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무식 자리에서 북한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처음 언급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후 국회와 학술 세미나 기조연설 등에서도 호칭하고, 남북관계를 한·조(한국·조선)관계라고 했다. 그리고 통일부는 29일 열린 한국정치학회 특별학술회의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의 세미나를 후원했다. 북한 호칭 변경의 정당성을 얻어 공론화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의 기획 취지는 ‘북한’이라는 호칭이 ‘불신을 키우고 긴장을 높이는 언어’이므로 ‘신뢰의 언어’로 바꿔 ‘대결의 악순환을 끊고 평화적 공존의 공간을 넓힌다’는 것이다. 통일부 차관은 축사에서, 호칭은 ‘상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또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 보여주는 도구’라고 함으로써 그 정당성에 힘을 보탰다.
통일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호칭하면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보편적 국제규범에 따라 평화 공존이 가능해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순간 북한의 정통성을 승인하게 됨으로써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호칭 변경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첫째, 헌법적 가치를 위반하는 문제다.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일이다. ‘국가’로 인정하는 순간 북한은 더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닌 외국(북한)의 영토가 된다는 점에서 헌법 제3조의 영토 조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또한, 북한은 ‘수복해야 할 우리의 영토’가 아닌 ‘이웃 나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호칭 변경은 위헌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
둘째, 북한의 두 국가론 수용 모습도 문제다. 호칭 변경은 2023년 북한이 주창한 남북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부추길 수 있다. 북한의 ‘두 국가론’은 자칫 ‘민족공동체(통일)’의 개념을 지우고 미래세대에 통일의 당위성은 사라져 영구 분단을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 또한,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북한은 우리 영토’라는 근거가 없어져 개입 명분이 사라지고,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북한 지역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통일부는 헌법 제4조에 따라 통일 한국을 완성하는 것이 최고의 책무다. 그러나 통일부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화답·동조(?)하더니 분단 고착의 ‘두 국가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호칭 변경을 공론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셋째, 북한 주민의 고통 외면과 탈북자 지위 상실도 문제다. 호칭 변경은 북한 주민이 폭압적 독재체제로 겪는 고통을 외면하면서 우리 스스로 민족적 책무를 외면·포기하는 셈이다. 또한, 탈북자는 국민의 지위가 아니라 난민의 지위로 귀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처럼 호칭 변경 문제는 대한민국헌법과 국가 정체성, 통일 전략, 북한 주민과 탈북자 등에 밀접하게 얽힌 민감하고 중대한 국가 근간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는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은 호칭 변경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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