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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노란봉투법 후폭풍 '노사갈등'
 
2026-03-13 09:13:27
◆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의 칼럼입니다

노동조합법은 노사 갈등을 줄이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제도는 갈등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만들 수 있다.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산업 현장 분위기를 보면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원하청 구조 속에서 책임의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현장의 작동 방식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단체교섭 범위를 둘러싼 해석 차이가 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하청노조가 원청과 협의하려는 핵심 의제는 임금과 직접고용이다. 그러나 정부의 행정지침은 임금에 대해서는 원청의 교섭 의무를 폭넓게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직접고용 문제는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계의 시각은 다르다. 임금과 고용 모두가 단체교섭의 핵심 의제라는 것이다. 결국 교섭 범위 자체가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구조적 통제'가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산업 현장에서 그 기준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원청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할 경우 하청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쟁의권 확보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이후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이 이어지면 분쟁은 법적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단체교섭 판단 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신속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행정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 판단이 먼저 내려지면 이후 사법 판단에 의해 뒤집히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도 제기된다. 판단위원회의 해석이 사실상의 기준이 된다면 노동위원회의 판단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단 절차만 늘리는 것은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법률 간 충돌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에게 도급인으로서 강한 안전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원청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관리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용자성과 교섭 의무의 범위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원청 사업장에서 하청 근로자의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은 구조와 수습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하청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행사로 해석될 경우 또 다른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률 간 경계가 모호할수록 기업은 더 큰 법적 불확실성을 떠안게 된다. 결국 기업은 노란봉투법과 산업안전 관련 법률 사이에서 복잡한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에 놓일 수 있다. 행정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원청이 원하청 상생 차원에서 진행해온 안전과 복지 지원까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산업 현장의 협력 구조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우리 노사관계의 방향을 좌우할 중요한 제도 변화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법률 간 충돌 가능성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혼란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노사관계의 안정은 법 조항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도 설계의 정교함과 현장 적용의 현실성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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