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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중국 고속철, '시간의 압축'이 남긴 빛과 그림자
 
2025-11-03 13:29:21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특별고문은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중앙TV(CCTV)'상하이-충칭-룽장 (??蓉)' 고속철도 노선에서 중국의 CR450 푸싱(復興)호가 최고 시속 453의 속도로 운용평가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계적인 프랑스 테제베(TGV)와 일본 신칸센이 시속 320, 우리의 302km에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입니다. CR450은 동력으로 영구 자석 견인 모터를 사용하고, 차체는 탄소 섬유 복합 재료, 마그네슘 합금 및 기타 신소재를 적용하여 중량을 50t 줄이고, 저항과 소음도 감소했습니다.

 

중국 고속철 푸싱호, 시고 453km 운용평가 시험 성공

 

중국은 미국과 비슷한 넓은 국토와 14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입니다. 광대한 영토를 가진 국가는 교통과 물류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국가 발전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난 20여년간 중국 사회의 큰 혁신 중 하나는 고속철도(高鐵)의 비약적 발전이었습니다.

 

고속철은 '시간을 압축하는 기술'이라 불립니다.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1318km) 불과 4시간 남짓이면 도착하고, 상하이를 기점으로 장강(長江) 주변의 도시들은 사실상 하루 생활권으로 전환되었고, 북경·천진·하북(京津冀) 지역은 통근이 가능한 도시권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는 97%가 고속철 노선으로 연결되었고, 2024년도 하루 최고 이용객이 2000만명을 넘긴 적도 있으며, 철도 여객 수송량의 75%가 고속철을 통해 이뤄집니다. 중국에서 고속철은 교통수단 이상의 사회구조 재편의 핵심이라 할 만합니다.

 

중국 고속철 성과는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2024년 말 기준 영업 거리는 48000km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 세계 고속철 총거리의 70%를 차지하며, 2030년에는 6km로 확대될 계획입니다.

 

그러나 눈부신 성과의 이면에는 막대한 비용과 구조적 모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첫째, 재정 부담입니다. 지난 20년간 고속철 건설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투입됐습니다. 이는 대부분 국유기업과 지방정부 주도의 차입과 보조금 형태로 집행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수요가 충분치 않은 지방 노선의 경우 개통 초기부터 적자가 굳어지고 있으며, 운영 유지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국유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흔들리면 결국 중앙정부의 지원, 나아가 국가 예산으로 메워야 하는 구조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는 초기의 기대는 이제 '부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둘째는 지역 불균형의 심화입니다. 고속철은 도시와 도시를 가깝게 연결하며 경제 활동 영역을 확장했지만, 그 이익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도시는 더 밀집된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자원을 빨아들이는 성장 동력이 되었고, 중소 도시와 지방은 상대적으로 공동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속도의 평등'이 반드시 '기회의 평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교훈을 줍니다. 중국 내부에서조차 "고속철은 격차 해소의 다리가 아니라 격차 확대의 통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셋째는 해외 진출의 리스크입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통해 고속철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업 리스크는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정치 불안정, 채무 상환 능력 부족, 지형적 한계는 사업의 불확실성을 크게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일대일로 사업으로 대규모 차관 공여를 통한 철도 건설은 해당국의 부채 문제와 국제 사회의 반발로 이어지면서, 중국의 해외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고속철은 지난 20여년간 시간을 압축하며 국가의 지형과 국민의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으나, 속도와 물량이 곧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중국은 고속철의 부채 관리, 지역 균형, 국제 신뢰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중국 철도는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 기반 운행 시스템 등 첨단산업을 고속철에 활용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여객 중심에서 벗어나 화물운송 영역으로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는 적절한 대책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글로벌 경쟁력과 한국의 대응

 

중국 고속철의 발전은 우리에게 위협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해외 고속철 수주전에서 중국은 금융 패키지와 외교력을 앞세워 우리를 따돌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고속철 시장을 주도하는 나라입니다.

 

중국의 경쟁력은 대규모 건설 경험과 동력분산식(모든 차량에 동력장치가 있는 방식) 기술, 객차의 낮은 제조원가, 엄청난 운영 빅데이터, 경쟁력 있는 건설비 등에서 나옵니다.

 

한국의 기술은 KTX 중심의 동력집중식(맨 앞뒤 차에만 동력이 있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에서 기술 부문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중국보다 신호·운영·ICT 융합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중 철도망 연결 구상이나 유라시아 직결·동북아 허브 등 중장기적으로 가능성은 있으나, 기술적 호환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과제입니다. 한국은 차량 제조나 건설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보다 운영·스마트 인프라 역량 강화로 우리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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