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sun issue & focus 10월호
1. 들어가면서
10월1일은 국군의 날 77주년이다. 올해도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강군”을 주제로 밀리터리 그랜드 페스타를 비롯한 각종 행사가 약 2주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지상군 페스티벌, 국내 관함식, 스페이스 챌린지 2025, 전우 마라톤 등 다양한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국군의 날 10월 1일은 6·25전쟁 당시 국군이 38도선을 넘어 북진하는 날을 기념하여 선정되었는데 체제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했다고 생각한 진영에서는 한때 국군의 날 뿌리를 두고 같은 민족이 경쟁한 날보다 통일시대에 대비하여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변경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국민의 군대인 군이 안팎으로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창군 이래 이렇게 우울한 생일을 맞이한 적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날로 증대되는 반면 미·중 갈등 구조 아래 신냉전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현대화 요구는 국군의 어깨에 무거운 부담을 지우고 있다. 국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강력한 훈련이 요구되나 안전사고 발생 시 중대재해법으로 처리하겠다는 지침 하달로 강군 육성의 여건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군의 어느 지휘관이 사고로 부하의 생명을 잃고 싶어 하겠나? 하지만 반대로 독생자의 시대에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안전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는 중대재해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 등의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취지는 현장에 있는 최고 지휘자가 안전 저해 요소를 사전점검하고 교육을 통해 안전사고를 방지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군대는 원래 위험한 전쟁에 대비하기 위하여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단인데 안전사고 방지를 명분으로 훈련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2. 국군의 존재 이유: 국가 생존과 국민 보호
새삼스럽게 국군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본다. 국군 존재의 근본 이유는 한마디로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이다. 헌법이 부여한 사명은 외침(外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전쟁 억제를 통해 평화를 보장하는 데 있다. 최근 한반도 안보 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전술핵 운용부대를 창설해 무장을 강화했으며, 초대형 방사포·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를 인질로 삼아 정치·외교적 양보를 강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참전하여 군사협력과 첨단기술 이전 가능성 등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국군은 단순히 ‘존재하는 군대’가 아니라,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실질적 억제력을 가진 군대가 되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동맹의 발전, 한미일 안보협력은 모두 이러한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며, 국군은 그 중심에서 국가안보를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군 내부적으로는 병력감축에 따른 부대해체와 민통선 축소훈련장 여건의 악화 등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조여온다.
3. 강군 육성을 위한 과제
가. 전작권 전환과 전략적 자주성 확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국군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역사적 과제이기는 하다. 일부 사람들은 한미 간에 공동 행사하는 전작권에 대하여 ‘환수’라는 말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문제는 ‘전환’이든 ‘환수’든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합동작전을 기획·지휘·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감시·정찰·지휘통제(C4ISR) 체계, 전략정보 수집능력, 사이버·우주 영역의 방어능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해방 이후 우리 군은 인사, 군수, 평시작전권전환 등의 순서로 자주를 달성해 왔다.
그러나 전략의 자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의 동태를 감시하는 정보의 자주국방 여건이 달성되어야 가능하다. 동시에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 능력을 한층 강화하여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독립’이 아니라 ‘책임의 확대’이며, 이는 곧 한국군의 전문성과 전략적 사고의 성숙을 요구한다. 여기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
나. 북핵 위협과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
북핵 문제는 한국군 존재 이유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핵 위협은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와 일본의 해상·센서망 능력, 한국의 지상 감시·요격 체계를 결합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 필요하다.
정치·역사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협력은 북핵 억제를 위한 ‘실용적 선택’이다. 국군은 이를 국내 정치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 생존권 보장을 위한 필수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연합훈련과 정보공유, 미사일 경보 시스템 통합 등 실질적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이에 대비하여 우리 군은 국방개혁을 꾸준히 진전시켜 왔다.
