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국정조사특위 후속 조치로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취지는 쌍방울·대장동 등 국정조사 대상 사건 가운데 검찰의 기소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의 담당 검사들을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특검이 현재 재판 중인 사건의 공소취소나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도 “피고인 이재명의 사건을 피고인 이재명이 임명하는 특검에 맡기자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지난해 11월 10일 정성호 법무장관은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포기 외압 의혹과 관련 “대장동 사건은 성공한 수사”라고 했다. 결국, 성공한 수사를 담당한 검사를 조작기소 혐의로 수사하는 셈이 된다.
특검은 권력을 수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권력이 감추려는 진실, 통상 수사기관이 밝히기 어려운 의혹, 정치적 압력 때문에 묻힐 수 있는 책임을 국민 앞에 드러내기 위한 예외적 제도다. 그래서 특검의 생명은 독립성과 공정성이다. 그런데 권력이 특검을 만들어 자신의 죄를 밝히는 게 아니라 지우려 한다면, 그것은 특검이 아니다. 법치의 이름을 빌린 권력의 자기 구제 장치일 뿐이다.
물론 검찰 수사의 적법성을 따질 수는 있다. 수사의 오류도 검증돼야 한다. 그러나 그 목적이 진실 규명이 아니라, 진행 중인 재판의 흐름을 바꾸고 특정 정치인의 사법 리스크를 제거하는 데 있다면, 그것은 사법 절차에 대한 정치 개입이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법이 권력 위에 있다는 데 있다. 권력자가 법을 만들고, 해석하고, 적용 결과까지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배열할 수 있다면 법치주의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 지점에서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의 경고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위험은 소수 권력자의 독단에서만 오지 않는다. 다수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권력도 폭정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의회 다수파가 법률과 제도를 동원해 사법 영역을 압박하고 재판 환경을 바꾸며 특정 정치적 결과를 유도하려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다수의 폭정을 넘어서는 선출 독재다.
특검은 권력이 두려워해야 할 제도다. 권력자의 책임을 묻고 치부를 파헤치며, 헌정 질서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권력이 ‘설계하고 예측하며 안심하는’ 특검이라면 그것은 특검의 본질을 배반한다. 권력을 향해야 할 칼이 권력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는 순간, 특검은 정의가 아니라 정치적 면죄부의 장치로 전락한다. 더 심각한 것은 권력분립의 훼손이다. 입법부가 다수 의석을 앞세워 사법 절차를 흔들고, 행정 권력이 특검 임명과 운영을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권력분립은 형식만 남는다. 재판은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권력의 죄를 밝히는 특검은 필요하다. 그러나 권력의 죄를 지우려는 특검은 위험하다. 전자는 민주주의의 방어 장치이지만, 후자는 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권력 사유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권력의 면죄부가 아니라 진실의 복원이다. 특검이 권력을 향한 칼이 아니라 권력이 쥔 지우개가 되는 순간, 그것은 이미 특검이 아니다. 그것은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제도 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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