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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속도보다 방향·신뢰 중요한 물가 대책
 
2026-04-03 14:40:38
◆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 겸 국가전략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불안이 드리우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에 비해 2.2% 올라 연초 2.0% 수준에서 이어지던 안정 흐름이 다시 흔들렸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하며, 농축수산물 하락세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여건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 2.0% 달성도 쉽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7%로 낮추고, 물가상승률도 2.7%에서 1.8%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와 일본의 성장률 전망은 유지되고 미국은 상향 조정된 것과 비교하면,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구조적 취약성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 정책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지속되면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재정과 금리 인상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추진하는 26조 원 규모의 이른바 전쟁 추경과 같은 재정 확대 기조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경제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조급함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유가 상승이나 쓰레기봉투 수급 불안은 실물 요인뿐 아니라 국민의 심리적 불안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주유소 가격도 과거 수입 물량이 반영된 것으로, 최근 국제 고유가가 반영된 건 아니다. 그런데도 최고가격제, 위기경보 격상에 따른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고강도 조치들이 시행 중이다. 이런 정책들은 수요 억제와 자극 효과가 뒤섞여 정합성 측면에서 의문을 남긴다. 쓰레기봉투 구매 제한을 둘러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청와대의 대응 혼선 역시 정책 신뢰를 떨어뜨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정부는 불안을 자극하기보다 안정감을 주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충분한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수급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방출할 수 있음을 확실히 알리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쓰레기봉투도 과도한 사재기를 막기 위해 수급에 문제가 있으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하는 게 중요하다. ‘긴급재정명령과 같은 강한 표현은 의지의 표명일 수 있지만, 자칫 불안심리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완전히 흔들린 건 아니다. 3월 수출과 무역수지는 각각 861억 달러와 257억 달러 흑자로,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경제 안정의 중요한 버팀목이다. 정부는 이러한 기반에서 급변하는 국제 경제 상황 변화에 조급한 대응보다 의연한 자세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 확대와 내수 기반 강화에 힘써야 한다. 주식시장 안정과 환율 상승 압력 완화도 이런 흐름 속에서 가능해질 것이다.

 

중동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점차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 경쟁력이 약해진다면 고환율이 지속되고 고물가·저성장 구조가 고착되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대응의 속도가 아니라 신뢰와 일관성을 바탕으로 한 중장기 경제체질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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