다. 국방개혁과 군사전문가 육성
국방 개혁의 성패는 첨단무기 확보보다 인적 자산, 즉 군사전문가 양성에 달려 있다. 전략·작전·기술 분야의 ‘전문화 경력장교’ 체계를 확립하고, 합동군사대학·국방대학원 등을 실전형 교육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국방 개혁은 과학기술군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 하지만 전쟁대비에 있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분야는 전문화된 인력 특히 장교단의 강화에 있다.
사이버전·우주전·AI전쟁 같은 신영역에 대비한 인력풀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다영역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대비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군 내부 교육이 아니라, 산·학·연과 연계한 종합적인 국가 차원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으로 발전해야 하고 뒷받침해야 한다.
라. 부수병력 확보와 군사 전문화 교육
병력자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예 전투 병력’과 ‘지원 병력’을 분리해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전투병은 첨단무기 운용과 고강도 훈련에 집중하고, 후방지원·행정·기술 분야는 부수병력·군무원·민간 인력을 확대 활용한다. 그런 면에서 미군이 베트남전 이후 했던 총합군(Total Force Army) 체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총합군 체제는 상비군만으로 현대전 수행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예비전력을 상비군과 동일한 수준으로 통합, 양성하여 전력을 효율적으로 증강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상비군과 예비군과의 전력 배합(Force-Mix)을 재정립하고 전쟁 억제력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또한 장병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은 단순한 기초군사훈련을 넘어, 전문기술·자격증 취득, 무인체계 운용 능력 등 전문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관단과 전훈 분석단을 파견하여 현대전의 실상과 이에 대한 대비를 달성하여야 했으나 국회에서 참전 시비로 비화되는 바람에 시기를 놓쳐버렸다. 늦었지만 현지 무관을 보완하는 등의 방편을 강구하여야 한다. 그것은 북한군이 참전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 되었다.
마. 저출산 시대의 병력 충원 전략
출산율 하락은 한국군의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한다. 2030년대 이후 병역 자원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며, 기존의 병력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비한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해양력을 강화하기 위한 함정을 첨단화하여도 승선을 위한 해군의 인력구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족한 편성에 육아휴직, 당직에서 일부 인원 배제 등으로 현재 근무 인원들의 사기도 많이 위축되고 그들도 너무 힘이 들어 회피하고자 하는 일이 항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일이 힘든만큼 보상이 수반되어야 힘이 들어도 참을 수 있을 터인데 애국심에만 의존하고 합리적 보상안은 어떤 이유를 들이밀어서라도 무산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복무기간과 형태 다양화, 여성·재외동포·특기자 등 다양한 인력 활용, 민간 전문가와 군무원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 전투병력은 소수 정예화하고, 나머지 분야는 첨단 기술과 민간 인력으로 메꿔야 한다. 즉 전투력을 보완하는 아웃소싱도 과감하게 채택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병력 보충이 아니라, 전투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 유무인 복합체계와 첨단과학기술 강군
미래전은 유무인 복합체계(MUM-T)와 AI 기반 지휘체계가 전장의 주도권을 결정한다. 한국군은 드론봇 전투체계, 무인수상정, 무인정찰기 등에서 시범운용을 하고 있으나, 아직 전력화 단계는 초기다. 이를 위하여 무기체계의 표준화를 서둘러야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훈련과 대비가 가능한데 표준화가 신설업체의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앞으로는 유무인 체계를 단순 보조가 아닌 작전 중심축으로 삼아 전력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병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위험 지역에서의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 국민과 함께하는 신뢰받는 군대
