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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2025-10-16 13:08:38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야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국감 출석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조 대법원장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 환송과 관련해 답변을 요구하며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재판을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면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위축된다”고 밝힌 뒤 증언을 거부했다.

이후 국감장은 답변 거부·고성·설전으로 난장판이 됐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 법사위가 대법원장을 1시간 30분간 이석 없이 계속 질의 응답을 진행한 것은 사법부를 조롱하는 것을 넘어 헌정질서를 유린한다는 지적을 받을 만 하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987년 개정 헌법이 성립되고 나서는 대법원장이 나와서 일문일답을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건 감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국회 운영위원회는 15일 김현지 실장의 국감 증인 출석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가 연기됐다. 이에 대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현지 전 비서관(실장)의 여러 문제 있는 행위, 언행에 대해 또 한 번 이슈가 될 것이 두려워서 날짜 자체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김현지 전 비서관이 국감에 나와서 국민한테 자신의 육성으로 정확하게 진실을 밝혀야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여하튼 김 실장은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김현지 실장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관례를 깨고 대법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고 반대로 무엇이 두려워 관례를 들어 부속실장의 불출석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어불성설이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취임 5개월째로 접어들며 첫 국정감사를 맞이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보여준 치명적인 실책은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 여당이 보여준 혼돈과 대립, 그리고 무책임의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은 수많은 정책 과제와 이해관계 속에서 국가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하루는 경제, 다음 날은 복지, 그 다음은 외교를 강조하면 행정부 전체가 방향을 잃는다. 더구나 우선순위 설정은 대통령 리더십의 본질이며, 이를 지키는 일관성이야말로 국민 신뢰와 국정 성과를 결정한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 극복을 위해 취임 100일 동안 15개의 방안을 통과시키면서 뉴딜 정책을 수립해 ‘일자리 창출’에 집중했다.

김대중(DJ)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IMF)라는 국가적 경제 파탄 상황에서 정권을 교체했다. 환율 급등, 기업 도산, 실업 급증 등으로 사회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다. 정치적으로는 ‘지역주의 정치’와 ‘정권교체 후 보복 정치’가 반복된 시대였다. 하지만, DJ는 “국가 경제의 회생”을 정치보다 우선하는 절대 과제로 설정했다. 그는 취임 직후 “정치보다는 경제”를 외치며 국가 목표를 경제 정상화에 집중했다. 국정 기조를 ‘국가 재건과 구조개혁’으로 두고, 이를 위해 IMF와의 합의 조건(Structural Adjustment Program)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금리 인상, 자본시장 개방,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했다. 노사정 대타협을 체결하여 노동계에 ‘정리해고제’ 도입 동의를 얻는 대신 복지 강화를 약속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촉진법을 개정했다. 이런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해 위기를 극복했다. 결과적으로 1999년 경제성장률을 10.9%로 회복하고 2001년 IMF 차관 전액을 조기 상환했다.

여하튼 루즈벨트 대통령 뉴딜 정책과 김대중 대통령의 IMF 조기 극복 정책은 국정 운영의 핵심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성공한 역사적 사례다.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는 무엇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습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의 최우선 과제는 내란 청산에 둠으로써 통합은 물 건너 갔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협치와 야합은 다르다”며 협치 거부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존재하고 노동자 협력이 전제돼야 기업도 안정된 경영환경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 기업과 노동이 둘 다 중요하다”면서 “어느 한 쪽편만 있어서 되겠나. 소뿔 바로잡자고 소위 교각살우 잘못해선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재계가 반발하는 노란 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키는 친노동 정책으로 일관했다. 재계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균형 입법을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대통령이 스스로 정한 우선순위를 바꾸거나 포기하면 “일관성 없는 무책임한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순위가 바뀌면 국민과 시장의 기대가 불안정해지고, 국가 신뢰도가 떨어진다.

국정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의 예술이다. 지난 추석때 최대 공방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에도 강행된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예능 출연이었다. 국민의힘이 방송 촬영 시점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겹친다며 이 대통령의 위기 대응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고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K-컬처와 K-푸드를 전세계에 알리려는 취지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지적처럼 대통령실의 초기 대응은 미숙했다. 하지만 이건 대응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 운영 우선 순위의 몰이해다. 이유야 어째든 국가 재난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지 K-푸드 홍보가 우선이 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은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국정 우선 순위의 기본이 무너지면 위기를 맞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입만 열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보다 미래”를 강조하며, ‘통합의 정치’를 선택했다. DJ는 정권을 교체했지만 이전 김영삼(YS) 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 ‘햇볕정책’ 이전에 먼저 ‘정치적 햇볕 정치’을 펼쳐 보였다. ‘국민의 정부’라는 명칭 자체가 ‘정권 교체는 했지만, 정권 보복은 하지 않는다’는 상징적 선언이었다. 또한, ‘청산보다 제도 개혁’을 선택했다. 다만, 정치적 중립성과 법치주의 원칙 아래 ‘필요한 사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YS 본인에 대한 직접적 정치 보복은 회피했다. 이런 접근이 진정한 의미에서 협치와 통합과 실용이다. DJ가 정권 교체기의 정치 보복 악순환을 끊은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 명확해졌다. 이 대통령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위로 자신이 약속한 국정 우선 순위와 정반대로 치닫고 있는 집권당의 오만과 불통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민주당의 전례 없는 조 대법원장 국감 증인 출석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하고 강성 지지층만을 겨냥한 민주당 지도부의 광폭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대통령도 정치 보복을 수반할 내란 청산에 몰입하기 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이 경제 위기 극복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국가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핵심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정책의 나열이 아니라 국가 비전·자원 배분·정치적 리더십을 결정짓는 결정적 기준이 된다. 또한, “국정 우선 순위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지키는 것”이 국정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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