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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기술·사회 ‘융합 교육’ 절실하다
 
2026-03-26 15:11:24

◆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의 칼럼입니다


2026년 한국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제조 중심 산업 질서는 이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고도화된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의 등장은 단순한 일자리 대체를 넘어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컴퓨터공학 같은 고숙련 직군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AI가 그것을 만든 개발자의 일자리마저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살모사 AI’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와 책임이 함께 따라야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라는 점을 여러 사례가 보여준다. 과거 구글의 이미지 인식 AI가 흑인을 고릴라로 분류하는 오류를 일으키며 알고리즘 편향 문제가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네덜란드 국세청이 AI를 활용해 복지 수급자를 판별하는 과정에서 이민자와 저소득층 가구를 대거 사기범으로 분류해 내각이 총사퇴한 사건 역시 기술 활용의 공정성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AI 기업 앤스로픽 내부에서 미국 국방부와의 협력 범위를 두고 윤리적 고민이 제기되면서 ‘AI는 어디까지 국가권력과 군사 영역에 활용될 수 있는가하는 질문도 등장하는 판이다. 이처럼 알고리즘의 편향, 국가권력이 AI 기술을 활용하는 범위, 그리고 AI 기업의 윤리적 책임 문제는 서로 다른 사례처럼 보이지만, AI가 인간의 판단과 공공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할수록 기술 성능만이 아니라 공정성과 책임, 그리고 사회적 통제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공통된 교훈을 보여준다.

 

제조업 기준 로봇 밀도 세계 1위인 우리 사회에서도 기술과 사회에 대한 균형 잡힌 고민은 아직 부족하다.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는 인력난으로 로봇 없이는 생산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회적 담론은 여전히 ‘AI 로봇 대 인간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에 머물러 있다. 기술 변화에 맞춰 교육·노동·정치 제도를 함께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기술적 전환기(Socio-technical transition)에서 교육기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 알고리즘에 의해 확증편향된 사고가 강화될 경우 정의의 왜곡과 사회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은 단순한 기술 교육기관이 아니라, 사회와 기술의 관계를 함께 설계하는 통섭형 지식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 알고리즘을 가르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경제·사회·기술 통섭 교육은 기술이 경제·사회 제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함께 가르쳐야 한다.

 

해외 선도 대학들은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인간 중심 디자인 스쿨인 d.school(Hasso Plattner Institute of Design)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공학과 인문·사회·비즈니스를 통합해 복합적 문제 해결 역량을 양성하는 조직으로 운영한다. 핵심 운영 원리는 인간 중심 설계, 프로젝트 기반 학습, 그리고 사회 규범과 조화를 이루는 기술 통합이다.

 

일본의 도쿄대도 이를 벤치마킹해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AI와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STS(Science, Technology & Society) 프로그램과 경영·과학·공학 융합(Management, Science and Engineering) 과정도 사회·기술 전환기에 요구되는 통합형 인재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변화 방향도 마찬가지이다. 기술을 경제·사회 시스템에 녹여 실제 기업과 사회가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로봇 설계와 제어, AI 기술혁신을 이끌 공학 인재와 함께 윤리, 경제, 제도 전략,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인문·사회계 인재가 이를 뒷받침하는 통섭형 인재 구조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대학에 고착화한 학과 간 분절 구조를 낮추고 기술·사회 융합 디자인과 협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의 경쟁은 AI를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보다그것을 얼마나 책임 있게 사회에 정착시키느냐에 달렸다기술과 제도가 어긋난 사회는 혁신의 속도만큼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사회·기술적 전환기에 기술을 두려워하거나기술을 만능으로 여기다간 미래 강국이 될 수 없다이제 대학은 기술을 가르치는 곳을 넘어 기술과 사회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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