아무리 강한 군대라 해도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존재이유는 약화된다. 최근 군 기강 해이 사건과 지휘문화 논란은 군의 신뢰력을 훼손했다. 투명한 지휘체계, 인권 존중, 사회와의 소통은 군이 ‘국민의 군대’로 자리잡는 데 필수적이다. 국군의 날은 무기 과시 행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군의 변화와 책임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4. 맺음말
국군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전보장이다. 이를 위해 한국군은 전작권 환수, 북핵 억제, 한미일 협력이라는 당면 과제를 넘어, 군사전문가 육성, 병력구조 개혁, 유무인 복합체계 발전, 국민 신뢰회복이라는 장기 과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최근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이야기”라는 진중문고(陣中文庫)가 폐기되었다고 한다. 진중문고는 엄격한 선정 기준에 의거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이 책자는 역사를 선택과목으로 배워 6·25전쟁을 잘 모르는 장병들에게 역사의식과 6·25전쟁의 실태를 가장 쉽게 이해시킬 수 있도록 제작 선정된 도서다. 이 도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국민에게 공개할 수 없는 심의 과정을 거쳐 폐기된 것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앞으로 이런 불상사가 없어야 할 것이다. 진정 강한 군대는 뿌리를 알고 정신력으로 무장하여 일당백의 기백을 갖춘 군대여야 한다. 무기체계는 선진화되는데 반하여 이를 운영하는 장병들의 정신 무장이 빈약하고 주적(主敵)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훈련을 한다면 그 전투력이 어떨지는 명약관화해 보인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는 민주국가였고 스파르타는 전제국가였다.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아테네의 델로스 동맹이 충돌한 기록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잘 설명하고 있다. 델로스 동맹이 패한 이유는 동맹의 자금이 아테네의 도시발전을 위해 전용되었고 아테네는 반항하는 동맹국을 무력으로 제재하는 등 제국주의적 행동을 지속하고 동맹의 명분이 사라지자 붕괴되었던 데에서 우리는 교훈을 찾아야 한다.
강한 군대는 첨단장비의 숫자가 아니라, 국민이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평화를 보장하는 억제력, 동맹과 함께 싸울 수 있는 연합능력, 그리고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도덕적 기반에서 비롯된다. 국군이 이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간다면, 국군의 날은 과거의 명목상의 기념일을 넘어 미래 안보의 희망을 상징하는 날이 될 것이다.
♡ 내 마음과 같은 정책후원 ♡
번호 |
제목 |
날짜 |
---|---|---|
166 | [2025년 10월] 국군의 존재 이유와 선진화 방안 | 25-09-29 |
165 | [2025년 9월] 북한 김정은의 망루(望樓) 외교 | 25-09-01 |
164 | [2025년 8월] 완전한 독립(獨立)과 건국(建國)을 위한 과제 | 25-08-01 |
163 | [2025년 7월] 남북한 헌법제정의 상이성과 그 성과 | 25-06-30 |
162 | [2025년 6월] 군가산점제 부활하나? | 25-05-30 |
161 | [2025년 5월]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자질과 덕목 | 25-05-07 |
160 | [2025년 4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국회식 연금 | 25-04-01 |
159 | [2025년 3월] 무책임한 추경과 경제 파탄 | 25-02-28 |
158 | [2025년 2월] 보수의 재건 | 25-02-03 |
157 | [2025년 1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불씨를 밝힙시다! | 25-01-06 |
156 | [2024년 12월] 디지털 시대의 근로시간제도 개혁해야 | 24-12-03 |
155 | [2024년 11월] 노인 연령 상향과 노인복지 | 24-11-04 |
154 | [2024년 10월] 한반도선진화재단 창립 18주년 : 성찰과 통찰 | 24-10-02 |
153 | [2024년 9월] 가계부채 왜 줄지 않는가? | 24-09-04 |
152 | [2024년 8월] 일본이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높은 비결 | 24-08-01 |
151 | [2024년 7월] 우리나라 상속세의 모순과 과제 | 24-07-04 |
150 | [2024년 6월] 국민연금기금 운용방식 바꾸어야 한다 | 24-06-03 |
149 | [2024년 5월] 3고 현상과 한국의 대응 방안 | 24-05-02 |
148 | [2024년 4월] 안중근이 주는 시대적 교훈 | 24-04-01 |
147 | [2024년 3월] ‘3·1 독립운동’과 자유통일 | 2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