행정부가 기능하고 민생을 돌보는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예산들이 민주당에 의해 무책임하게 삭감됐다. 유전개발사업출자 예산도 5055700만 원에서 83700만 원만 남기고 다 삭감됐다. 용산 어린이정원 과학기술 체험관 운영비도 전액 삭감됐다. 이러한 예산 삭감은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줄이는 목적이 아니라 단순하게 행정부의 기능을 멈추기 위한 목적으로 결정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떤 국회에서도 없었던, 헌정사상 초유의 예산 농단이다. 민주당은 추경을 이야기하기 전에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 경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향후 정책 방안


민주당의 예산 농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조기에 실시하여 경기 활성화를 촉진하고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총 18조 원 규모의 공공부문 가용 재원을 활용하여 경기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정책금융 12조 원과 재정 공공 투자 6조 원을 추가적으로 투입하여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 수출지원, 중소 중견기업 투자 등 민주당이 주장한 추경보다 정부는 더 세밀한 사업 계획을 통해 효율적으로 정책 효과를 올리고자 노력한다. 정부는 85조 원 수준의 민생을 위한 사업들의 70%가 상반기에 집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전에 미리 예산을 배정하여 사업들이 초기에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예컨대, 첨단산업 디지털 핵심 실무 인재 양성 훈련이나 청년 일자리 도약장려금 등은 13일에 지원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오히려 추경으로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장 추경하는 것보다 재정지출의 문제점들을 관찰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의 감소하고 저성장이 고착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구조가 재검토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복지라는 미명 하의 선심성 재정지출은 경직적인 의무 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경제 성장 동력을 떨어뜨린다. 경제가 저성장의 악순환에 매몰되지 않도록 성장을 도모할 산업구조 고도화와 인력 양성에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 등 다양한 성장 정책이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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