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6 09:49:21
한국 사회에서는 중장년층이 오랜 경력을 쌓았음에도 50대에 들어서면 기존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많은 50대 한국 노동자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하향 이동된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현실이다.
중장년 인력 활용은 과연 그 세대만의 문제일까? 신중년(50∼69세) 세대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에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섰고, 2026년에는 3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시대에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여 노동 공급을 확충하고 이들의 근로 기간을 늘림으로써 노후 소득 공백을 막아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국을 대상으로 한 노년층 연령차별 지표에서도 한국은 차별 수준이 두 번째로 높았는데, 특히 고용 영역에서 나이가 들수록 일하기 어려운 구조가 두드러졌다.
기업들은 왜 중장년 채용을 꺼릴까? 문제는 기업의 인사관리 관행에 있다. 대기업 인사관리를 모형화해 보자. 한 회사가 100명을 채용했다고 하자. 5년 뒤 기업은 이들 중 10명은 핵심 인재로, 나머지 90명은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임금 루팡’으로 간주한다.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아래에서는 이들 90명의 임금이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성을 초과하는 부담으로 커지고, 정년 연장이 논의되면 기업은 더 오랜 기간 잉여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기업이 정작 집중하는 것은 10명의 핵심 인재뿐이며, 인적자원관리(HRM·Human Resource Management)는 이들에게만 적용된다. 반대로 다수의 근로자는 임금을 받고 부려지는 인력으로 취급된다. 핵심 인재는 타사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 흔히 이직한다. 핵심 인재에게는 정년이 무의미하고, 정년이 절실한 것은 임금 루팡으로 불리는 대다수 중년 근로자들이다.
기업은 핵심 인재 긴급 수혈을 위해 또 다른 회사의 인재를 데려오지만, 이들은 조직 문화를 몰라 방황하고 내부 인력과 잦은 갈등을 빚다가 이내 임금 루팡이 된다. 남은 선택지는 명예퇴직이나 형식적인 전직지원 훈련을 통한 인력 정리다. 퇴직한 이들은 자영업 창업이나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로 흘러가며 낮은 소득에 만족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국가와 기업의 인적자본이 유실되는 것이다. 퇴직은 있지만 퇴직관리는 없다.
선진국의 인사관리 방식은 다르다. 그들은 핵심 인재가 후배를 교육하며 역량을 전수하는 체계를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10명의 핵심 인재가 50명으로 늘어나고, 일부가 이직하더라도 새로운 핵심 인재가 조직을 떠받친다. 동시에 디지털 기반 인적자원(HR) 시스템으로 근로자의 이직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해 디지털 상담, 토털 케어 시스템을 동원해 이직을 예방하고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퇴직을 단절이 아닌 연속으로 본다. 퇴직하기 오래전부터 이모작 인생에 대비해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고, 퇴직 후에는 협력 중소기업 알선, 사내벤처 창업 지원 등 연착륙을 돕는다. 정년 이후에도 계약직, 파트타임 등 유연한 형태로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세대 융합 프로젝트나 멘토링 역할을 통해 중장년의 풍부한 경험이 조직에 기여하도록 한다. 퇴직자들은 이전 직장을 위한 인적자원 네트워크가 되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바다에서 산호초 역할을 한다.
이러한 퇴직관리 체계가 진정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며, 고령화 사회의 필수적 대응이다. 기업은 기존의 HRM 사고에서 벗어나 평생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육성하는 사관학교라는 인식으로 HRM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향후 HRM의 경계는 디지털 경제 가속화로 기업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무너짐에 따라 단일 기업 단위의 근로자 직업능력 향상 노력이 무의미해질 시대에 대비해 전국 차원의 직업훈련 제도가 구축돼야 한다. 경제단체는 지역-장인학교 개념을 도입해 직업훈련 분야에서 지금과 전혀 다른 지역-훈련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은 고령 사회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정년 연장과 이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에만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 과제는 문제의 진짜 핵심이 아닐 수 있다. 기존의 인사·노무관리 관행을 개혁하는 모델 개발과 확산을 촉진하는 국가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 사회를 경험한 일본 정부는 훨씬 오래전부터 체계적인 준비를 해 왔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5060세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어 국가 인적자원 유실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고령화로 한국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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