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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청년 루저' 양산하는 부동산 대책
 
2025-10-24 16:48:42
◆ 양정호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미래교육혁신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동산만큼 정부 대책이 시장 현실과 정반대로 작동하는 영역도 드물다. 이번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보면, 자연스럽게 노무현 정부의 '버블세븐'(2003~2007년) 실패와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폭등이 떠오른다. 당시 정부는 투기 억제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내세워 시장을 '누르려'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강남·분당·목동 등 이른바 ‘7개 버블 지역’의 집값은 폭등했고, 서울 전역으로 과열이 확산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노무현·문재인 정부 정책 반복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28차례 부동산 대책은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신념의 실험장과 같았다. 과도한 규제는 시장의 불안을 자극했고, 자금 여력이 있는 상위 계층에만 기회를 몰아주는 '역진적 정책'(逆進的 政策)으로 귀결됐다. 결국 청년·서민층은 내 집 마련의 꿈에서 더 멀어졌고, 부동산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했다.

지금의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10·15 대책' 역시 같은 함정을 향해 걷고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초강력 금융 규제다. 기존 '강남3구·용산'에 한정되던 규제 지역을 서울 25개 전 지역과 경기도 주요 12곳까지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했다. 15억 원 초과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사실상 중산층의 대출 기반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정부는 출범 직후 이미 지난 6월 '6·27 대책'을 통해 강력한 금융 규제를 도입했다. 이어 9월에는 주택 공급 확대를 내세운 '9·7 대책'을 발표했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더 강한 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공급 확대를 말하면서도 거래를 옥죄는 이 모순된 행보는 시장에 혼란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은 더욱 멀어져

이재명 정부가 10월 15일 발표한 부동산 정책은 서민·청년 주거 안정의 필수 조치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수요 억제와 공공 주도라는 낡은 프레임의 재탕에 가깝다. 이번 정책은 결국 서민과 청년 세대의 내 집 마련 꿈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하우스푸어'를 넘어 '루저 세대'를 양산할 위험을 안고 있다.

정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 2030세대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 집, 생애 최초 LTV(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 완화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놨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공급량이 아니라 공급 구조의 왜곡이다. 택지 지정, 분양가 통제, 임대사업 규제 완화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민간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에 나설 유인을 잃었다. 이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핵심 지역의 실질 공급은 여전히 정체된 것이 현실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금리, 정체된 임금, 불안한 고용 속에서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은커녕 월세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각종 보조금으로 위로하고, 규제로 옥죄는 이중 구조다. 그 결과는 이미 경험한 '헬조선'과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 양산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버블세븐', 문재인 정부의 '버블 재탕'을 되풀이할 위험에 서 있다. 시장의 신호를 외면한 채 이념으로 정책을 설계하면, 이번에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주거 정의를 외치던 정부가 결국 '버블25', 즉 2025년의 새로운 가격 폭등기를 스스로 불러올 수 있다. 2025년형 '버들25' 부동산 정책의 역효과로 청년 세대는 "내 집은커녕 내 희망도 없다"는 체념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 정부를 두고 '청년 루저 양산 정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 주도 규제에서 벗어나야

서민과 청년의 내 집 마련을 진정으로 돕고 싶다면, 정부가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정부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장을 믿고, 규제를 합리화하며,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해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대책은 또 하나의 '서민·청년 루저 양산 정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멈춘 사이 수도권 외곽의 땅값만 요동친다. 정부가 시장을 대체하려 하면 시장은 정부의 실패를 증폭시킨다. 주거 정의는 구호가 아니라 구조로 증명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처럼 공공 주도 공급에 집착한다면 결국 또 하나의 '버블25'가 찾아올 것이다. 가격이 오르고, 청년은 집을 잃고, 서민은 더 깊은 빚에 빠질 것이다. 시장을 통제하려 할 때 시장은 결국 정치의 오만을 심판한다. 부동산은 서민의 삶이지 정권의 실험대가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적 공방이나 규제의 강도 경쟁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와 지속 가능한 시장 안정화 전략이다. 10·15 대책이 이 길을 갈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실패의 연장선상이 될지 수도권 민심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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