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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반도체산업 ‘분배 압박’ 위험하다
 
2026-02-26 14:41:10
◆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의 칼럼입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은 2024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엔비디아는 고통을 통해 성장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우리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의 주가에는 열광하지만, 그들이 감내해 온 기술혁신의 고통에는 무심하다. 52시간 근로 규제와 SK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이 부각되는 풍경은 이를 보여준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로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고정하고 성과급의 최대한도를 폐지해 이를 10년간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후 반도체산업 전반의 노조는 동일한 방식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대법원은 반도체 대기업의 성과급 가운데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에 대해서는 임금성을 부정한 반면, 생산성격려금(PI)에 대해서는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특히 SK하이닉스 사건은 2016년 퇴직자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으로, 당시 성과급 재원이 고정적이지 않았고 지급 기준 역시 규정화되기 이전이라는 이유로 PI의 임금성이 부정됐다. 그러나 2025년에 체결된 노사 합의 문서에 따라 영업이익의 10%를 다년간 계속·반복 지급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임금성이 인정될 여지도 커졌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종결로 보기는 어렵다. 개별 기업의 인사·노무 판단이 사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구조는 결국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비교 대상은 따로 있다. 대만 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 TSMC. TSMC는 이사회가 경영 실적과 투자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과급 규모를 결정한다. 정관상 최소 기준은 있지만, 매년 세전(稅前) 이익의 1013% 범위 내에서 전략적으로 배분해 왔으며 특정 비율을 노사 교섭으로 수준과 기간을 고정하지 않는다.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으로 핵심 인재를 지키되, 성과급은 어디까지나 이사회 거버넌스의 판단 영역으로 남겨두는 구조이다.


기업의 영업이익은 직원 몫도 있지만, 기업의 현재와 미래에 자본을 맡긴 주주의 몫이기도 하다. 한국 반도체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낮은 주가수익비율(PER)과 낮은 배당성향(이익 대비 배당 비중)을 유지해 왔다. 이는 반도체산업의 경기 변동성이 큰 구조와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이 작용한 결과이다.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임직원 성과 보상 비중이 큰 구조,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정책이 더 제도화된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 배당성향을 일관되게 단계적으로 높여간다면, 외국인투자가 유입과 기업 가치 재평가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올해 반도체 기술 경쟁의 본질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성능, 양산 속도, 수율 한계에 얼마나 근접하느냐의 싸움이다. 향후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쟁은 그래픽처리장치(GPU)·메모리·패키징을 저전력·저비용으로 일체화해 범위의 경제를 누가 먼저 구현하느냐의 싸움이다. 여태까지는 공정 중심의 록인(lock-in) 구조 속에서 TSMC가 유리한 국면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AI 반도체가 초고도화할수록,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칩을 중심으로 설계·공정·패키징을 아우르는 삼성전자의 일체화 전략은 앞으로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다. 탈엔비디아 흐름 속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저비용 자체 칩 설계가 확대되면서, 맞춤형 생산에 강점을 지닌 일체화 생산 방식의 비교우위도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시장은 돈을 얼마나 벌고 나누느냐보다 그 돈으로 미래를 사느냐를 본다. 성과급 논쟁에만 머무를 게 아니라,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생산설비 투자를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하청 생태계의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원청의 지원 강화도 필요하다. 후공정 하청의 생산 역량은 원청의 생산 캐퍼와 품질 경쟁력을 좌우한다. 개별 기술이나 기업이 아무리 뛰어나도, 밸류체인 전체의 생산 역량과 조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분업 생산의 분절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의 역할은 첨단산업 경쟁력을 과거 산업구조에 맞춘 규제로 제약하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임금과 근로시간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기업이 기술혁신을 실제 생산 속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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