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질서는 민주주의 국가를 떠받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이는 단순한 법적 개념을 넘어 권력의 자의적 확장을 막는 최후의 안전장치이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헌정 질서가 흔들린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지난 20, 21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은 이러한 헌정 질서의 근간에 중대한 문제를 던진다.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을 바꾸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바꾸느냐’에 있다. 헌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국가기관의 구조와 기능을 개헌이라는 정당한 절차 없이, 단순한 법률 개정만으로 사실상 폐지하거나 대체하는 방식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점이다.
법질서는 명확한 위계를 가진다. 헌법은 최상위 규범이고, 법률과 하위 법령은 그 아래에서만 효력을 가진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규칙이 아니라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 원리다. 만약 법률이 헌법의 내용을 사실상 변경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다면, 헌법은 더 이상 최고 규범으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결국, 이는 헌법 위에 정치 권력이 서게 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번 공소청·중수청 설치 입법이 갖는 위험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헌법이 규정한 검찰의 지위와 기능을 유지한 채 법률을 통해 그 실질적 기능을 제거하거나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는 것은 헌법 질서를 변화시키는 방식이며, 헌정주의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선례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파급력이다. 헌법을 직접 바꾸지 않고도 법률로 우회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권력은 점점 더 쉽게 헌법의 경계를 넘게 된다. 처음에는 특정 기관 하나의 권한을 조정하는 수준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입법·사법·행정 권력 간의 균형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확대되며, 이는 결국 권력 집중과 독재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외형만 남고 내용은 사라지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선거는 존재하고 제도는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권력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사라진다. 이는 정치학에서 말하는 ‘비자유적 민주주의’의 전형이다. 국민은 투표를 통해 권력을 위임하지만, 그 권력을 다시 통제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국회의원의 대표성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국민에게 책임지며, 독립적인 판단을 통해 입법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처럼 국민이 아니라 정당이나 이재명 대통령 방탄을 우선시하며, 헌정 질서를 훼손할 수 있는 입법에 집단적으로 거수기처럼 행동하면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선포해 헌정 질서를 훼손시키는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입법 권력을 휘두르며 하위 법령으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건 정당한 일인가? 개혁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이라는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잖으면 파괴와 개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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